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Hide and Seek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9:07

그건 사고였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모든 연애소설을 책장에서 치워버린 후에야 진정한 카멜리아 테슬라는 난장판이 된 방에서 호흡을 골랐다자신을 억지로 길들이려는 사람들을 거부하는 말처럼 날뛰던 호흡이 평온을 되찾자 카멜리아는 난장판이 된 방에 떨어진 흰색 머리띠를 들었다오늘부터 그녀의 약혼자가 된 다니엘의 손에 의해 풀린 머리띠였다일라이저와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다니엘은 승자의 전리품처럼 가지고 있던 머리띠를 카멜리아의 손목에 매주고 저택을 떠났다관심 없으셨잖아요라는 카멜리아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로.

 

한숨을 쉬며 머리띠를 주머니에 넣은 카멜리아는 난장판이 된 방을 정리했다사용인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이런 짓을 벌였다는 사실이 아버지인 일라이저나 오빠인 길버트에게 들어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들이 가장 바랐던 날인 오늘은 더더욱.

오늘은 저택의 주인이자 카멜리아의 아버지인 일라이저 테슬라와 카멜리아의 오빠였지만 항상 동생을 이용해먹을 생각인 길버트 테슬라가 가장 바랐던 날인 카멜리아 테슬라의 약혼자가 정해지는 날이었다모두 축하했지만 자신을 사갈 사람을 정하는 날임을 아는 카멜리아는 축하를 받을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졸리는 기분을 느꼈다.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말이 저택에 초대된 세 명의 약혼자 후보 중 한 명의 입에서 흘러나왔을 때그들과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것처럼 느긋하게 차를 마시다가 화제를 돌려준 사람이 다니엘이었다세 사람 중에 한 명과 약혼하게 된다면 다니엘이 제일 나았다카멜리아도 그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눈을 가리고도 자신을 찾아내는 사람이 없다면 그녀는 원하는 대로 이 저택을 나갈 수 있었다그게 오늘을 받아들이는 대신 카멜리아가 얻어낸 기적과 같은 기회였다.

 

기적과 같은 기회를 날린 카멜리아의 방문이 열렸다노크도 하지 않고 방문을 함부로 여는 무례한 짓을 하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다저택을 말아먹을 거라는 평을 듣는 망종길버트 테슬라가 카멜리아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일라이저에게 꾸중을 들은 이후로는 손을 올리지 못 하게 되었으나 말로는 항상 폭언을 일삼는 길버트가 바로 옆까지 다가오는 일은 견딜 수 없었던 카멜리아가 오빠하고 길버트를 불렀다.

 

더 다가오면 소리를 지를 거예요.”

알았어네 말대로 할 테니 진정해카뮈난 대화가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야알지?”

얼른 말하고 나가요.”

네 목표가 이 저택에서의 독립이라는 걸 알아카뮈나도 오빠로서 네가 걸어가는 미래를 응원해주고 싶어그러니까…

 

런던으로 가는 건 어때?

약혼자인 다니엘을 핑계로 삼으면 일라이저도 카멜리아의 런던 행에 토를 달 수 없음을 잘 아는 길버트다운 영악한 제안이었다하지만 길버트의 제안이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카멜리아는 어떤 대답도 내어놓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카멜리아의 입이 자신의 꿍꿍이가 나오기 전까지는 열리지 않음을 알아챈 길버트는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카멜리아가 대화를 거부하듯 고개를 돌리자 다시 오빠의 가면을 썼다.

 

네 런던 행을 도와줄 테니 이 저택의 상속을 포기해줘.”

…오빠한테만 이득이 되고 나한테는 이득이 없는 짓이네요거절할게요.”

이건 기회야카뮈좋은 패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흥분한 길버트가 한 걸음 더 다가오려는 순간열려있는 문을 두드린 사용인이 카멜리아를 불렀다일라이저가 자신을 방으로 오라고 했다는 사용인의 말을 듣고 알았어라고 대답한 카멜리아는 자신의 귀에만 들릴 낮은 목소리로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길버트를 지나쳐 방을 나왔다복도를 지나 도착한 일라이저의 방에 노크를 한 카멜리아는 방으로 들어오라는 일라이저의 허락을 듣고 방으로 들어갔다.

