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겨울을 좋아하냐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이전에는 싫어요. 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저었던 루우네 메라클이 이전만큼 싫어하진 않아요. 라고 대답하기 시작한 것은 나단 윈체스터와 연애하기 시작한 후였다. 대답이 달라진 시점이 언제인지 아는 사람들은 루우네의 변화가 나단이라는 사실을 짐작했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놀랐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도 어려운 성격의 루우네지만 취향만은 언제나 확고했기 때문이리라.
“사람도 변하는데 말이에요.”
“맞아요.”
다정한 목소리로 긍정하는 금발의 청년, 나단 윈체스터의 발치에서 꼬리를 흔드는 회색 털의 강아지가 짖었다. 멍멍하고 짖는 소리에 시선을 잠깐 보내고 마는 루우네와 다르게 나단은 회색 털의 강아지와 눈을 오래도록 맞추더니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노엘. 루우네는 기억하는 강아지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나단을 기다렸다. 노엘이 혼자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나단이 곧 돌아온다는 뜻임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는 루우네의 귀에 낯익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빠르지만 크지 않은 낯익은 발소리의 주인은 예상대로 나단이었다.
“어서 와요.”
“미안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미안한 얼굴을 하며 돌아온 나단은 냉장고에서 꺼낸 몽블랑이 담긴 접시와 포크를 루우네의 앞에 놓았다. 루우네는 나단이 스스로의 몫으로 꺼낸 몽블랑이 담긴 접시와 포크를 가지고 건너편에 앉을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루우네. 앞에 놓인 몽블랑의 밤크림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가 루우네의 귀를 두드렸다. 그 목소리를 신호로 삼은 것처럼 움직여서 포크를 쥔 루우네가 입술을 움직였다.
“괜찮아요. 사과할 일도 아니니까 사과하지 말아요.”
“그래도 당신을 기다리게 했잖아요.”
“당신이라면 계속 기다릴 수 있는데요. 당신 한정이지만요. 그건 그렇고 곧 생일이잖아요.”
어떤 케이크가 좋아요?
루우네 메라클이 나단 윈체스터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뭔지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질문을 듣자마자 생각에 잠기는 나단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 자신이 한 질문으로 생각에 잠긴 부드러운 얼굴을 지켜볼 때마다 루우네는 오래 전에 금기로 정해진 시간을 정지시키는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충동으로 끝나는 이유는 나단과 만날 가능성조차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충동으로 끝내지 않았을 루우네가 몽블랑을 포크로 떠서 입에 넣은 순간, 나단이 입을 열었다.
“딸기가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가 좋을 것 같아요. 루우네도 괜찮다면요.”
“당신이 괜찮다면 괜찮아요.”
“그럼 결정된 거네요. 하지만 무리하지는 말아요. 루우네가 바쁘다는 건 잘 아니까요.”
손에 쥐었던 포크를 내려놓은 루우네는 나단이 아직 잡지 않은 포크를 들어서 아직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나단의 몽블랑을 예쁘게 떠올렸다. 포크를 예쁘게 장식한 달콤한 몽블랑이 입 바로 앞에 놓이자 나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망설이던 나단이 입을 벌려서 루우네가 내민 몽블랑을 받아먹었다. 입으로 들어간 몽블랑을 먹고 삼키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는 입술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루우네가 말했다.
“당신이 태어난 날이라면 욕심을 내요. 날 독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당신이라고요. 실제로 난 겨울도 당신 때문에 좋아하게 됐어요.”
“나 때문에요?”
“추운 건 여전히 싫어하지만 당신이 태어난 계절이니까요.”
“루우네.”
“감격했어요?”
그럼 키스해달라는 뻔뻔한 요구를 덧붙이며 루우네가 포크를 내려놓자 지금까지보다 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민하던 나단이 용기를 내서 루우네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입술만이 닿는 가벼운 키스를 했으나 떨어지지 않은 나단이 아쉬움이 담긴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떨어지자, 루우네는 그 손에 담긴 아쉬움을 없애듯 깊은 입맞춤을 선물했다. 먹음직스러운 몽블랑을 방치하고 서로의 달콤함에 취해 온기와 타액을 뒤섞는 일에 집중하던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입맞춤으로 인해 거칠어진 나단의 호흡이 평온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며 제 몫의 몽블랑을 해치운 루우네는 몽블랑을 다 먹은 루우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단이 빠르게 몽블랑을 먹은 뒤, 포크와 접시를 싱크대로 향하는 모습을 보다가 아직 싱크대에 담그지 않은 제 몫의 포크와 접시를 들고 나단 옆에 섰다.
“고마워요. 싱크대에 간 사람은 나니까 루우네는 쉬어도 됐는데…”
“내가 쉬어버리면 나단이 다 하는 거잖아요. 나단이야말로 쉬어요.”
나단이 아직 착용하지 않은 고무장갑을 먼저 손에 넣은 루우네가 두 손에 고무장갑을 끼는 모습을 나단은 의자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나단의 기다림이 길지 않도록 설거지와 싱크대 정리를 빠르게 마친 루우네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단을 바라보며 웃었다. 마주 웃어준 나단이 루우네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품에 안아달라는 뜻임을 알아챈 루우네가 나단을 품에 안자 나단이 루우네의 품에 얼굴을 숨긴 채로 중얼거렸다.
“생일에는 집에만 있을까요?”
“나단이 집에서 생일을 보내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노엘을 산책시키는 순간에는 집에서 나가야겠지만 그 일을 제외하면 집에 있고 싶어요. 그 날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루우네를 독점하고 싶어요.
나단 윈체스터가 가지고 있는 독점욕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었다. 용기를 낸 나단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얼굴을 제 앞에 드러내지 않아서 이 용기를 냈음을 아는 루우네는 억지로 나단의 얼굴을 확인하는 대신 나단의 등을 손으로 쓸었다. 천천히 등을 쓸던 루우네가 갑자기 손을 멈추자 나단이 두 팔로 루우네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고 루우네를 불렀다.
“루우네.”
이름만 불렀지만 사랑으로 자신을 변하게 한 사랑스러운 연인의 목소리에는 욕망이 담겨있었다. 자신을 원한다는 짙은 욕망.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욕망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나도 같은 마음이거든요, 나단. 이라고 대답한 루우네가 나단을 끌어안고 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루우네는 자신의 품에 나단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까 전에는 확인하지 못한 얼굴은 키스하는 순간보다 더 붉었으나 욕망으로 가득했다. 호수를 닮은 푸른 눈마저 물들인 욕망을 전부 먹어치우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루우네의 입술이 나단의 입술에 닿았다.
조심스럽지만 깊은 입맞춤은 그 접촉과 함께 시작되었다.
*
루네나단 5주년 연성...! 여행 예정이라 2일 일찍 올려보기~!!
오리지널로 가져왔는데 현실의 계절은 여름이지만 나단이 태어난 날인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루네나단이 보고 싶어서 겨울로!
언제나 함께 해주는 랑이사랑 나단사랑.
5주년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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