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megranate
호그와트에 입학한 학생들은 편지가 도착한 날을 어떤 날보다 선명히 기억했지만, 카멜리아는 편지가 도착한 날을 선명히 기억하지 못 했다. 그 날, 카멜리아는 많이 아팠다. 높은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겨우 먹은 음식을 토할 것처럼 기침을 했다. 하루를 잠으로 보내다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카멜리아의 이마에 차가운 수건이 얹어졌다. 엄마. 사랑하는 엄마를 부르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던 카멜리아는 엄마가 이 세상에 없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여기는 집이 아니었고 사랑하는 엄마는 없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폭력성을 억누르지 못 하는 오빠와 그 오빠를 뜯어말리지 못 하는 이방인이 있을 뿐이다. 보고 싶어.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말을 삼키며 카멜리아는 눈을 감았다.
카멜리아의 새로운 보호자인 에버렛은 마법이 호흡처럼 태어난 사람이었지만 마법사가 되기를 강제하지는 않았다. 선택을 카멜리아에게 맡긴 에버렛은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호그와트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카멜리아의 등을 서투르게 두드렸다. 준비를 하자. 고개를 든 카멜리아는 에버렛의 도움을 받아 가방에 짐을 챙겼다.
들뜬 마음을 안고 도착한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기차를 발견한 카멜리아는 기차에 오르려다 기차에 오르지 않고 단추 근처를 손으로 매만지는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소년을 보았다.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소년의 약간 찡그려진 얼굴이 알려주는 소년의 곤란함을 내버려둘 수 없었던 카멜리아가 소년의 곁으로 다가갔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소년의 메탈을 닮은 차가운 회색 눈이 카멜리아를 담았다. 비슷한 또래로 보였지만 소년에게는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풀어보던가. 주어가 없어서 뭘 풀라는 건지 이해하지 못 하고 호박색 눈을 깜박이던 카멜리아는 단추 근처를 손으로 매만지던 소년의 행동을 떠올리고 소년의 단추를 보았다. 소년의 단추에 엉켜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한 카멜리아는, 작은 손을 단추로 가져가 단추에 엉킨 머리카락을 풀었다. 다 됐어요.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카멜리아가 활짝 웃으며 소년을 보았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지 않은 소년은 단추와 카멜리아를 한 번씩 보다가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걸음을 옮겼다. 카멜리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기차가 출발한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에 황급히 가방의 손잡이를 잡았다.
카멜리아가 소년의 이름이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신비한 동물학 교수인 로렌스 윈체스터의 수업을 처음으로 듣던 날이었다. 출석을 부르던 로렌스는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라는 이름을 지금까지처럼 유려하게 발음한 뒤, 네가 내 아들이구나. 라는 말로 모두의 시선을 다니엘에게 집중시켰다. 신비한 동물학 교수인 그의 방랑벽은 신입생인 카멜리아의 귀에 들어올 정도로 유명했지만 아들의 얼굴을 모를 정도인지는 몰랐던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카멜리아는 그 수군거림에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다니엘을 보았다. 파란색이 돋보이는 래번클로의 교복을 입은 다니엘은 기차에서 만난 그 날처럼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웃는 다니엘을 보며 카멜리아는 생각했다.
그의 웃음이 눈을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고.
호그와트의 교복에는 검은색이 많았다. 밝은 노란색이 넥타이와 겉옷에 사용된 후플푸프의 교복도 마찬가지였다. 새하얀 셔츠에 얼룩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더운데도 벗지 않은 겉옷에 눈물이 남긴 자국은 다행히도 금방 말랐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울어서 부어버린 눈가만이 카멜리아가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차가운 물에 몇 번 적셔야 가라앉을까. 를 생각하던 카멜리아는 낯선 발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오빠면 어떡하지? 카멜리아가 후플푸프로 가길 원한 이유는 오빠인 길버트가 슬리데린이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폭력성을 잘 조절하지 못 했던 길버트는 부모님이 죽자 그것을 핑계로 더 심하게 폭력성을 휘둘렀다. 보호자인 에버렛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보호자가 감당하지 못 하는 폭력성이 집중되는 곳은 언제나 하나뿐인 동생인 카멜리아였다.
