단편

돌아오지 않을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21 01:31

01.


새벽의 공기는 잠기운을 날려버릴 정도로 차가웠다. 겨울이 아니라 새벽의 공기가 아직은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세젠디프는 푸른 눈에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담았다. 소녀와 마도사. 이 여행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세젠디프와 걸어온 동료들이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을 동료라 생각할 수 없을 거라는 그의 예상은 착각이었다. 여유가 없어서 밀어낼 생각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던 세젠디프는 밤에도 아름답지만 새벽에 더 아름답다는 별이 잠든 바닷가를 보지 않고 두 사람을 눈에 담았다.


-자신에게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보는 것이 사람이죠.


평소라면 보이지 않을 무방비한 얼굴로 잠에 빠진 저 얄미운 마도사―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가 한 말이 세젠디프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몰랐다.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소중한 것이 이 두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미래가 오리라는 사실을.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던 황자는 자신을 변하게 한 두 사람을 보며 바랐다.


이 평온한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리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02.


세젠디프 폰 바르나바가 조금 더 잠들기 위해 눈을 감은 뒤,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는 눈을 떴다. 자신의 어깨에 기댄 주연이 머리를 고른 숨을 내뱉는 세젠디프의 어깨에 얹어준 그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고개를 돌렸다. 감청색 눈을 별이 잠든 바닷가가 채웠다. 이 풍경을 주연과 세젠디프와 함께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어제는 분위기에 취해 이 바닷가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웃고 떠들었지만 알고 있다.


지금은 한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웃고 떠들어도 자신이 갈 길은 두 사람과 달랐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때가 온다. 지금 하는 일은 전부 그때를 위해 쌓아올리는 토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나중에도 같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 나중이 먼 미래가 아니라면 노력해보지. 열심히 달려온 우리들을 위한 포상으로.


그 순간은 지금까지 떨어뜨린 적이 없는 가면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셋이 함께 이 풍경을 또 다시 함께 보는 일은 없으리란 사실을 아는 마도사는 손을 뻗어 세젠디프와 주연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조심스러운 손길이었으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손은 언젠가 두 사람의 행복을 부숴버릴 자의 손이었다.


03.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마시며 눈을 뜬 주연은 어깨를 베개로 내어준 사람의 얼굴을 보고 놀랐지만 소리를 참았다. 세젠디프 폰 바르나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한 동료였다. 조금 떨어진 옆에는 항상 일찍 일어나는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가 있었다. 오늘은 아침이 오기도 전에 눈을 떠버리는 두 사람보다 자신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일어나면 이 사실을 자랑할 생각에 기뻐진 소녀는 처음에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것처럼 싸우던 자신의 동료, 세젠디프와 에인즈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자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알아온 동료처럼 친해졌다. 세젠디프와 에인즈는 주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주연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료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지금도 싸우고 있었겠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상대가 자신과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대립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두 사람은 친해졌다. 옆에서 보는 현실인데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정말 운명적인 친구였다. 두 사람은 매번 주연을 챙겼지만 주연은 알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자신은 두 사람과 다르게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꺼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중에도 이 풍경을 같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미안해요. 욕심쟁이라서.


전할 수 없는 사과의 말을 삼킨 주연은 눈을 감고 머리를 세젠디프의 어깨에 기댄 뒤, 다시 잠에 들었다.


*
지인분들께 받았던 키워드(새벽공기, 별이 잠든 바닷가)로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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