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give you up
리딜 콘스탄틴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포기였다.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리딜은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욕심을 포기했고, 매번 마음에서 솟아나던 욕심을 열심히 지웠다. 형태도 없는 마음의 욕심을 지우는 것은 어린 리딜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서투르게나마 지워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게 되었을 때, 리딜은 세상을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살았다. 아슬아슬한 리딜의 삶이 위태로웠던 많은 사람들이 손을 뻗었지만 리딜은 제게 뻗어진 손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번. 잡고 싶다고 생각한 손이 있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이별을 선택한 연인, 하이네 벨라크루즈의 손이었다. 벨.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미녀와 야수의 여주인공과 똑같은 이름으로 부르면 청년은 리딜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벨라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리딜은 그를 벨라라고 부르지 않고 벨이라고 불렀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으로서 그의 기억에 남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리딜은 밝게 빛나는 휴대폰을 건드렸다. 벨라의 사진과 연락처는 하루만 지나도 삭제하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일주일이나 삭제할 수 없었다.
“졸려요?”
연인, 벨라의 목소리가 리딜의 귀를 두드렸다. 걱정의 빛이 담긴 벨라의 와인색 눈에서 리딜은 어제 본 우주의 사진을 떠올렸다. 안 졸려요. 라고 대답한 리딜은 손을 뻗어서 벨라의 뺨을 매만졌다. 따스한 온기가 리딜의 손에 닿았다. 졸리면 자도 됩니다. 리딜은 그건 곤란해요. 라고 대답하려다가 소리를 내서 웃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포기인 자신의 옆에 언젠가 포기했던 이 사람이 있다. 다시 저장한 연락처와 사진을 틈날 때마다 보는 이유를 리딜은 확인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확인.
“당신이랑 헤어진 후에 당신의 연락처랑 사진을 일주일이나 못 지웠다는 게 생각났어요.”
“당신이라면…”
벨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지웠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멈췄던 말과 시간을 두고 이어진 말 사이에 생각보다 작은 목소리로 들어간 ‘금방’이라는 단어를 리딜은 놓치지 않았다. 청력이 좋은 것은 리딜의 자랑이었다. 벨라에게는 한 번도 자신의 청력을 자랑한 적은 없었지만. 리딜은 자신을 바라보는 벨라를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당신이 내게 지울 수 없는 사람이었나 봐요.”
개인적으로는 가위로도 자를 수 없는 운명의 붉은 실로 연결된 사람이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리딜이 덧붙인 말에 벨라는 금방 반응하지 못 하던 벨라가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리딜을 보았다. 입술을 우물우물 움직인 벨라가 말했다. 당신 정말 플러팅의 현신 아닙니까? 벨라 한정이라는 말을 해주려던 리딜은 뺨에 아직 머무르고 있는 손과 놀고 있던 손으로 벨라의 목 뒤에서 단단히 연결했다. 도망치지 못 하도록. 사실 리딜이 만든 허술한 감옥에서 도망칠 방법은 많았으나 벨라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당신과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욕심이 많으니까요, 당신은.”
“역시 나에 대해서 잘 아네요, 벨. 나를 잘 아는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눈을 감아줄래요?”
키스하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의 리딜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벨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었다. 리딜의 부탁을 들어준 벨라의 와인색 눈동자가 벨라의 눈꺼풀 뒤로 사라졌다. 연인의 눈을 볼 수 없다는 이 현실이 아쉽다고 생각하면서 리딜은 고개를 숙였다. 입술과 입술이 닿는 순간은 별이 태어나는 순간처럼 아름다웠고, 입술과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이 별이 죽어버린 순간처럼 아쉬웠다.
약간 거칠어졌던 호흡 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뀌고 현실이 돌아왔다. 꿈보다 더 꿈을 닮은 행복한 현실 속에서 리딜은 벨라를 가둔 손을 풀어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자유를 되찾은 벨라의 손이 리딜의 손을 잡았다. 예전에도 얇다고 생각한 손은 여전히 얇았다. 리딜은 그 손을 바라보다 두 눈을 휘어 여우처럼 웃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은 있네요.”
“당신은 많이 변했지만요.”
“변하게 도와준 사람은 당신이구요. 아니면 난…”
말을 이으려던 리딜은 자신의 손을 잡은 벨라의 손에 들어간 힘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리딜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고 벨라는 반대로 조용한 사람이었다. 벨라의 행동으로 찾아온 침묵 속에서 리딜은 평온을 느꼈다. 말이 없는 시간이 평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연인은 리딜의 손등을 쓸었다. 천천히. 리딜은 정말. 이라고 중얼거리며 벨라를 끌어안았다.
“집에 돌아가기 싫어지잖아요.”
“자고 간다면서요.”
“하루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벨.”
솔직히 말하자면 이틀로도, 십일로도, 백일로도, 천일로도 리딜이 벨라에게 품은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리딜 콘스탄틴은 제 품에 안긴 세상에서 가장 우주를 눈에 가진 연인의 온기를 느끼며 생기기 시작한 욕심을 눌렀다. 이 욕심은 눌러도 끝이 없이 자라난다. 당신이 눈에 우주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내가 당신의 손을 다시 잡을 정도로 사랑하기 때문일까. 리딜은 둘 다라고 생각하며 벨라의 나비 귀걸이 위에 입을 맞췄다.
“더 끌어안고 있게 해줘요.”
“풀어줄 생각은 있어요?”
“그 정도로 답답한 남자는 아니라고요.”
욕심은 많지만요.
얄밉게 웃는 리딜의 등을 벨라의 두 팔이 감았다. 말보다 빠른 대답에 기분이 좋아진 리딜은 벨라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벨라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지만 당신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벨.
*
리딜벨라 100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리딜벨라가 어느새 100일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계연 끝나고 썸 아닌 썸을 타다가 자컾하자고 한 날이 어제 같은데.
둘이 옛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쓰고 싶었어. 한번 끝났다가 다시 만났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화제로 올릴 때도 있을 것 같아서. 아마 시간이 흐르면 좀 더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지 않을까?
100일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쥐랑 벨라 내가 많이 좋아해. 사랑해!
수정할 점 있으면 언제나 알려주기.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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