지금까지는 기숙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길버트를 피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무리였다. 다음에도 무리겠지. 길버트는 몇 번이나 카멜리아를 부를 것이다. 카뮈. 이제 부르는 사람이 길버트 밖에 없는 그 이름과 가족이라는 사슬로 자신을 옭아매며. 호박색 눈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황급히 소매로 방울방울 맺힌 눈물을 닦으려던 카멜리아는 갑자기 내밀어진 손수건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카멜리아의 두 눈에 담긴 사람은 다니엘이었다. 손수건을 내밀 정도의 친분은 없었지만 그가 친절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카멜리아도 알고 있었다. 단순한 변덕이라는 것을 짐작했으면서도 카멜리아는 다니엘이 내민 손수건을 받았다.
“고마워요.”
“가져도 돼.”
뭘 가져도 되는 것인지 카멜리아는 자신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 옆에 있어준 다니엘이 떠난 후에야 깨달았다. 다니엘은 카멜리아가 흘린 눈물로 젖어버린 새하얀 손수건을 가져도 된다고 말한 것이다. 손수건이 많기 때문일까. 고민해봤지만 다니엘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과 기숙사. 아버지가 교수라는 것 밖에 모르는 카멜리아이기에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카멜리아는 고민을 포기하고 손수건에 얼굴을 댔다. 다니엘의 손수건에서는 카멜리아가 좋아하는 장미의 향이 났다.
나중에라도 만나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려던 손수건은 결국 다니엘과 엇갈리는 날이 많아 손수건이 예쁘다고 칭찬한 친구의 것이 되었다. 좋아하는 친구의 웃는 얼굴로 아쉬움을 달랜 카멜리아는 며칠 뒤에 열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주문한 드레스가 담긴 상자를 열었다. 보라색과 푸른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드레스는 제게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곱고 예뻤다. 가격 역시 비쌌지만 에버렛은 카멜리아가 처음으로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축하하며 그 드레스를 사주었다. 작년에는 길버트와 함께 있기 싫어서 가지 않았던 파티였다. 기숙사에 틀어박혀서 유령들이 걸어오는 말을 무시했던 그 우울한 작년을 떠올리던 카멜리아는 제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깨닫고 눈물이 드레스로 떨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황급히 상자를 닫은 뒤, 침대에 누웠다. 평소에는 금방 지나가기를 무척이나 바랐던 하루가 길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참여하긴 했지만 카멜리아는 파티에 섞여드는 법을 몰랐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정도가 카멜리아가 할 수 있는 참여였다. 방금 전까지 카멜리아와 대화를 나누던 마지막 친구도 결국은 춤 신청을 받았다. 미안해, 카멜. 이라고 사과하며 자리를 옮기는 친구의 기뻐 보이는 얼굴은 카멜리아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드레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표정을 지우기 위해 웃으며 다시 춤을 추는 학생들을 보던 카멜리아의 귀에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 무도회장의 바닥과 구두가 부딪혀서 만들어낸 발소리는 카멜리아의 앞에서 멈췄다. 기대감을 최대한 낮춘 채로 바라본 발소리의 주인은 카멜리아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옆에 있어준 래번클로의 소년, 다니엘이었다.
“첫 춤의 영광은 내게 주시죠, 레이디 테슬라.”
카멜리아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제 성을 말한 다니엘이 춤을 신청하며 내민 새하얀 장갑에 감싸인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긴장한 얼굴이네, 클라이드. 다니엘이 부르는 클라이드가 누구인지 물어볼 새도 없이 춤이 시작됐다. 다니엘은 헤매는 카멜리아를 잘 리드했다. 긴장이 조금씩 풀어진 카멜리아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을 때, 춤이 끝났다. 활짝 웃으며 카멜리아는 다니엘을 보았다.
“고마워요. 클라이드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이 춤출 수 있어서 기뻤어요.”
“카멜리아 테슬라가 네 이름일 텐데.”
“날, 알아요?”
“네가 나를 아는 만큼.”
“하지만 내 이름은 클라이드가 아닌 걸요.”
“그래, 클라이드.”
“카멜리아에요.”
친구들도 다 그렇게 부른다고요.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는 카멜리아의 말에 다니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카멜리아는 웃음을 터뜨린 다니엘이 웃음을 멈추고 갑자기 좁힌 거리에 눈을 깜박였다. 항상 왕자님과 해피엔딩을 맞는 공주님이 떠오를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다니엘은 왕자님이 아니고 자신은 공주님이 아닌데. 카멜. 다니엘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카멜리아의 애칭을 불렀다. 카멜리아는 윈체스터 교수님의 아들이 이름을 이상하게 부른다는 소문을 다니엘이 자신의 애칭을 불러준 이 순간에야 떠올리고 다니엘을 보았다. 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킨 그의 표정을 보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당신이, 몇 번 밖에 만나지 않은 당신이 나를…
“이유가 없어도 볼 수 있게 해줘.”