 

늦었군.”

죄송해요.”

 

길버트와 대화를 나누느라 늦었다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어떤 이유가 있어도 늦었다면 늦은 것이다일라이저는 그런 남자였다이 저택에서 가장 다정했던 어머니둘시네아가 있던 시절부터 둘시네아가 없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는 모습으로 길버트보다 더욱 카멜리아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라이저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런던으로 가라네 약혼자의 제안이야.”

 

서로를 알아볼 시간도 없는 상태로 약혼했으니 알아가고 싶다더구나.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질문에 답해줄 사람인 다니엘은 이곳에 없었다참으로 제멋대로인 남자라는 속내가 얼굴에 드러내지 않도록 표정을 관리한 카멜리아는 네라고 대답하며 부드럽게 웃은 뒤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항상 런던에서 살아온 다니엘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던졌는지 카멜리아는 몰랐다몰랐으나 이것이 기회라는 사실은 알았다.

 

가야겠네.”

 

동경하던 꿈의 도시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게 될 도시가 될 런던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카멜리아는 소설들과 함께 꽂아준 노트 한 권을 꺼냈다노트를 묶은 낡은 분홍색 리본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던 카멜리아의 손이 낡은 분홍색 리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

 

오늘은 저번보다 표정이 괜찮은데클라이드.”

좋은 일이 있어서요백작님도 표정이 좋아 보이시네요.”

 

마차를 포기하고 선택한 기차가 런던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다니엘이 역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카멜리아는 자신의 예상을 이번에도 멋지게 깨뜨리고 등장한 다니엘이 내민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새하얀 장갑을 낀 커다란 손이 카멜리아의 손을 잡았다정말 우아하고 단단하게.

신사님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행동을 저도 모르게 빤히 바라본 카멜리아의 귀를 뚫어지겠군이란 나긋한 목소리가 두드렸다.

 

죄송해요.”

습관이라면 빨리 고치는 게 좋을 거야.”

빨리 고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곳이 런던이기 때문인가요?”

그래.”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대로 해준 다니엘과 함께 역을 나와 미리 준비된 마차에 오른 카멜리아는 건너편에 앉은 다니엘을 호박색 눈에 담았다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그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다니엘은 카멜리아를 이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편하게 대하면서도 카멜리아를 알려준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붙인 별명―클라이드로만 불렀고카멜리아가 곤란에 빠지면 도와주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는 않았다그런 남자가 런던으로 와서 같이 살자는 제안을 건넸다.

 

일라이저의 말에 따르면 서로를 알아볼 시간도 없는 상태로 약혼했으니 알아가고 싶다.’는 이유로 건네진 제안이라지만 이 제안에 다니엘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당사자인 카멜리아가 가장 잘 알았다궁금증을 누르지 못한 카멜리아가 결국 백작님하고 다니엘을 불렀다금속처럼 차가운 회색 눈이 카멜리아의 호박색 눈을 바라보았다. 3년 빨리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깊은 눈동자를 보고 잠시 망설이던 카멜리아가 용기를 냈다.

 

왜 아버지께 그런 제안을 하셨어요?”

여우가 신 포도를 먹을지가 궁금해서.”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세요.”

나는 후원할 예술가를 찾고 있었고너는 후원을 받아서 작가가 되고 싶었어이해관계가 맞는 두 사람이 만났다면 나오는 결과는 하나뿐이지아닌가.”

아직 작품은 하나도…

지금부터 써야지.”

 

많이 써클라이드.

목까지 차올랐던 당신의 까다로운 기준을 어떻게 맞춰요라는 말을 겨우 삼킨 카멜리아는 저택에서 자신을 탈출하게 해준 고맙지만 얄미운 남자를 바라보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호박색 눈을 새하얀 장갑을 낀 커다란 손이 채웠다커튼이 걷히고 들어온 눈부신 빛에 잠시 하얗게 변한 시야가 돌아오자 카멜리아의 호박색 눈은 런던의 낯선 풍경으로 채워졌다사라져버린 다니엘의 손을 따라가지 않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던 카멜리아가 말했다.

 

고마워요.”

 

다니엘은 대답하지 않았다카멜리아는 고개를 돌려 건너편에 앉은 다니엘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그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으니까.

