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꿈의 끝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21 01:20

왕자였던 시절부터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국왕의 첫 번째 자식은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든 날에 태어난 공주였다. 공주는 어린 날부터 칭송을 받았던 왕비보다 아름다웠으나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조각상처럼 무표정한 얼굴의 공주는 결국 햇빛도, 달빛도 스미지 않는 왕궁 북쪽의 성에서 살게 되었다.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잊혀져버린 웃지도, 울지도 않는 공주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국왕과 다르게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란 공주가 성인이 되던 날, 국왕은 북쪽의 성에서 사는 공주를 위해 파티를 열었다. 금은보화와 비단이 사랑을 모르고 자란 공주를 축하했다.

기쁘다고 말했으나 공주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웃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인데도 웃지 않으시는군요.”


정원으로 나온 공주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자신에게 두려움도 없이 말을 걸어오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공주의 눈에 담긴 사람은 금발의 청년이었다. 청년은 공주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어머니와 같은 푸른색의 눈동자로 공주를 담았다. 머리카락의 색도, 눈동자의 색도 흔히 볼 수 있는 색이었지만 청년이 가진 색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색과 달랐다. 어떻게 다른지 표현할 말이 떠올리지 못한 공주가 눈앞의 꽃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계속 웃지 않아야 해. 내가 웃어버리면 아바마마가 불행해지니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당신을 바쳤군요.”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약간의, 아주 약간의 기대를 하신 모양이지만 상대는 마족이었으니까.”


왕자였던 시절, 나라를 위해 여행을 떠났던 국왕은 죽음 앞에서 지금까지 믿어왔던 신이 아닌 마족을 찾았다. 그의 부름에 응답한 마족은 웃으며 요구했다. 당신이 처음으로 낳을 자식의 행복을 주세요. 어린 국왕은 몇 번이나 그러겠다고 답했다. 몇 번이나. 왕비는 그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성을 바다로 만들 것처럼 울었다. 그 사람과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중얼거리며 왕비는 검을 들었다. 그 날도 왕비는―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공주는 머리를 짚었다. 뭔가, 이상하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군.”

“그대는 대체 누구지? 왜 나를…”


자게 놔두지 않는 거야?

입 밖으로 나가려는 말을 황급히 삼킨 공주는 금발의 청년을 보았다. 두려움도 없이 말을 걸어오던 청년은 조각상 같던 공주를 가만히 보다가 공주의 눈앞에 있는 꽃을 꺾었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로 잠들 시간이라고 말한 청년이 손에 든 꽃을 공주에게 내밀었다. 점점 짙어지는 꽃향기를 견디지 못한 공주는 주저앉아서 청년을 올려다보다 깨달았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다. 국왕이 왕비의 손에 죽은 그 순간, 수도를 멸망시킨 괴물이 된 자신이 꾸는 끝없는 꿈. 성인이 되지 못한 자신은 금은보화도, 비단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공주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청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대는 내 꿈을 끝내주러 온 사람이구나. 나를 편하게 해주러 온 그대에게 부탁이 있어. 이 꿈이 끝나기 전에 나와 춤을 춰주지 않겠어?”


공주의 말을 들은 청년―길잡이별이라 불리는 맹약자, 라세인 데 루베르니겔은 말없이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춤을 춰본지 오래 되었다는 말을 꺼내는 대신 그는 입술을 움직였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공주가 추는 첫 번째 춤에 어울리는 음악을 연주했다.


꿈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오자 라세인은 손에 든 것을 보았다. 녹슨 머리 장식. 공주의 비단결 같은 머리를 장식했을 아름다운 장식을 그는 공주가 사라진 자리에 두었다. 다음에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는 평온한 삶을 살길 바라며 라세인은 분리된 자와의 계약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 공주의 영혼을 배웅하며 연주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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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님 리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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