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問答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21 01:19

진천은 어린 아이라고 해도 언제나 용서가 없는 가천의 여왕, 세츠린이 매혹적으로 웃었다.

가장 약한 구속구라고는 하지만 때가 올 때까지 귓바퀴를 물고 놓아주지 않을 이어커프 형태의 구속구는 가혜의 발목을 붙드는 족쇄였다. 세계의 적을 쓰러뜨린다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더더욱. 바람이 세츠린의 긴 백발을 굽이치는 파도처럼 흔들어놓은 순간, 가혜가 몸을 숨긴 바위로 첫 번째 일격이 날아들었다. 쾅! 세츠린의 손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피하지 않았더라면 가혜는 세츠린이 저 손으로 직접 죽였다던 수많은 제거자들과 똑같은 말로를 걸었으리라.


흘러나오려는 안도의 한숨을 삼키고 빌어먹을 노래에 매혹당하지 않고 그녀와의 거리를 좁힐 방법을 모색하는 가혜의 귀로 세츠린의 노랫소리가 파고들었다. 보이지 않는 실이 전신에 감겼음을 깨달은 가혜는 평소보다 강한 위력의 화염으로 실을 태워서 자유를 되찾은 뒤, 날개를 펼치고 도약했다. 멀었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위력까지 더해서 날린 일격을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 검을 꺼내서 막아낸 세츠린은, 손에 든 검을 휘두르며 반격하려다가 갑자기 가혜와의 거리를 벌렸다. 이상하다고 여기면서도 가혜가 긴장의 끈을 붙든 그 순간, 방금 전까지 세츠린이 있던 자리에 화살이 꽂혔다.


보통의 평범한 화살이었지만 세츠린이 내어주지 않는 틈이 생겼다고 판단한 가혜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어깨를 정확히 찌른 낙화가 전하는 고통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고 침착하게 가혜의 손목을 잡은 여왕의 등에 새까만 날개가 펼쳐졌다. 달콤한 노래가 흐르자 화살을 쐈던 누군가의 몸이 공중으로 부유했다가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 위로 추락했다. 진한 피냄새가 퍼지는 틈을 타서 잡힌 손목을 빼낸 가혜는 바위 위로 떨어진 자에게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세츠린에게 집중했다. 세츠린이 아이를 칭찬하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명한 선택이에요, 제거자.”

“당신에게 집중할 시간도 부족하니까.”

“그래요. 내게 집중하세요. 그런데―”


혹시 기대했나요, 당신을 구해줄 왕자님을?

세츠린의 말이 도발임을 알면서도 어깨를 찌른 낙화를 거칠게 빼서 휘두른 것은 자신을 도발하며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세츠린의 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가혜가 믿었고, 앞으로도 믿는 것은 자신을 구해줄 왕자님이 아니라 끝내 손에서 놓지 못한 낙화와 한 명 정도는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힘이었다.


기적에 가까운 확률일 테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날이 찾아온다면 자신은 오늘과 비슷한 위험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백마를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서 구해주길 원할까?

가혜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부정할 수 없었다. 가혜의 마음에도 욕심은 존재했고 그때의 자신이 지금과 다르게 변하지 않았으리란 보장 역시 없었으니까. 하지만 욕심과 불확실한 미래를 근거로 한 대답과는 별개로 가혜는 단 한 가지의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내 왕자님은 당신을 쓰러뜨린 내가 만나러 가야지.”


구해줄 왕자님을 기다리며 왕자님의 무사를 바라는 동화속의 공주님이 아니라는 것. 분명히 아는 사실을 근거로 왕자님이 있다면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나러 가겠다고 선언한 가혜의 손에 들린 낙화가 적의 생명을 탐하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불꽃을 머금고 붉게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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