 

윈체스터 저택은 카멜리아가 평생을 살아온 저택에 비해 굉장히 넓었다여왕의 궁보다는 작다고 말하며 다음 장소로 향하는 다니엘을 따라 걸으며 카멜리아는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을 보았다. 23살이었으나 혼자서 먼 곳까지는 가보지 못한 여자가 호박색 눈에 담겼다다니엘이 건넨 제안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팔려나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도 못한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 하루하루 메말라갔을 카멜리아의 걸음이 멈췄다앞에서 걷던 다니엘이 걸음을 멈춘 탓이었다다니엘이 새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카멜리아와 자신의 사이에 있는 방문을 가리켰다.

 

여기를 써.”

이 방이요?”

그래이 방.”

고마워요그런데 옆방은 누구의 방이에요?

내 방미스터 테슬라의 조건이었어.”

 

아버지인 일라이저의 조건이었다는 말을 듣고 카멜리아는 시선을 내렸다약혼자의 옆방이라는 조건을 걸었을 줄이야옆방이라는 위치에서 뻔히 보이는 속셈에 몰려오는 수치심을 누르던 카멜리아는 모든 일이 끝났다는 것처럼 몸을 돌리는 다니엘을 보고 그를 불렀다다니엘 씨백작님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린 다니엘이 고개를 돌려 카멜리아를 보았다.

 

방의 위치가 불편하다면…

상관없어.”

 

그 방은 이제 네 방이니까 마음대로 쓰다가 별로라면 버려.

옆방을 아무렇지 않게 카멜리아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윈체스터 저택의 주인은 복도를 걸었다이 저택에서 가장 신기한 장소라고 여겨졌던 유리온실로 가는 모양이었다다니엘이 세운 유리온실의 이야기는 런던에 살지 않는 카멜리아의 귀에도 종종 들려왔다종종 들려오는 소문처럼 환상적인 곳이었다본 적 없는 새와 본 적 없는 식물이 공존하는 이상하고 신비한 나라그 나라를 지배하는 왕처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던 다니엘을 떠올리다 카멜리아는 방문을 열었다다니엘과 함께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짐들이 주인인 카멜리아를 반갑게 맞이했다문을 닫은 카멜리아는 갈색 가방을 열어 그 안의 노트를 꺼냈다.

 

어린 시절둘시네아를 따라 방문했던 런던의 숲에서 만난 요정처럼 아름다웠던 소년이 선물해준 낡은 분홍색 리본을 매만지며 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매혹당한 마음을 진정시킨 카멜리아는 노트를 책상에 내려놓았다가장 중요한 물건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 카멜리아는 자신을 기다리는 짐들로 다가가 정리를 시작했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라고 생각했던 런던이었으나 카멜리아는 바쁨에도 복잡함에도 얽매이지 않았다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게 된 카멜리아였으나 완성한 글을 다니엘에게 보여줄 때는 마음이 복잡했다더욱이 카멜리아가 쓰고 싶은 글은 누구나가 읽을 수 있는 연애소설이었다그런 소설을 후원자라고는 해도 연애하고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다니엘에게 내밀게 될 줄이야복잡한 기분은 다니엘이 진지하게 글을 읽는 순간이 되면 사라졌다저렇게 진지하게 카멜리아의 글을 읽어준 사람은 없었다찢거나 태우거나 버리거나 비웃거나일라이저와 길버트의 반응만 보고 살아온 카멜리아에게 노트를 내민 다니엘이 싱긋 웃었다.

 

웃기만 하면 알 수 없어요.”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 들을 용기가 있다면.”

아직은 없네요.”

언젠가는 생기길 바라죠레이디 테슬라.”

 

영원히 안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삼키고 다니엘이 내민 노트를 받은 카멜리아는 다시 누운 다니엘을 바라보았다두 번째로 이 유리온실에 들어온 날누운 그에게 묻자 그는 꽃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그 날부터 계속 망설였던 카멜리아가 결국 노트를 품에 안은 채로 다니엘의 옆에 누웠다다니엘의 회색 눈이 옆에 누운 카멜리아에게 향했다.

 

당신처럼 꽃을 보고 싶어서요.”

드레스에 풀물이 들 텐데.”

