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당신의 꿈을
그리젤다가 처음으로 떠올린 전생의 기억은 죽기 직전의 기억이었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혼자라는 사실이 괴로웠지만 그리젤다는 버텼다. 죽으면 환생할 수 없어요. 두 손을 잡고 그 사실을 알려준 부드러운 목소리를 생각하면 다른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음에도 눈물이 났다. 3일을 고열로 앓고 겨우 의식을 회복한 소년은 밤마다 전생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하지만 목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물건을 떨어뜨리며 부쉈다. 책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부모인 그리젤다의 부친과 모친은 그럴 때마다 그리젤다를 품에 안고 달랬으나, 그리젤다는 그 행동이 더 괴로웠다. 채워지지 못 하는 것이 있었다. 어린 소년은 제 인생이 사막 같다고 생각했다. 물 한 방울 없는 뜨겁고 뜨거운 사막.
“안녕하세요.”
그리젤다는 목소리의 주인은 생각보다 빠르게 만날 수 있었다. 이웃집에 새롭게 이사를 온 소녀는 집에 들어가려던 그리젤다와 그리젤다의 모친에게 인사했다. 이미 아는 사이인지 모친은 클레어 양이야. 인사하렴. 하고 그리젤다에게 소녀―클레어를 소개했다. 군데군데 빈 부분이 있던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꽤 많은 양이었음에도 그리젤다는 큰 패널티를 받지 않았다. 처음 떠올렸을 때, 받았던 패널티에 적응한 탓이리라.
“안녕, 누나.”
환히 웃으며 인사하면서 그리젤다는 클레어와 자신의 나이 차이를 가늠해보았다. 네 살인가 다섯 살 정도일까. 전생의 그녀가 병에 걸려 먼저 죽어버린 것과 일치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성장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소년의 마음이 술렁거렸다. 그때, 백신인지 뭔지를 맞지 않고 같은 시기에 죽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갑자기 울어서 그녀를 놀라게 하기는 싫었기에 억지로 참고 참았다.
같은 나이로 태어나고 싶었다. 환생할 수 없다는 현실만 아니었다면 자신은 바로 목숨을 끊고 클레어를 따라갔을 텐데. 그리젤다는 넘쳐흐르는 복잡한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누르기 위해 클레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요. 환히 웃으며 말하자 클레어가 손을 잡았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접촉한 클레어의 선명한 온기가 그리젤다의 손을 잡았다. 짧은 악수가 끝나고 클레어는 집으로 들어갔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가진 소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눈에 새긴 그리젤다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클레어.”
드디어 떠오른 기억들이 그리젤다의 아픔을 건드렸다. 펑펑 울고 싶었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나를 봐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클레어는 아직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했다. 자신과 다르게 영원히 기억하지 못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전생을 믿지 않아도 그녀는 클레어였으니까. 자신의 클레어. 사랑하는 클레어. 그리젤다는 호흡했다. 드디어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당신과 내가.
그것이 너무 기뻐 그리젤다는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을 시간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클레어가, 있었으니까. 리제라고 불러줘요. 내일 입에 올릴 말에 클레어가 보일 반응을 기다리며 그리젤다는 눈을 감았다. 오늘 밤은, 전생의 꿈이 아니라 다시 만난 클레어의 꿈을 꾸길 바라며.
*
트위터에서 쏘님이랑 푼 나의 지구를 지켜줘 AU 기반의 리제클레어를 짤막하게라도 쓰고 싶어서 써봤습니다.^ㅇ^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쏘님이랑 클레어 제가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리제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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