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죽을 장소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21 01:19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 하지만 난 알아. 아르테, 네가 조금도 자유롭지 않다는 걸. 항상 다양한 사슬에 얽혀서 살아가는 불쌍한 아르테."


자신에 대한 동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이즈하 바난트의 말을 듣던 레오는 나직한 한숨을 쉬었다. 인간에게 금기를 범하게 해서 타락시켰다던 어떤 동물이 생각나는 이즈하의 유혹적인 목소리는 레오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레오는 이즈하의 이런 태도가 싫었다. 차라리 무식하게 덤벼왔으면 편하련만.


맹약자들을 상대할 때는 바로 에이라를 휘두르면서, 자신을 상대할 때는 에이라를 휘둘러서 싸움을 시작하지 않고 유혹하듯 말을 거는 이즈하가 레오는 귀찮고 짜증났다. 담배가 간절히 떠오르는 귀찮음과 짜증을 누르며 레오가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내가 다양한 사슬에 얽힌 불쌍한 알테시에스라고 치자. 그럼 어쩔 건데? 네가 그 사슬을 전부 끊어줄 거야?"

"네가 원한다면 전부 끊어줄게. 너도 그걸 바라잖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바다로 돌아가자, 아르테."


이즈하의 숨기고 있는 비밀과 소망을 간파하는 능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을 들킨 첫 만남의 그 날이 레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즈하 바난트라는 이름을 밝히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신을 아르테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휘둘러진 레오의 아세트를 피하지 않고 맞아준 이즈하는, 황홀한 표정으로 레오를 보며 환히 웃었다. 죽고 싶구나, 아르테. 내가 죽여줄게. 같이 바다로 돌아가자. 오한을 느끼고 떨어지지 않았다면 에이라에 당했을 그 불쾌한 날을 떠올린 레오가 또 다시 같이 죽자고 말하는 이즈하에게 아세트를 겨눴다.


조각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새의 아이들을 위한 부품은 죽으면 환생하지 못 하고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이전의 기억도, 이전의 자아도 없는 영혼만 똑같은 존재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레오는, 이즈하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죽고 싶지 않았다. 죽을 장소는 찾지 못 했지만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바보 같은 제자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제자가 부르는 아티에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었지만 그 이름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에게 생겨나기 시작한 새로운 소망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한 이즈하에게 레오가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바다에는 혼자 돌아가, 무덤의 왕."

"돌아가고 싶으면서. 오늘은 정말로 죽여줄 테니까 원하는 죽음이 있다면 알려줄래, 아르테? 나는 자비로운 왕이니까 신하인 네 달콤한 죽음을 위해 참고할게."

"있어도 네게 말할 이유는 없지. 신하는 네 반려인 마녀가 있는 곳에 돌아가서 찾고 싸울 준비나 해, 이즈하."


이 싸움으로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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