사용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은 괜찮겠죠.”

 

카멜리아의 말을 들은 다니엘이 소리를 내서 웃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멜리아는 낡은 분홍색 리본을 자신의 손목에 매어주고 떠났던 아름다운 소년을 떠올렸다이름을 물어보지 못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후회로 남아버린 그 소년이 왜 지금 떠오르는지머리카락의 색이 닮았기 때문일까숲에서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 하고 펑펑 우는 바람에 소년의 머리카락과 눈이 무슨 색인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카멜리아의 머리카락을 다니엘의 손이 매만졌다.

 

가끔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가 되기도 하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다니엘의 모습이 자신이 쓴 연애소설에 등장하는 다정한 약혼자처럼 보여서 카멜리아는 시선을 피했다자주는 곤란해요다니엘에게만 겨우 들릴 목소리로 말하는 카멜리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

 

에버렛 레녹스입니다레이디 테슬라.”

 

저택의 방문자인 다니엘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흑발의 호감이 가는 생김새의 남자가 한 자기 소개를 들은 카멜리아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끝나던 소개에 윈체스터 백작의 약혼녀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카멜리아에게 에버렛이 말했다압니다카멜리아의 약혼자인 다니엘은 소문이 영국의 어떤 도시보다 빠르게 도는 런던에 사는 백작님이었다약혼을 하자마자 동거를 시작한 여자에게 붙었을 소문은 뻔했다진실이 아니더라도 소문이 런던에 퍼지기를 누구보다 바랐을 일라이저였으나 상대는 종잡을 수 없는 다니엘이었다.

자신처럼 아버지에게 휘둘리지 않을 약혼자를 떠올리며 복잡한 속을 정리한 카멜리아는 저택에서 작은 살롱이 열리는 날임을 기억해냈다.

 

다니엘은 아버지이자 전()윈체스터 백작인 로렌스 윈체스터가 운영하던 작은 살롱을 이어받았다이 저택의 집사인 로버트의 아들이자 미래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윈체스터 저택의 집사가 될 제럴드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린 카멜리아는 에버렛을 살롱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라고 생각했다살롱까지 가는 길을 떠올리며 카멜리아가 에버렛에게 물었다.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그렇다면 제가…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레이디 테슬라를 만나러 온 겁니다.”

 

윈체스터 백작께서 보물처럼 꽁꽁 숨겨둔 약혼자가 궁금해서 일부러 오늘을 노렸죠.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다니엘은 카멜리아를 저택에 숨겨두지도 않았고 보물처럼 대하지도 않았다상품처럼 대하던 가족들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대했다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당황했지만 카멜리아는 이제 가족들보다 다니엘이 편했다.

다니엘과 자신의 관계를 정의할 적확한 단어를 찾지 못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도 아니고 후원자와 예술가도 아니다. ‘약혼자의 탈을 쓴… 이제 막 시작된 애매모호한 관계단어로 정의하기도 힘든 관계를 겉으로는 약혼자로 보일 수 있게 포장해준 다니엘에게 감사하며 카멜리아는 말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저하고도요.”

 

에버렛이 손을 내밀었다망설이던 카멜리아가 내밀어진 에버렛의 손을 잡으려던 순간이었다엘레나여성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온 다니엘이 카멜리아의 옆에 섰다에버렛의 손을 잡으려던 카멜리아의 손을 새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잡은 다니엘이 엘레나라는 별명을 붙여준 에버렛을 보며 싱긋 웃었다기분이 좋아서 짓는 웃음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모습을 목격한 모든 이들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취미가 생겼네엘레나.”

살롱을 버리고 여기까지 온 윈체스터 백작만큼 이상할까.”

내 소문이 레녹스 백작저에 안 닿았을 줄은 몰랐는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상황에 당황하던 카멜리아는 머리에 조심스럽게 닿았다가 떨어진 입술의 감촉을 느끼고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떴다갈까클라이드동그랗게 뜬 눈으로도 다니엘에게 그래요라고 대답한 카멜리아는 다니엘과 함께 에버렛과 함께 있었던 복도를 빠져나왔다한참을 걷다가 눈에 띈 방의 문을 연 다니엘을 따라 그 방으로 들어가게 된 카멜리아가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은 다니엘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소문이 도는 거예요?”

