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pis
“당신이 속한 조직에 흥미가 있으니까요.”
진담인지 농담인지 물어보고 싶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르위니아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곱상하게 생긴 청년은 비일상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지구에서 태어났음에도 비일상에 깊게 발을 들였고 그 결과, 에르위니아가 기대조차 버리고 걸어둔 뒤에 잊어버렸던 그 임무를 처음으로 성공시켰다. 임무를 성공시켰으니 자격은 있다. 하지만― 그가 별을 구할 운명이라는 완벽한 소질까지 지닌 자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에르위니아는 흥미가 있다는 청년의 말을 반길 수 없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속한 조직은 흥미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조직이 아니야.”
“자격이 필요합니까? 당신이 걸어둔 임무를 완수하는 것으로 증명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임무는 기초 테스트야.”
“그럼 다음 테스트로 넘어가죠.”
“당신. 내가 속한 조직이 어딘지 알지도 못 하면서 그렇게 성급하게…”
“기대도 없이 건 임무에 처음으로 낚인 생선입니다. 그 생선의 가치를 확인할 생각은 없습니까? 창조의 맹약자, 에르위니아 레일리안.”
마법사나 예언자가 아니면 지구에서 태어난 자에게 창조의 맹약자라고 불린 적이 없었던 에르위니아는, 자신을 창조의 맹약자라고 부르는 청년의 목소리에 청년을 돌려보내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이 물고기는 자신이 풀어둔 그물에 알아서 뛰어든 대어다. 별을 구할 운명의 소유자라는 완벽한 소질을 갖춘 그는 맹약자라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선택한 자가 짊어질 무거운 대가가 무엇인지 또한 잘 알고 있겠지. 100점을 주어도 모자를 완벽한 입사 지원자를 더 이상 거절하지 않기로 한 에르위니아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말했다.
“그렇게 바란다면 최종 테스트를 해줄게. 당신을 뭐라고 부를까? 원하는 이름 있어?”
“엘피스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군요.”
“이름도 많다. 헌터네임에, 본명에. …원하는 이름으로 부를 테니까 얼굴 찡그리지 마, 엘피스.”
따라와.
어디로 가는지도 물어보지 않고 순순히 따라오는 엘피스와 함께 에르위니아가 향한 곳은 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엘피스를 바라보던 에르위니아는 호출을 하자마자 게이트를 열고 나타난 아주 바쁘신 금발의 동료를 보고 웃었다.
“어서 와, 라세인.”
“내가 꼭 해줘야 할 중요한 일이 어떤 일이지, 에이린?”
“곧 알게 될 거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엘피스,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압니다.”
“대답이 시원해서 좋네.”
말을 마치자마자 손가락을 튕긴 에르위니아는 옥상에 쳐지는 결계를 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엘피스와 라세인을 향해 웃었다.
“엘피스가 창조의 맹약자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최종 테스트를 시작할게. 최종 테스트는 ‘창조의 맹약자를 상대로 패배하지 말 것’이고, 테스트의 상대역은 나의 동료인 라세인 데 루베르니겔. 그럼 시작해.”
“에이린.”
“이 중요한 일을 도울 수 없는 미안함은 마음의 응원으로 승화시킬게. 힘내, 라세인 형. 나는 형을 믿고 있어.”
“그대는 이런 중요한 일을 설명도 없이 갑자기…”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판부터 벌인 에르위니아를 향한 라세인의 설교를 끊은 것은 갑자기 휘둘러진 엘피스의 검이었다. 검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벌린 라세인은 엘피스의 눈을 통해 이 싸움이 피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모든 일이 끝나면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인 에르위니아에게 두 배의 설교를 해주기로 마음먹은 라세인의 손에 에세리아가 들렸다.
두 자루의 검이 부딪히며 만들어내기 시작한 연주 소리를 감상하며 에르위니아는 라세인을 밀어붙이기 위해 필사적인 엘피스를 보았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다짜고짜 무기를 뽑아들고 덤빌 정도로 창조의 맹약자가 되기를 원하는 청년이라니.
그를 간절하고 필사적이게 만든 이유는 엘피스라는 이름으로 만들 행보가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에르위니아는 중얼거렸다.
“모두 모이고 있어, 창조하는 자.”
이번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숙명에서 도망칠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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