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
시간을 뛰어넘거나 죽었던 사람을 살리는 기적이라 불리는 일이 가능한 마법사가 마법 이상으로 마법 같다고 느낀 것은 칵테일이라는 술을 만드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의 술을 흔들고 섞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도 잔 안에 태어나는 마법을 본 순간, 마법사는 칵테일을 사랑하게 되었다.
마법사가 자신이 가진 어떤 능력도 사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의 술을 흔들고 섞어서 만들어낸 첫 칵테일은 파란색이었다. 그 날부터 차갑게 얼어버린 자신의 심장을 닮았다고 생각하며 마법사는 그 칵테일을 전부 마셨다. 알코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달콤함이 입 안에 번졌다.
“마셔볼래요?”
만들어줄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보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건넨 제안을 들은 뱀파이어는 보석을 닮은 아름다운 눈으로 마법사를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괜찮습니다. 누군가가 하는 거절의 말에 아쉬움이란 감정을 느낀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마법사가 아는 뱀파이어와는 많이 다른 지구의 뱀파이어는 항상 잔잔했다.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멩이도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호수처럼.
오래 살아온 뱀파이어의 마음에 생긴 호수는 얼마나 깊을까. 그 깊이를 일부러 가늠하지 않은 마법사는 사실 사람의 마음에 생긴 호수를 건드리고 흔들어서 파문을 만드는 것이 특기인 사람이었으나, 눈앞에 있는 뱀파이어의 호수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 호수를 건드리는 것도 싫었다. 당신은 언제나 평온했으면 했다. 오늘처럼. 혹은 어제처럼. 혹은 그저께처럼.
아인. 선악과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인간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처럼 사용하는 마법사는 뱀파이어의 애칭을 불렀다. 동그란 안경 속의 눈이 자신을 보자 마법사는 웃으며 방금 전에 만든 칵테일보다 더욱 아름다운 색을 담은 보석을 뱀파이어에게 내밀었다.
“오랜만에 만난 당신에게 예쁜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길잡이별이라 불리는 신에게 사랑 받는 남자라면 받아주겠나? 라는 질문 정도는 던지겠지만 마법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법사는 뱀파이어가 자신이 건넨 이 보석을 받을지 받지 않을지를 알고 있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가 된 순간은 마음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뒤틀어진 후라 본다는 것을 슬퍼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장난질에 이용하며 무언가 고장이 난 기계처럼 행동하던 마법사는 처음으로 본다는 것에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마법사는 그 미묘한 감정을 웃음으로 지운 뒤, 조용히 삼켰다. 삼키지 않으면 드러날 가면 속의 밑바닥을 뱀파이어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풀어질 포장이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먼 미래였으면 했다. 내가 당신을 친구라고 거리낌 없이 부르며 웃을 수 있는 미래. 보석을 보던 뱀파이어와 마법사의 눈이 마주쳤다. 마법사가 보라색 눈을 예쁘게 휘며 웃었다. 이제,
내가 준 선물에 대한 소감을 말해줘요, 귀여운 아인.
*
이브랑 아인(오너 : 르네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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