모르겠군.”

알잖아요.”

정말로 몰라.”

 

카멜리아는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는 다니엘의 얄미운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안 물어보겠다는 말로 포기를 선언한 카멜리아가 자신의 손을 놓고 방에 놓인 피아노로 다가간 다니엘을 보다가 그가 앉은 긴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나란히 앉은 카멜리아를 회색 눈으로 바라보던 다니엘이 피아노의 뚜껑을 열었다새하얀 장갑을 낀 손이 검은 건반을 천천히 눌렀다조율이 필요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만약에 소문 때문에 힘들어지면 파혼해도 괜찮아요.”

네가 쓴 소설의 주인공들과 다른 선택이군.”

그건 소설이고 이건 현실이니까요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에요.”

포기하지 않은 것도 있던데.”

 

카멜리아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대신 다니엘은 건반을 한 번 더 눌렀다이번에도 검은 건반이었다작은 살롱을 이어받았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 약혼자를 보던 카멜리아가 하얀 건반에 손을 올렸다카멜리아 테슬라라는 상품을 제대로 팔아치우기 위해 일라이저는 카멜리아에게 음악과 미술을 가르쳤으나 끝까지 가르치지는 않았다아이를 낳고 저택을 돌보며 살아갈 여자의 취미로만 남도록 철저히 제한된 가르침이었지만 좋아하는 곡만은 제대로 치고 싶어서 욕심을 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카멜리아가 건반 위에 올라간 손을 움직였다다니엘의 손에 비해서는 작고 가느다란 손이 자장가를 연주했다연주를 끝내고 피아노 건반에서 떨어지려던 카멜리아의 손을 다니엘의 손이 잡았다제 손이 입술 앞에 멈춘 그 순간을 가만히 바라보던 호박색 눈이 손등에 다니엘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랑에 빠진 약혼자 같네요.”

너를 내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마음의 준비도 없이 듣게 된 고백의 말에 카멜리아의 얼굴이 똑같은 이름을 가진 꽃처럼 빨갛게 물들었다다니엘은 그런 카멜리아를 보며 싱긋 웃다가 고개를 숙였다얼굴이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후견인과 예술가라는 가장 좋은 관계를 내버려두고 사랑에 빠진 연인이 되려는 다니엘의 입술이 카멜리아의 입술에 닿기 직전의 거리에서 멈췄다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머무르는 사람처럼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다니엘에게 카멜리아가 물었다.

 

왜 키스하지 않아요?”

못 들었다는 게 생각나서너는 어떻지?”

 

키스하기 직전에 고백의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들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카멜리아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한 뒤생각에 잠겼다자신이 쓴 연애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어려웠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니엘을 향하는 제 마음을 자각한 카멜리아는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아서 기억의 바다를 헤맸다자신의 대답을 분명히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을 완성한 카멜리아의 손이 다니엘의 손에 닿았다가느다란 손이 새하얀 장갑을 낀 손등을 느릿하게 문지르다 멈췄다.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없는 일상을 그리기 힘들 정도로 보고 싶어요하지만… 내게는 아버지와 오빠라는 문제가 있죠그 문제들은 분명 당신을 괴롭게 만들 거예요그건 싫어요.”

그 문제들은 내가 아니라 널 괴롭게 하겠지.”

 

등장인물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 역경과 고난을 넘는 이야기를 쓰면서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들의 신뢰와 사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카멜리아가 다니엘의 손등에 멈춘 손을 움직였다고급스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검은 신사복의 옷깃에 닿은 그녀의 손이 옷깃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괴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내 약혼자님키스 해줄래요?”

 

괴로운 일들로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 내가 당신을 거절하기 전에.

카멜리아의 요구에 기꺼이라고 대답한 다니엘의 입술이 카멜리아의 입술에 겹쳐졌다다니엘이 유리온실에서 키우는 새들의 키스처럼 온기만을 나누던 키스는 서로의 숨결을 전부 삼키는 깊은 키스로 변했다자신의 숨결을 다니엘에게 전부 내어준 카멜리아는 호흡을 고르다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았다두 번째 입맞춤이자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긴 입맞춤은,

 

카멜리아.”

 

처음으로 불린 이름과 함께 시작되었다.

