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은 없었으므로
예전이었다면 흔들리지 않았을 검이 떨린다. 친우라고 불렀던 저 남자가 의도한 결과였음을 알았지만 떨리지 않게 붙잡을 힘은 없었다. 떨리던 검은 결국 주인의 손에서 도망치듯 날아갔다. 허점이 너무 많네요. 타인의 호감을 사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가온 마도사는 황자의 위에서 황자를 내려다보았다. 마도사와 눈을 맞춘 황자는 사막처럼 메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없었나?”
“없었어요.”
마도사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손을 들었다. 직접 제조한 약이 담긴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 반지가 차갑게 반짝이며 황자의 푸른 눈에 담겼다. 반지에 담긴 약이 ‘무엇’을 위해 꺼내지는지 알면서도 황자는 가만히 있었다. 황자는, 그의 단호함과 차가움을 좋아했다. 그것 말고도 좋아한 것들이 많았다. 아니면, 그와 함께 걸어가는 미래 따위 그리지 않았을 테지.
“네가 그리는 미래에 나는 없었군.”
“…….”
아까 전처럼 단호하게 대답할 거라고 생각한 마도사의 침묵에 황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가능성이라는 희망이 자신과 그의 사이에 존재는 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어. 그녀의 세계를 갈 수 있는 너는 나중에 그녀를 만날 가능성이 있을 테지. 만약, 만난다면 인사해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마도사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반지에 담긴 약을 황자의 입에 넣었다. 황자는 그 약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젠 부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자신의 애칭을 부르는 마도사의 목소리가 황자의 귀를 두드렸다. 고통 속에서 멀어지는 의식의 끈을 놓으며 황자는 생각했다. 왜 우리는 희망을 붙잡지 못 하고 이렇게―
엇갈려야 했을까. 황자는, 답을 찾지 못 하고 가라앉았다.
*
전편. 후편, '백은의 꿈이 끝난 감청의 새벽'으로 이어집니다.
나온 자캐들 이름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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