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giere
돈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시간이 자유로워서 나태의 유혹에 빠져버릴 수 있는 프리랜서로 일하지 않았겠지만, 리딜에게는 돈이 있었다. 복권 두 장이 준 부유를 리딜은 마음껏 누렸으며 앞으로도 마음껏 누릴 생각이었지만 일을 엉망으로 하지는 않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만큼 실력이 곧 인맥이었으며 실수 또한 없어야 했다. 그것이 브레이크의 존재를 망각한 자동차처럼 멋대로 살았음에도 리딜의 일이 끊어지지 않은 이유였다.
이번에 들어온 일은 집이 한 채 더 늘어나지 않았다면 하지 않을 일이었다. 먼 거리에 위치한 일을 하려면 호텔이 필수적이었다. 인맥을 넓히기 위해 페이에 안 맞는 일도 받았던 예전에는 거리도 고려하지 않았던 속기사는 거리조차 고려할 정도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에 복잡하게 웃으며 일반 키보드와는 다른 키보드 위에 놓인 손을 움직였다. 빠르시네요. 하고 감탄하는 경찰의 목소리에 리딜은 여우와 비슷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빨리 일을 끝내면 좋은 일이 생기거든요.”
“어떤 일인지 궁금한데요. 아, 혹시 지금 대화나 행동도 적으시는 건 아니죠?”
리딜은 적을까요? 라는 농담을 던졌고,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은 그만두세요. 라고 리딜을 만류했다. 경찰서라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즐거운 분위기와 생각보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들은 일의 능률을 높였다. 빠르고 완벽하게 일을 끝낸 리딜은 같이 식사라도 하자는 경찰의 제안을 거절하고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바람이 리딜의 뺨을 두드렸다. 꽃나무가 있었다면 꽃잎도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을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풍경에 자신을 더해보던 리딜은 안 어울리네~ 라고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닮은 걸음은 그가 사랑하는 은색 페라리에서 멈췄다. 운전석에 탄 리딜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차가 도로를 달렸다.
“어서 와요.”
인사해주는 벨라를 품에 끌어안고 다녀왔어요, 벨라. 열심히 일하고 온 나를 벨라가 맞아주는 일상이라니. 최고네요. 라고 인사한 리딜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벨라의 냄새가 난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활짝 웃는 얼굴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리딜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어준 벨라는 씻고 와요. 라고 말했다. 금방 올게요. 기다려요, 벨라. 윙크까지 하면서 욕실에 들어간 리딜은 욕조에 받은 따뜻한 물에 일하느라 지친 몸을 묻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오래 앉아있는 것만큼 리딜과 안 맞는 것도 없다. 움직이는 것. 이야기 하는 것. 돌아다니는 것. 자신과 잘 맞는 것들을 생각하며 리딜은 욕실 천장을 보았다. 이렇게 안 맞는데도 다른 일을 찾을까? 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리딜은 그 이유를 자신이 이 일을 생각보다 많이 사랑해서. 라고 생각하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감지하고 입술을 삐죽였다. 또 혼자 요리하는 모양이다. 피곤한 건 나도, 당신도 같을 텐데.
“또 혼자 요리했죠?”
“간단한 요리였어요. 얼른 앉아요, 리딜.”
다 됐어요. 식기 전에 먹어야죠.
머리를 말리고 돌아온 리딜은 불만을 숨기지 않은 얼굴로 벨라를 보다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를 맡자 결국 표정을 풀고 의자에 앉았다. 하이네 벨라크루즈의 이런 점을 사랑했다. 그와 자신이 공통점이 없는 성격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차이점들 또한 사랑하는 리딜은 아직 입에 넣지 않은 스푼으로 떠낸 그라탕을 벨라에게 내밀었다. 리딜의 행동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벨라를 보며 리딜은 웃었다.
“먹여주고 싶어요.”
“당신.”
“입을 살짝 벌리면 끝나는 일이에요. 자아, 빨리 먹어줘요. 식겠어요.”
망설이던 벨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딜은 자신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벨라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먹는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일하느라 쌓인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리딜은 스푼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벨라의 요리는 예상대로 맛있었다. 자신의 몫이 될 설거지를 끝내고 이 요리의 레시피를 물어보기로 한 리딜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모든 일을 끝내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짝 눈을 감았을 뿐인데 11시였다.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벨라를 발견한 리딜은 몸을 움직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깨우고 싶지 않았다. 이것 또한 당신에게 배운 것이다. 배려. 그런 단어로 불리는 행동을 하는 여우를 닮은 청년의 입술이 움직였다.
“일을 할 때, 당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보고 싶었어요, 벨라.
입술이 벨라의 동그란 머리에 닿았다. 리딜은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벨라를 품에 안았다. 일을 할 때는 길다고 느껴졌던 시간이 오늘도, 짧게 느껴졌다.
*
쥐가 리퀘해준 리딜벨라.^ㅇ^
리딜은 오늘도 일도 잘 하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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