 

*

 

다니엘과 연인이라 부를 수 있는 관계가 되었어도 카멜리아는 글을 썼다쓰다가 막히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걸었다카멜리아의 산책로가 된 윈체스터 저택은 넓은데다 구조 또한 아직은 낯설었기에 자주 다니지 않는 곳에서는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길을 잃어버리는 것조차 숨바꼭질 같아서 재미있었다오늘도 길을 잃어버린 카멜리아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을 포기하고 복도를 걸었다숲에서 만난 아름다운 소년에게 분홍색 리본을 선물로 받았던 어린 날에는 해보지 못한 대모험은 카멜리아를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끝났다.

 

클라이드.”

 

카멜리아는 낯익은 목소리의 주인인 다니엘을 바라보며 웃은 뒤다니엘의 곁으로 다가갔다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카멜리아의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선물한 다니엘은 일어났을 때와는 다른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이었다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품들이 이럴까다니엘을 보며 상상해보려던 풍경은 보지 못 했기 때문인지 그려지지 않았다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을 추스른 카멜리아가 여전히 자신의 손을 놓아주지 않은 다니엘의 손을 마주 잡으며 물었다.

 

일은 끝났어요?”

네가 책의 세계로 도망가기 전에 끝났군.”

도망은 안 쳤어요그리고 서재에 있는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은 항상 다니였잖아요.”

싫은가?”

싫을 리가요좋아요.”

 

다니엘은 얼마나 좋은지 물어보는 대신 카멜리아를 안아들었다울지 말라는 위로 대신 포옹을 선택해서 카멜리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숲의 소년처럼다니엘을 말리려다 포기한 카멜리아가 두 팔로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았다가족들과 함께 살던 카멜리아 테슬라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으나 지금의 카멜리아는 가족들과 함께 살지 않았다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게 만드는 다니엘과 함께 사는 카멜리아는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조금 정리된 다니엘의 방에 안겨서 도착했다.

 

넓고 푹신한 침대에 앉아서 다니엘을 바라보던 카멜리아는 새까만 신사복 차림의 다니엘 곁으로 다가갔다다니엘이 드레스룸으로 갈 때까지 짧은 대화를 나눌 생각으로 다가온 카멜리아는 싱긋 웃는 다니엘을 본 순간두 팔로 다니엘을 끌어안았다그는 매번 카멜리아가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쉬운 사람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카멜리아가 고개를 들었다새하얀 장갑을 낀 손이 카멜리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내가 바쁜 다니를 붙잡은 거 아니에요?”

클라이드는 한가한 백작님보다는 바쁜 백작님이 취향인가.”

중간이 좋아요.”

 

한가함과 바쁨의 중간이 좋다고 말하는 카멜리아의 얼굴을 매만지던 손이 등줄기를 느릿하게 훑었다아침까지 이 방에 머물렀던 얼마 전잠으로 떨어지던 자신의 등줄기를 훑는 손길을 떠올린 카멜리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정원에 만개한 장미와 같은 빛깔이 된 카멜리아의 얼굴을 구경하듯 회색 눈으로 바라본 다니엘이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가한 네 백작님은?”

제일 좋아요대답 제대로 했으니까 어서 옷 갈아입고 와요.”

 

이러다 이후의 일정이 늦어지겠어요.

다니엘을 끌어안은 두 팔을 풀어준 카멜리아는 방을 나가는 다니엘을 배웅한 뒤옆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엘의 방으로 돌아온 카멜리아는 주인이 없는 방에서 마무리에서 막혔던 글을 완성했다저녁식사를 마치고 볼 이 글을 마지막까지는 읽지 않더라도 중간까지는 읽기 바라며 카멜리아는 노트를 덮었다.

 

마지막 장을 읽은 이 저택의 주인은 퇴고해봐라고 말하며 노트를 카멜리아에게 돌려주었다이번에도 퇴짜가 아닐지 걱정하며 내밀었던 노트를 건네받은 카멜리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묻어있었다바닥에 떨어지자마자 황급히 닦았으나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아서 카펫을 교체하게 만든 잉크 얼룩처럼.

 

괜찮았어요?”

보완한다면 더 괜찮아지겠지.”

