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ting Candy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는 손에 항상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카멜리아 테슬라가 다니엘을 공원에서 처음 만난 그 날부터 연인으로 곁에 있는 오늘까지 다니엘이 아침부터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일은 드물었다. 벗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가끔 다니엘의 장갑은 뱀이 탈피한 허물을 버리듯 버려질 때가 있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주울까? 호박색 눈에 담긴 하얀 장갑을 보고 고민하던 카멜리아가 장갑을 주우려고 몸을 숙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카멜리아를 덮었다. 태양에 약한 뱀파이어인 그녀를 보호하듯이.
장갑을 주우려던 자세 그대로 고개를 든 카멜리아는 커다란 그림자의 정체가 양산을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다니엘임을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다니.”
다니엘은 마술과는 인연이 없었지만―흥미를 느끼고 배우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웬만한 마술은 다 터득했을 것이다. 다니엘은 배우는 게 빠른 사람이었으니까.― 카멜리아에게는 언제나 마술사였다. 마술을 쓰지 않고도 기분을 설레게 만드는 마술사. 그것은 200년을 넘게 런던에서 살아온 윈체스터 백작이 가장 잘 하는 마술이었다. 마술을 사용하는 상대가 카멜리아 뿐이라는 단점이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마술사가 다른 상대에게는 마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카멜리아가 장갑을 손에 들고 일어나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니엘이 말했다.
“조금 늦으셨군요, 레이디 테슬라.”
이 손은 이미 새로운 장갑을 착용하고 있답니다.
무대에 서는 배우처럼 말한 다니엘이 장갑을 낀 오른손을 카멜리아의 앞에 내밀었다. 카멜리아는 내밀어진 오른손을 보며 생각했다. 만약 장갑을 달라고 하면 다니엘은 어떻게 반응할까? 평범하게 행동하는 카멜리아와 반대로 다니엘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래서 그의 반응에 대한 답도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과 경험을 통해 카멜리아가 알게 된 것도 있었다. 다니엘은 카멜리아가 하는 선택이 그 결과가 좋아도 나빠도 늘 곁에서 지켜봐주는 신사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을 따라 행동해도 괜찮을 거라는 결론을 내린 카멜리아가 내밀어진 다니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다음엔 늦지 않아볼게요. 그래서 이 장갑은 이제 사용할 수 없는 장갑이 된 건가요?”
“맞아. 이제 주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됐으니 버리는 게 좋아, 클라이드.”
“다니의 말처럼 이 장갑을 버린다는 방법도 있지만, 인형을 만든다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니까 버리지 않을래요.”
“클라이드의 고집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는데.”
“세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내 고집이 다니를 곤란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그 고집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하다면 해봐.”
다니엘의 곤란한 표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카멜리아가 부리는 고집은 다니엘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경험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게다가 카멜리아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성향의 뱀파이어였다. 살기 위해 흡혈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면. 앞으로도 안개처럼 정체를 숨기고 이 런던에서 살아갈 카멜리아는 고집쟁이가 되는 건 다음이 좋겠어요. 라고 대답한 뒤, 자신과 함께 미래를 향해 걸어갈 사랑하는 다니엘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중요한 말을 잊어버릴 뻔 했네요.”
오늘도 나를 태양으로부터 지켜줘서 고마워요, 내 신사님.
*
태양이 사라지고 양산도, 햇빛차단제도 필요하지 않은 밤이 왔다. 최근 다니엘과 함께 나갔던 외출에서 구매한 책을 읽느라 서재에 머물고 있던 카멜리아의 귀에 서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락의 말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않을 노크의 주인을 “들어와요.”라는 주문으로 서재로 들어오게 한 카멜리아는 제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다니엘의 발소리를 들으며 읽던 책을 덮었다. 카멜리아의 옆자리에 앉은 회색 눈의 신사는 품에서 꺼낸 무언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카멜리아는 다니엘이 내려놓은 무언가―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동그란 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인간보다 뛰어난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향을 맡았다. 통을 바라보던 시선으로 다니엘을 본 카멜리아가 입술을 움직였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다니는 달콤한 음식 싫어하지 않았어요?”
“그래, 싫어하지. 하지만 클라이드는 좋아하잖아.”
카멜리아가 긍정의 말을 하기도 전에 낮과 다르게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다니엘의 손이 통의 뚜껑을 열자 통 속에 숨어있던 보석처럼 아름다운 사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탕으로 손을 뻗지 못 하고 망설이는 카멜리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빨간 사탕을 손으로 집었다. 사탕을 든 달콤한 음식을 싫어하는 신사.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 서재에서 카멜리아가 놀람에 사로잡힐 틈은 없었다. 다니엘이 손으로 집은 빨간 사탕을 카멜리아의 입술 앞에 가져왔으니까.
