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웃은 날
“당신을 찍고 싶어. 생각이 있으면 그 명함에 있는 번호로 연락 해줄래?”
갑작스러운 제안과 함께 건네진 명함을 보던 붉은 입술을 가진 간호사는 죄송해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라는 대답과 함께 손에 든 명함을 돌려주었다. 린도는 간호사―정아를 생각하며 몇 번째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찍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얼마나 진심이었는지까지 말하면 정아는 분명 도망치고 말았으리라.
정아 몰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린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의 우는 얼굴을 그 사람의 허락도 받지 않고 찍어버리고 말았다. 찰칵. 거리가 있어서 그녀에게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이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진에 대해 말하려고 찾아갔을 때, 그녀는 울지 않았다. 아프지도 않았는데 접수처의 그녀에게 이름을 말하고 진료를 받았다. 덕분에 린도는 맞을 생각도 없었던 링겔을 맞았다.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는 손에 눈이 갔을 때, 린도는 자신이 정아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빠른 사랑은 린도도 처음이었다. 빠른 속도만큼 빠르게 식어버리는 게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린도는 시간이 나면 정아가 근무하는 병원에 찾아갔다. 의사가 아프지 않으면 찾아오지 마시라고 핀잔을 할 정도였다.
또 핀잔을 들으면 이 병원에 찾아오기가 애매해질 것 같아서 환자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 찾아가서 그녀를 만나 명함을 건네고 그녀를 더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모델이라는 제안을 건넨 것이 어제였다. 결과는 거절이었다. 예상했지만 입맛이 썼다. 달콤한 음식으로는 사라지지 않을 쓴 맛을 없애기 위해 린도는 찬장을 뒤져서 찾아낸 티백을 찾았다. 허브티 하나가 정수기에서 막 나온 뜨거운 물에 풍덩하고 떨어졌다. 제대로 우러나지 않은 허브티를 몇 모금 마신 린도가 정아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정아.”
정아의 이름은 최정아였다.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는 낯선 성이 이름 앞에 위치한 타국의 이름이었다. 낯선 이름을 발음하기 위해 린도는 꽤 애를 썼다. 그녀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발음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아깝지 않았다. 앞으로 아깝지 않겠지. 다만, 정아의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사실은 아쉽다고 생각하며 린도는 남은 허브티를 마셨다. 대충 우려낸 허브티는 맛이 없었다.
오늘의 정아는 울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최정아.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부르자 정아의 검은 눈이 린도를 담았다. 안녕하세요, 린도 씨. 병원이 아닌 곳에서 그녀를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봄의 햇살 아래에 있는 그녀의 옆에는 꽃들이 피어있었다. 린도는 그 꽃보다 그녀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꽃도, 꽃의 향기도 인지하지 않을 만큼.
“오늘은 안 아프세요?”
“이제 건강해. 당신이랑 의사 선생님 덕분이지. 당신은…”
오늘도 예쁘네.
제멋대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간 말에 눈을 깜박이던 정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보는 웃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는 얼굴보다 더 예쁜 얼굴이었다. 린도는 그 얼굴을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웃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을 자각한 린도는 정아를 보았다.
“시간 있으면 차라도 한 잔 마실래?”
고르고 고른 말이었으나, 거절하기 쉽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린도는 두 번째 거절을 예감하며 정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좋아요. 밥도 먹어요. 예상하지도 못한 승낙에 당황하던 린도는 정아가 울었던 그 날, 손수건을 건네주지 못한 손을 오늘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본 정아에게 내밀었다. 정아의 손이 린도의 손에 닿았다.
작고, 따뜻한 손이었다.
*
데이트 신청하는 린도로 린도정아.<<
연애전이라 평소보다 더 폭망이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랜만의 린도정아가 좀 달달하게 나와서 기쁘다.^ㅇ^
언니 언제나 고맙고 정아도, 알비도, 연아도 내가 좋아해 사랑해~
- 이전글연서 26.02.07
- 다음글오늘 밤은 당신의 꿈을 26.02.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