 

노트를 책상에 내려놓은 카멜리아는 어떤 점을 보완하라고 말하지 않는 자신의 후원자의 옆에 누웠다혼자 자는 것이 익숙할 텐데도 카멜리아에게 옆자리를 내어준 다니엘은 나란히 누운 카멜리아가 어리광을 부리듯이 품에 얼굴을 묻는 것도 막지 않았다한참만에 얼굴을 든 카멜리아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는 다니엘에게 말했다.

 

퇴고하기 전에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요.”

혼자는 위험하니까 사람을…

다니랑 가고 싶어요그러니까 한가한 날을 말해줘요.”

 

자기 직전초고를 막 끝낸 자신이 후원하게 될 작가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다니엘은 대답을 긴장한 얼굴로 기다리는 카멜리아에게 내일도 상관없고 모레도 상관없어라고 대답한 뒤고개를 숙였다눈을 감은 카멜리아는 자신의 입술과 숨결을 전부 가져가는 다니엘을 끌어안았다이 밤이 길게 느껴지리란 예감을 하며.

 

*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나쁜 일이 다니엘이 자리를 비운 잠깐 사이에 일어날 줄이야길버트가 정신을 차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따라온 자신의 안일함을 원망할 힘도 없었던 카멜리아는 호박색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나무 밖에 보이지 않는 숲이었다비가 내렸기 때문인지 밤이 빨리 찾아온 숲은 어둑어둑했다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벌레들의 울음과 동물들의 울음이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기억나게 했다그때는 자신이 숲에 갔다는 사실을 둘시네아가 알아서 발견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길버트는 카멜리아가 죽길 바라고 이런 곳에 버리고 갔으니까.

 

사람을 버리고 가는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느낄 감정은 이전보다 더욱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기로 한 카멜리아가 눈을 감으려던 순간이었다빗소리를 뚫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숨어야 할까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의 곁으로 램프를 든 누군가가 달려왔다.

비에 푹 젖어서 달려온 그 사람은 손에 든 램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요란한 소리에 얼굴을 찡그릴 틈도 없이 카멜리아를 품에 안은 그 사람이,

 

가자.”

낡은 분홍색 리본을 선물해준 소년과 같은 말을 했다가자. 어린 카멜리아는 어디로라고 물어보지 않고 앞장 서는 소년을 따라갔다당당하게 한 가자.’라는 말과 다르게 소년은 길을 몰랐다숲의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어른들에게 무척이나 혼났지만 카멜리아는 소년과의 모험이 즐거웠다노트에 묶은 낡은 분홍색 리본은 숲의 더욱 깊은 곳에서 무서워진 카멜리아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자 소년이 카멜리아의 등을 토닥이던 소년이 손목에 매어준 것이었다.

 

카멜리아는 리본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소년은 가져가지 않았고 리본은 결국 카멜리아의 물건이 되었다당신이었구나이제야 다니엘이 제 손목에 머리띠를 매어준 이유를 알게 된 카멜리아는 다니엘을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집으로가요.”

 

다니엘과 함께 윈체스터 저택으로 돌아온 카멜리아는 숲에서의 일로 감기에 걸렸고 3일을 침대에 누워있었다기침과 고열에 시달리며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멜리아가 겨우 침대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는 다니엘이 바빴다로버트도제럴드도모니카도 다니엘이 바쁜 이유는 말해주지 못 했다세 사림이 그렇다면 다른 사용인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판단하고 복도를 걷던 카멜리아는 레이디 테슬라또 보는군요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에버렛을 만났다.

 

또 뵙네요레녹스 백작님.”

아프셨다던데 이젠 괜찮으신가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레녹스 백작님은…

살롱의 좋은 예술가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윈체스터 백작의 일을 도왔죠.”

일이요?”

레이디 테슬라는 알아두시는 게 좋겠군요미스터 테슬라께서 각서를 쓰셨답니다.”

 

앞으로 가족분들은 레이디 테슬라께 접근할 수 없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한 카멜리아는 자신을 지나치려는 에버렛을 붙잡았다그와 나눈 대화를 통해 카멜리아는 다니엘이 바빴던 이유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 때문임을 알았다이렇게 많은 정보를 흘려준 대가로 배웅을 요구한 에버렛을 문까지 배웅해준 카멜리아는 유리온실로 향했다허탕을 칠 수도 있었지만 이곳에 있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이런 예감을 따라서 행동하는 바보스러운 짓은 한 적이 없었는데도.

