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의 소년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는 목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목적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유용하게 사용했고 많은 선택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감청의 마도사. 에인즈는 얼마 전, 스승인 카루아가 준 이명을 곱씹었다. 머리색을 딴 이명이라고 했다. 검은색으로 보이지만 절대 검은색이 되지 않도록.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는 카루아의 그 말이 선을 넘지 말라는 조언처럼 느껴졌다. 만약 선택하고 선을 넘는다면. 흐르는 물처럼 이어지던 생각을 걸려오는 목소리가 끊었다.
“갈망의 현자님의 제자시죠?”
에인즈는 생각이 끊어져버린 것에 대한 불쾌감을 눈과 표정에서 지웠다. 카루아가 에인즈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이었다. 완벽하게 감정을 조절할 때까지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었다. 배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 소년은 눈을 반짝이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네, 제가 현자님의 제자인 에인즈입니다.”
황제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 에인즈는 밖으로 나왔다. 연회장에서 나눈 대화는 타인과 관계를 쌓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대화였으나 에인즈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에인즈는 로브에 달린 모자를 눌러썼다. 한참을 생각에 잠겼고 만족스럽게 답을 구해냈을 때, 그 소리가 들려왔다. 풍덩.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 온 불청객의 얼굴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긴 에인즈는 차가운 물 위에 떠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물에 늘어진 백은의 머리카락이 소년의 정체를 증명했다. 이 나라의 하나뿐인 황자. 세젠디프 폰 바르나바. 오늘 이 연회장에서 먼저 말을 건 적이 없는 에인즈 아시야 히즈키야는 입술을 움직였다. 필요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그러고 싶었다. 에인즈는 황제가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는 자리에서 도망쳐서 물로 기꺼이 뛰어든 세젠디프가 궁금했다.
무엇이 그렇게 당신을 물로 뛰어들게 만든 것일까. 궁금한 것을 알아내기 위한 많은 방법을 에인즈는 카루아로부터 배웠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이뤄야 할 목적을 심어준 그녀에게도 배웠다.
두 사람은 가장 온건한 방법과 가장 폭력적인 방법 모두를 에인즈에게 전수했다. 영리한 에인즈는 스승인 그들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만 헛되이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적은 이룰 수 없었다. 목적. 맹목적이게 매달리고 있는 단어에 또 다시 일어나는 불길을 누르며 에인즈는 감정을 죽였다.
에인즈는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온건한 방법을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완전히 온건한 방법은 아니었다. 세젠디프 폰 바르나바를,
“시녀들이 보았다면 비명을 지를 모습이네요.”
불쾌하게 만들 방법이었으니까.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반응한 세젠디프의 목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지르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당신의 젖은 옷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서 상관이 없는 건가요?”
“내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군. 나는 너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걸 무례한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무례하다는 건 인지하시는군요.”
“인지하고 한 행동이지. 사과는 하지 않아. 너 역시 무례했으니까.”
“참고하지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은 다음에 들려주세요. 라는 말을 남긴 에인즈는 수영장을 떠났다. 세젠디프는 에인즈를 배웅하지 않았으나 대화만큼은 응해주었다. 성실하게. 에인즈는 고개를 들었다.
“그 성실함이 언젠가 당신의 목을 조르겠지요, 황자님.”
그 날이 언제인지 잘 아는 에인즈는 화려한 황성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하늘로 쏘아진 불꽃의 소리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운명의 바늘이 겹치는 그 날은 멀지 않았다.
*
에인즈 시점.
세즈 시점은 깊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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