마음에 품을 리가 없는데. 다니엘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 꿈이죠? 라는 말을 삼킨 카멜리아는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다니엘에게 물었다. 날 보고 싶다고 말한 거예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카멜리아 테슬라가 너 말고 또 누가 있냐고 대답한 다니엘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카멜리아 역시 그에게 호감이 있었다. 다니엘이 제게 품은 마음에 비하면 작은 감정 속에서 카멜리아는 다니엘에게 해줄 수 있는 대답을 발견했다.
“이유가 없어도 날 보게 만드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다니엘을 더 알아가고 싶어요.”
내가 모르는 다니엘에 대해 알려줄래요? 나도 다니엘이 모르는 나에 대해 알려줄게요.
그 밤 이후, 두 사람은 어디서든 붙어 다녔다. 길버트가 왜 걔랑 붙어 다니는 거야, 카뮈? 라고 집요하게 물어볼 정도로 붙어 다녔지만, 카멜리아는 무난한 대답으로 길버트의 집요함을 피했다. 짜증이 난 길버트의 손에 들린 물건들이 저를 향해 날아올 것 같아서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길버트에겐 다니엘과의 관계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카멜리아의 고집이었다. 다행히도 길버트는 며칠이 흐르자 카멜리아에게 대답을 얻어내는 것을 포기한 듯 다니엘과의 관계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며칠 전에 학교로 찾아온 에버렛에게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걸음을 옮겼다.
수업이 끝난 호그와트는 수업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손을 잡고 학생들이 북적이지 않는 곳으로 향했다. 카멜리아는 호박색 눈을 깜박이며 다니엘이 선택한 오늘의 장소를 둘러보았다.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책의 냄새가 폐를 가득히 채웠다. 그립고 사랑스러운 냄새였다.
“야수의 도서관을 처음 본 미녀의 반응인 걸. 책을 사랑하는 클라이드답지 않군.”
“다니의 말대로 책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동안은 올 수 없었어요. 첫 번째 방문 이후로 도서관에 올 용기가 사라졌거든요.”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을 오빠가 망가뜨려서.
먼저 입학한 길버트의 말을 믿고 카멜리아를 믿지 않은 교수는 마지막까지 카멜리아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불신의 눈을 잊을 수 없었던 카멜리아는 그 날 이후로 좋아하는 도서관에 다시 발을 들이지 않았다. 다니엘이 아니었다면 다시 오지 않았을 장소는 퀴디치 경기가 열린 탓에 텅 비어있었다.
“다니랑 둘만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둘만 있지, 우리 아가씨.”
작게 웃음을 터뜨린 카멜리아의 손이 초상화를 가리켰다. 가끔 다니엘을 로렌스. 라고 불러 다니엘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짓궂은 초상화들이 다니엘과 카멜리아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와. 카멜리아는 먼저 걸어가는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
다니엘이 멈춘 곳은 짓궂은 초상화들의 장난이 걸려오지 않을 도서관의 구석이었다. 책장에 꽂힌 다양한 책을 보던 카멜리아는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 다니엘의 입술을 보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어제 키스에 대한 이야기로 늦게까지 대화를 했기 때문이리라. 굉장히 달콤하다거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친구들이 다니엘과 키스해봤냐고 물어본 순간, 카멜리아는 상냥한 아멜리아를 도움을 호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상냥한 아멜리아는 카멜리아를 위해 대화의 주제를 바꿔주었지만 대화의 영향까지 지워줄 수는 없었다.
다니엘과 데이트 한다는 것을 티내는 카멜리아를 잘 다녀오라며 배웅해준 아멜리아는 다니엘의 친척이었다. 다니엘과 사귄다는 것을 알린 후에 둘의 관계를 듣게 된 카멜리아는 가끔 아멜리아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빛과 같은 친구가 배웅해주며 매만져준 머리의 리본을 손으로 건드렸던 카멜리아는 용기를 쥐어짜 다니엘의 곁으로 다가갔다. 시간이 흘러 처음보다 더 벌어진 키 차이 덕분에 다니엘을 올려다보게 된 카멜리아는 자신이 온 것을 모르는 듯 책장을 보는 다니엘을 불렀다.
“다니.”
우리 키스할래요?
낭만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키스 요구였다. 첫 키스를 이렇게 요구하는 자신을 다니엘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 카멜리아가 황급히 방금 한 말을 무르려고 했을 때였다. 카멜리아의 허리를 단단한 팔이 감았다. 고백 받았던 그때보다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니엘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커진 제 심장소리에 얼굴이 빨갛게 물든 카멜리아에게 다니엘이 물었다.
