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물
광대놀이가 끝나자마자 소년은 평소보다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과 황제라는 자리가 가진 숨 막히는 무게조차 느끼지 못 하는 아버지가 무대 위에 있었으니까. 내일의 신문 1면을 장식할 연설을 한 귀로 흘리며 밖으로 나온 소년은 목적지인 수영장에 도착하자 조용한 물속에 몸을 던졌다. 풍덩. 아무도 없는 수영장을 요란하게 만든 소리는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에 묻혔다. 소년―세젠디프 폰 바르나바는 차가운 물 위에 파도가 치면 쓸려갈 조각배처럼 가련하게 떠서 아름다운 불꽃을 가을하늘을 닮은 푸른 눈에 담았다.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태어났더라면. 누구에게 밝힌 적이 없는 속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이런 날이면 더욱 강하게 바라게 되는 소망이기도 했으나 세젠디프는 알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도망치더라도 결국 이곳으로 돌아오겠지. 태어나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린 이 아름답고 끔찍한 성으로.
“시녀들이 보았다면 비명을 지를 모습이네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세젠디프의 귀를 두드렸다. 세젠디프는 목소리가 눈만을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검은 로브로 온 몸을 감싼 ‘사람’이 보였다. 이름은 몰랐지만 성에는 허락을 받지 않은 불청객은 들어올 수 없었다. 눈앞의 이 사람 역시 허락을 받은 손님이란 뜻이다. 세젠디프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알 수 없는 손님을 담아내던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만든 새까만 어둠이 세젠디프와 세계의 연결을 차단했다.
“지르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당신의 젖은 옷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서 상관이 없는 건가요?”
“내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군. 나는 너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걸 무례한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무례하다는 건 인지하시는군요.”
“인지하고 한 행동이지. 사과는 하지 않아. 너 역시 무례했으니까.”
“참고하지요.”
여전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 손님은 대답은 다음에 들려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걸어갔다. 멀어지는 발소리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세젠디프는 눈을 떴다. 비명을 지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혼 역시 나겠지. 하지만 지금은,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세상과 다시 연결된 자신의 눈을 채운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세젠디프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광경마저 오늘 밤은 소년을 괴롭혔다. 무대에서 도망칠 수 없는 광대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듯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년은 이 물이 자신을 세상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깊길 바라며 내려갔다. 아래로, 아래로.
깊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몸은 멈추지 않았다.
*
세즈 시점.
에인즈 시점은 감청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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