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용기가 필요한 순간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6:44

첫 데이트설레는 말이었지만 상대가 어제 사진으로만 얼굴을 본 사람이라면 설레지 않았다이게 다 알파베타오메가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랑하게 두지 않고 관리하겠다고 나선 정부 때문이었다어느 정도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연애와 결혼까지 빡빡하게 관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아쉐리카는 알파였다실력이 좋으면 오메가라도 기용했지만 자신과 다른 부서에 놔두는 것은 그놈의 페로몬인지 뭔지 때문이었다게다가 툭하면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잃어버리는 로맨스 드라마에 나올 일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오메가인 A회사의 CEO가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잃어버려서 회사에 막 들어온 신입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바람에 임신을 하고 약혼자와 깨졌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여동생이 눈을 반짝이며 언급하는 화제였다.

 

자신도 알파와 오메가 같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여동생의 혼잣말에 아쉐리카가 보인 반응은 원하는 대로 해였으나 실제로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았다알파베타오메가랑 관련되지 않아도 항상 파격적인 행보로 기사에 올라서 기자들에게 씹히고 썰리는 것은 자신 하나로 충분했다마음 여린 여동생이 겪을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집안의 어르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그 증거가 어제 아쉐리카의 메일로 날아온 한 통의 서류였다시간과 장소까지 기입해놓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는 자신의 데이트 상대인 그가 알파라는 것이 적혀 있었다알파베타오메가의 첫 발현은 30년 전이었다. 30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겨우 생겨난 관리국이 가장 곤란하게 생각하는 것은 알파였다재력과 권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다루기 까다롭고 건드리기 쉽지 않은 알파.

 

나가기 싫다.”

 

여행이라는 핑계를 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가는 연애하라며 오메가를 들이밀 기세였다어르신들이란혀를 차며 아쉐리카는 눈을 감았다잠은금방 오지 않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오는 남자의 피부는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그 피부색 덕분에 더 도드라지는 체릿빛 입술과 검은 머리카락검은 눈의 남자는 눈이 높다고 자부하는 아쉐리카가 휘파람을 불고 싶을 정도로 잘 생긴 미남이었다여운하예요여운하소리를 내지 않고 입속에서 방금 전에 들은 이름을 발음한 뒤아쉐리카는 제게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아쉐리카존댓말이 편해요라고 툭 내뱉듯이 묻자 운하는 편하신 대로 하세요라고 대답하며 덧붙였다쉐리 씨아쉐리카는 호박색 눈을 깜박였다자신을 부르는 이름임은 분명했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했기에,

 

한 번 더 불러봐.”

 

짓궂은 목소리로 물으며 생각했다이 사람알파라는 것을 떠나서 마음에 들었다.

 

당신시럽은 아예 안 넣네.”

단 음식은 안 좋아해요쉐리 씨는…

맛없는 음식이 싫어.”

 

한 입 입에 넣자마자 포크를 내려놓고 돌려보낼 정도로 음식에 까다롭게 구는 모습을 보였지만이미지를 신경 써서 억지로 먹는 포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 포장 없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오늘의 데이트 상대운하와 두 번째로 향한 장소는 공원이었다봄이면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공원에 있는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 운하는 건너편에 앉은 아쉐리카를 보다 물었다.

 

언제 알파라는 걸 알았어요?”

일곱 살당신은?”

쉐리 씨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이었어요.”

 

알파로의 발현이 아쉐리카처럼 깔끔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당신은 그런 사람일까궁금증을 삼킨 아쉐리카는 바람이 헝클이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다 운하의 검은 눈이 자신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순간정말로 눈앞에 있는 남자와 첫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알파와 알파를 테스트 하겠다는 관리국의 꿍꿍이에 의해 묶인 사이인데그 꿍꿍이대로 끌려가는 것은 싫었지만 운하에게 호감을 품은 것도 사실이었다이쪽으로 기울었다가 저쪽으로 기울었다가를 반복하는 저울을 닮은 기묘한 감정 속에서 아쉐리카는 손을 뻗었다운하의 뺨에 닿은 아쉐리카의 긴 손이 운하의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따뜻하네.”

어떤 감정이 담긴 행동인지 물어보고 싶네요.”

단순하다고 생각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그래단순하진 않아.”

 

당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기분이 들거든.

첫 데이트에서 꺼내기엔 파격적인 말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았다알파라는 것은 같았지만 다른 환경에서 살았고 성격 역시 많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운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자신의 뺨에 닿은 아쉐리카의 손을 잡았다금방이라도 깨질 물건을 잡은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인 운하의 손이 아쉐리카의 손을 자신의 입술 앞으로 끌어왔다손등에 입술이 닿았다운하의 행동이 증명해주는 운하의 마음에 아쉐리카는 기분 좋게 웃었다.

 

궁금한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줄게뭘 물어볼래?”

쉐리 씨라고 불렀을 때한 번 더 불러보라고 말한 이유가 알고 싶어요.”

 

그렇게 말한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할 줄이야솔직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지만 막상 대답하려니 어떻게 해야 멋진 대답이 될지 고민하느라 침묵이 길어졌다미안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넨 아쉐리카는 괜찮다고 대답하는 운하와 눈을 맞췄다책에서 본 말이 생각났다어떤 말을 할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자신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아쉐리카는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나를 쉐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어당신이 처음으로 쉐리라고 불렀어그러니까,”

 

계속 불러줘.

 

 

*

운하쉐리 8주년 축하합니다감사합니다사랑합미다~!(폭죽)

이번 운하쉐리는 에유오메가버스둘 다 알파알파인 것은 나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것이 맞습니다알파베타로 할까 고민하다가 좋아알파알파다하고 직진해봤는데 세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3^

8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8... 세하랑 운하오빠랑 쌓아올린 시간이 8년이래기분 좋은 마음의 발라당을 해본당히히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항상 건강해꼬오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