“키스하고 싶어?”
네. 라고 대답할 용기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자 빙그레 웃은 다니엘의 입술이 카멜리아의 입술에 닿았다. 놀라서 감지 못한 두 눈을 카멜리아는 벌어진 입 안에 혀가 들어온 후에야 감았다. 키스는 친구들이 만한 것처럼 달콤하지도 않았고 하늘을 나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원하는 열기가 하나로 뒤섞이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둘 밖에 없는 도서관에서의 키스 이후, 꿈만 꾸면 다니엘이 나왔다. 카멜리아는 오늘도 다니엘의 꿈을 꾸었다. 너무나 보고 싶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추스르는 사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왔다. 모든 짐을 챙긴 가방을 가지고 호그와트 밖으로 나온 카멜리아의 주위를 부엉이가 빙글빙글 돌았다. 빙글빙글 돌던 부엉이가 떨어뜨린 편지를 본 카멜리아는 가방조차 놓고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려 도착한 곳에 가방을 잃어버렸다던 다니엘이 있었다. 카멜리아를 본 다니엘이 웃었다.
“도와줘.”
클라이드.
녹을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니엘이 가방을 잃어버릴 리가 없다. 짐을 싸지도 않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카멜리아는 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자신이 오빠에게 얽매였듯 다니엘에게도 다니엘을 얽매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를 얽매는 무언가가. 진실을 묻지 않기로 한 카멜리아는 다니엘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내민 석류를 전부 먹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대화의 주제로 삼았던 날, 다니엘은 카멜리아에게 물었다. 네가 페르세포네라면 어떻게 할 거지, 클라이드? 카멜리아는 대답을 해주지 못 하고 당황하다 잘 모르겠어요. 라는 애매한 대답을 내어준 그 날을 떠올렸다. 그 날은 대답하지 못 했지만 오늘은 대답할 수 있다. 만약 자신에게 석류를 내미는 하데스가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라면,
“가방 찾으러 가요.”
카멜리아 테슬라는 그 석류를 전부 먹고 명계에 떨어지리라. 아름다운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 해도 명계에 남는 일을 선택할 카멜리아가 다니엘의 손에 자신의 손을 단단히 얽었다. 어디에 놨는지 기억나요? 카멜리아는 또 한 번 거짓말이라는 석류를 삼켰다. 전부 삼킬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사랑하고 있었다.
눈 깜작할 사이에 졸업이 다가왔다.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카멜리아는 다니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쑥쑥 자라 카멜리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키가 커져버린 다니엘은 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 짓눌린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여유로워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그 여유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카멜리아가 웃으며 다니엘을 불렀다. 다니. 여기 있어, 클라이드. 라고 대답하는 다니엘을 보던 카멜리아는 졸업한 후에 살 집을 아직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니엘 역시 그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까? 궁금해진 카멜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니는 졸업하면 혼자 살 거예요?”
“내가 왜 혼자 살아? 너 두고.”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카멜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언제나처럼 놀리는 대신 당황해서 떨어지려는 카멜리아를 두 팔로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으로 인도한 다니엘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지 못 하고 자신의 이름만 부르는 카멜리아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녹을 것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는 나 두고 혼자 살 거야?”
카멜리아는 부정의 뜻을 담아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니엘을 두고 혼자 살다니. 말로 들려주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카멜. 자신의 대답을 말로 정확히 들려달라고 요구하는 얄미운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은 카멜리아는 다니랑 같이 살 거예요. 라고 중얼거린 뒤, 입을 맞췄다. 긴 입맞춤의 끝을 알리듯이 입술이 떨어진 후에도 카멜리아는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은 손을 풀지 않았다.
“계속 끌어안고 있을 생각이군요, 레이디 테슬라.”
“아무도 안 보잖아요.”
“보고 있으면 풀 거야?”
“아뇨.”
그럴 마음 없어요. 라고 분명히 말한 카멜리아는 한 번 더 다니엘에게 입을 맞췄다. 이번 입맞춤 역시 길고, 길었다.
*
티아의 생일을 축하합니다!^ㅇ^
네이버에는 풀버전을 올릴 수 없으므로 풀버전은 언제나처럼 디엠 배달을 하겠어. 올해 생일도 축하하고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 많이많이 생기길 바라.
티아 꼬옥. 행복한 생일 보내길 바라구 생일 다시 한 번 축하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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