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아티에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21 01:28

이름보다 창의(彰意)의 마법사라는 이명으로 더 많이 불려서 이름을 까먹겠다는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삶을 살던 포이베 오닉스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자임에도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조각을 집으로 데려와 자식처럼 키웠다. 아티아 L 오닉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필요한 것을 주고,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포이베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아티아 L 오닉스라는 이름을 받은 레오는 자신을 끌어안은 여자, 포이베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죽으면 바다가 되고 싶어. 모두를 끌어안는 바다. 포이베보다 오랫동안 이 세계에서 살아왔고 또한 살아가게 될 레오는 그녀가 웃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포이베도 죽음의 무게만큼은 웃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던 것일까. 아니면…


“현자님.”


자유의 현자라는 이명을 쟁취하고 현자가 된 레오는 자신이 묵는 왕성으로 날아온 편지를 건네는 역할에 충실한 시종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넘어온 편지를 보았다. 아무 것도 찍히지 않는 새하얀 봉투에서 익숙한 필체로 쓰인 편지가 나왔다. 레오는 그 편지를 벽난로에 태운 뒤, 옷을 걸치며 시종을 보았다. 저녁까지 못 온다고 전해줘. 왕성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어떤 연락도 하지 말란 소리임을 왕이 붙여준 눈치 빠른 시종은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레오는 뒷일을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현자가 됐다며? 축하해, 아티아.”


환히 웃는 포이베를 보며 레오는 얼굴을 찡그렸다. 보고 싶어, 아티아. 라는 문장에 낚여서 급하게 왔지만 포이베는 아파보이지도 않았고 자신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사람에게 약한 내가 잘못이지.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거리던 레오는 금갈색 눈으로 포이베를 보았다.


“축하를 받으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화내려고 왔니?”

“물어보려고 왔어. 왜…”


당신답지 않게 자신을 보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거냐고 질문하려는 그 순간, 포이베가 손을 뻗었다. 뺨에 닿는 차가운 체온을 통해 레오는 그녀의 생명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 포이베. 당신의 유언을 말해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들어줄게. 가지 말라는 말도, 벌써 가냐는 말도 의미가 없음을 아는 레오의 현실적인 반응에 포이베는 입술을 달싹였다.


포이베의 죽음은 레오의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아이만 낳고 떠나버린 그녀를 아직도 사랑하는 황제의 마음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에 눈이 먼 황후의 짓이었다. 레오는 그녀의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 그녀의 몸을 바다에 던졌다. 포이베 오닉스라는 마법사는 죽은 후에도 바다를 변질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마법사였으나 레오는 개의치 않았다. 이것은 그녀의 유언에 따른 행동이었다. 포이베가 자식인 자신에게 남긴 첫 번째 유언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레오는 두 번째 유언을 생각하고 담배를 물었다.


-아티에라는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줘.

“노력은 하겠지만 그 유언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포이베.”


불을 붙이고 독한 연기를 빨아들였다. 포이베는 레오가 세계를 위한 부품으로만 살지 않기를 바랐다. 두 번째 유언이 자신을 얽매는 사슬 중 하나가 되리란 사실을 예감하며 뱉어낸 담배 연기가 변질되고 있는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는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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