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
오래 전에 시작됐지만 마음을 고백하지 못 하고 끝난 사랑이었다. 비참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 사랑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미련이었다. 희운은 오랫동안 품어온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 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보이는 얼굴로 웃는 가혜의 행복을 응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눈으로는 그녀를 쫓았다.
혜아(暳兒).
그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욕망한 밤이 가혜의 이름에 들어간 별처럼 많았다. 하지만 희운이 부르고 싶은 가혜의 이름을 사랑을 담아 부르는 사람은 희운이 아니었다.
혜아라고 불릴 때마다 태어나던 날, 카일리움을 한동안 시끄럽게 만들었다던 은색 눈동자는 목소리의 주인을 사랑을 담고 바라보았다. 곧게. 작은 착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도 곧게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천제의 보좌는 또 다시 비참해졌다.
눈을 도려내야할까.
귀를 잘라내야할까.
자신의 눈과 귀가 사라져도 가혜를 쫓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결국 희운은 가혜의 사랑이 나쁜 사람이라면 좋았으리라 바라는 제 추악한 감정을 그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눌렀다.
겨우 누른 마음이 삽시간에 번져 온 마음을 지옥불처럼 태우며 괴롭히면, 그 고통을 견디던 희운은 빗속에서 춤추던 아름다운 소녀를 본 그 날을 회상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 은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웃던 금발의 소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 역시 당신이라니. 희운은 울지도 못 하고 문드러지면서 바랐다. 이 사랑이 독이라면 좋겠다.
그럼 당신이 건네주는 달콤한 독을 마시고 전부 숨긴 채로 죽을 수 있을텐데.
이뤄질 수 없는 바람을 안은 희운은 미련과 연심을 함께 도려내며 웃었다. 웃은 그 순간, 희운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미련과 연심을 또 다시 도려낸 희운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 조용히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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