“먹기 싫다면 먹지 않아도 돼. 지금 먹지 않는다고 네 사탕이 과자집처럼 사라지는 일은 없으니.”
눈도 깜박이지 못 하고 다니엘을 바라보던 카멜리아는 제 귀를 두드린 말에 다니엘이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을 먹기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카멜리아는 황급히 아니에요. 라고 외치며 고개를 저었다. 연인이 먹여주는 사탕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카멜리아가 망설인 이유였다. 그녀는 사탕을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다니엘의 지금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 하는 바람에 사탕을 먹지 않았다. 정확히는 눈앞에 있는 사탕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걸 말하면…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웃는 다니엘에게 그만 웃어달라고 애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린 카멜리아는 그 모습을 지우기 위해 다니엘이 손으로 집어든 사탕을 먹었다.
달콤한 딸기의 맛이 입 안으로 퍼졌다. 사탕을 깨물어 먹을지 녹여서 먹을지 고민하다가 깨물어 먹기로 한 카멜리아는 어린 시절처럼 날카로운 사탕 조각에 혀를 베는 일이 없도록 조심조심 사탕을 깨물었다. 바로 옆에서 그런 카멜리아의 모습을 무대를 관람하는 관객처럼 지켜보던 다니엘은 카멜리아가 사탕을 다 먹자 두 번째 사탕을 집기 위해 통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사탕 때문에 손이 끈적이잖아요.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누가 두 번째 사탕을 얼른 먹으면 씻을 수 있겠지, 카멜리아.”
카멜리아가 두 번째 사탕을 얼른 먹으면 씻을 수 있다는 말―잘 부르지 않는 이름까지 부르는 추가타를 함께 날리면서―로 그녀의 반문을 막아버린 다니엘의 웃음은 신사보다 짓궂은 소년에 가까웠다. 그런 모습에 두근거리는 자신을 달래며 카멜리아는 두 번째 사탕을 먹었다. 이번 사탕은 달콤한 맛보다 새콤한 맛이 강한 레몬 사탕이었다. 깨물어 먹었던 아까와 다르게 사탕을 녹여서 먹은 카멜리아는 제 입술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세 번째 사탕과 사탕을 집은 다니엘의 모습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결국 입술을 열었다.
네 번째 사탕부터는 나중에 먹겠다고 말한 카멜리아는 다니엘과 함께 서재에서 나왔다. 먼저 잘 준비를 끝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운 카멜리아는 곧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니엘이 옆자리에 눕자 몸을 돌려 다니엘을 보았다.
“다음에도 사탕을 먹여줄 거예요?”
“그 질문은 먹여주길 바란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먹여준 건 좋았어요.”
“내 착각인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어, 클라이드.”
“그만 놀려요, 다니. 나는 서재에서처럼 사탕을 먹여준다면 미리 예고해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거예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먹여준 건 좋았어요. 하지만 너무 좋아서 다니만 보였다고요.
서재에서 선명하게 그렸던 풍경이 또 다시 머릿속에 떠올라서 얼굴이 붉어진 카멜리아를 보다 빙그레 웃은 다니엘은 몸을 돌려서 누운 카멜리아의 팔을 잡아 품에 안았다. 다니엘의 품에 안긴 카멜리아의 목에 따뜻한 숨결을 품은 입술이 닿았다. 붉은 자국이 새겨진 후에야 팔을 풀어준 다니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카멜리아가 말했다.
“내일 바빠요?”
“누군가의 백작이 된다면 내일이 아니라 모레 더 바빠지겠지.”
“다니의 말을 허락이라고 생각하고 고집을 부릴게요. 그러니까,”
내 고집에 휘둘려줘요.
목에 새겨진 자국만큼이나 짙은 욕망에 물든 목소리로 속삭이며 카멜리아는 제 고집에 기꺼이 휘둘려줄 다니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다니엘이 사온 사탕에 녹아있는 달콤한 과일의 향기와 새콤한 과일의 향기가 동시에 나는 입맞춤이 점점 깊어졌다. 이제부터 다가올 시간을 예고하듯이.
*
햅삐버스데이, 티아~!
이번 생일축하연성은 티아가 저번에 이야기 해준 카멜에게 사탕 먹여주는 다니! 정말 재미있게 썼는데 티아도 재미있게 읽어주면 좋겠다.ㅇㅅ<
행복한 생일 보내고 생일만이 아니라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티아에게 가득하길 바라.
건강하고 여름 잘 보내야 해~!! 와락와락!!! 언제나 고맙고 오늘도 많이많이 좋아하고 사랑해!!(부둥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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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의 내용은 티아님이 리퀘해주신 시츄로 썼습니다.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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