 

예상대로 다니엘은 유리온실에 있었다바다를 건너서 오기도 하는 새들과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덥고도 이상한 나라의 왕님을 찾아낸 카멜리아는 무척 오랜만에 만난 다니엘의 근처에 앉았다누워있던 다니엘이 몸을 일으켰다다니엘이 꽃구경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했으나 다니엘을 만나면 환한 웃음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기에 미안함을 지운 카멜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얼굴을 움직였다.

 

어린 시절에 아름다운 소년을 만난 적이 있어요함께 길을 잃었던 소년이었는데 그 소년이 너무 당당해서 길을 잃어버렸는지 몰랐거든요지금 생각해보면 그 소년이 내 첫 사랑이었던 거 같아요.”

클라이드에게 첫 사랑이 있을지는 몰랐는데.”

나도 내 첫 사랑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지는 몰랐어요.”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다니엘의 품에 안긴 카멜리아는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유리온실에서 다니엘을 올려다보았다호박색 눈이 이제야 만난 낡은 분홍색 리본의 진짜 주인을 사랑이 녹아있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숨바꼭질을 끝낸 술래가 된 기분이에요당신은 힌트를 이미 줬었는데 내가 몰랐네요미안해요.”

눈치 채지 못 해도 괜찮았어.”

영원히 몰라도 괜찮았다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그래도 괜찮았어카멜리아.”

 

카멜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종잡을 수 없는 신사인 다니엘이 불러주는 제 이름을 듣고 연애소설을 쓰면서 자주 썼던 표현이자 좋아하는 표현을 떠올렸다시간을 멈추고 싶다소설에서는 가능한 일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원하게 만든 연인이 다정하게 웃었다카멜리아는 다정하게 웃는 그 얼굴에 욕심과 사랑을 가득 담아서 입을 맞췄다한번으로는 부족해서 여러 번을 입 맞춘 후에야 떨어진 카멜리아의 입술 앞으로 다니엘의 입술이 다가왔다.

 

키스하기 전에 할 말이 있어요다음부터 힘든 일은 같이 해요그걸 약속해주면 키스해도 괜찮아요.”

약속하지 않으면?”

화낼 거예요.”

약속해야겠군.”

 

너를 화나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니까.

카멜리아의 화를 금방 풀 수 있는 마법을 부리는 다니엘의 입술이 카멜리아의 입술에 닿았다깊고도 농밀한 입맞춤을 끝내고 떨어지려는 다니엘의 옷깃을 입맞춤의 여운에 취한 카멜리아의 손이 잡았다옷깃을 잡은 채로 망설이던 카멜리아가 이 유리온실의 어딘가에 피어있을 장미보다 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다니엘의 귀에 속삭였다.

 

내 백작님이 되어줄래요?”

 

새들의 노랫소리보다 작지만 다니엘의 귀에는 분명히 들렸을 그 속삭임의 대답을 다니엘은 두 번째 입맞춤으로 돌려준 뒤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는 카멜리아보다 먼저 일어났다먼저 일어난 다니엘이 카멜리아에게 손을 내밀었다다니엘의 손을 잡고 일어난 카멜리아는 손을 놓은 뒤서로의 옷에 붙은 풀들을 털었다전부 털어낸 후에야 유리온실을 나온 두 사람은 방으로 향했다긴 숨바꼭질을 끝내고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의 발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그 소리는 내일을 기다리는 경쾌한 노래를 닮아있었다.

 

 

*

다니카멜 9주년 축하합니다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시간 정말 빨라벌써 9주년내년이면 10주년이번 연성은 선약혼후연애 다니카멜 에유정말 즐겁게 쓴 전연령 or 15금 느낌의 로판 에유가 됐는데 티아도 즐겁게 읽어주면 좋겠다!^^

나랑 카멜이랑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앞으로도 잘 부탁해티아랑 다니 내가 많이 쪼아해사랑해~! 와라라락!

오늘만이 아니라 언제나 티아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항상 건강하고 더위도 비도 조심해!(쑤담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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