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분명 사랑
이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사랑을 받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책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지만 카멜리아는 상관하지 않았다. 한권만 사던 책을 세권이나 사고, 좋아하는 대사와 장면으로 노트를 채웠다. 그래도 부족했던 카멜리아는 카멜리아 테슬라라는 이름을 약간이나마 사람들에게 알린 음악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이용했다.
지금까지 써본 적이 없는 격렬한 감정을 녹여낸 파격적인 음악이 네 곡이나 탄생했지만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자신을 책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라는 작가의 작품이 격렬한 감정 하나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그의 작품은 파격적이었지만 파격이라는 단어 하나로 단순하게 정의하기에는 어려웠다. 지금까지 만든 음악들을 컴퓨터에서 완전히 삭제한 카멜리아는 소재를 정리하기 위해 쓴 마인드맵을 보았다. A4 종이를 가득히 채운 단어들과 문장들의 파도에서 유독 들어오는 단어는, 꼭 넣고 싶다는 생각으로 빨간 볼펜까지 사용해서 표시한 자유라는 단어였다.
파격과 자유. 카멜리아가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고 싶지만 한 번도 녹여내지 못한 두 가지 소재를 다니엘은 지금까지 쓴 작품들에 멋지게 녹여냈다. 그가 쓴 다섯 권의 책은 항상 이전에 출간한 책보다 파격적이었고 자유로웠다.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는 다니엘이 이번에 출간한 책은 네 번째 책까지는 참을 수 있었던 카멜리아의 창작욕을 바깥으로 끄집어낸 멋진 책이었다. 엔딩의 여운이 깊게 남았다는 감상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던 그 날, 올려놨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작업을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한 가수는 모니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헤드셋을 썼다.
백 년을 투자해도 다니엘의 책을 읽고 자신이 느꼈던 많은 감정들을 녹여낸 음악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
100퍼센트의 만족은 무리였지만 80퍼센트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곡을 SNS에 업로드한 카멜리아의 휴대폰은 오후부터 시끄럽게 울었다. 휴대폰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2시간 밖에 자지 못 하고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야 한 카멜리아는 자신의 휴대폰이 오후부터 시끄럽게 울었던 이유가 SNS의 알림 때문임을 깨달았다. 지금도 계속 되는 RT로 인해 시끄러운 휴대폰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신이 업로드한 글의 알림을 뮤트했다. 조용해진 휴대폰을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카멜리아는 자신의 글을 RT한 계정 중 하나가 다니엘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임을 발견했다.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SNS 유저들에게 항상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대형 출판사의 SNS 계정이 가진 영향력에 감탄하던 카멜리아는,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확인하고 메일함으로 들어갔다가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가님과 직접 만나고 싶어요.
긴장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카멜리아의 두 눈이 왼쪽 손목에 착용한 시계로 향했다. 자신이 만든 음악을 다음 홍보 영상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제안을 승낙할지 거절할지 대화하던 자리에서 카멜리아는 처음으로 소속사에게 사심이 듬뿍 섞인 부탁을 했다. 부탁을 들은 소속사는 다니엘의 이번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 조율하며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약속 시간인 6시보다 조금 빨리 도착한 카멜리아는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자신을 짓누르는 긴장을 느끼고 앞에 놓인 잔을 툭툭 건드리거나 시계를 확인했다. 사인이 있는 책으로 만족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카멜리아는 툭툭 건드리던 잔을 들어 차가운 물을 마셨다.
물이 반 이상 비워지고 약속 시간인 여섯시가 되었을 때, 다니엘이 도착했다.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머리카락과 차가운 회색 눈을 가진 책에서 튀어나온 신사처럼 단정하게 생긴 미남은, 의자에서 일어난 카멜리아를 보고 빙긋 웃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일 줄은 몰랐는데. 주어는 없었지만 그가 한 말의 뜻이 자신이 이 자리를 만들면서 드러낸 팬심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카멜리아는 알아챌 수 있었다. 예전에 작가,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아니라 인간,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궁금해서 읽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인터뷰는 기자의 노력으로 포장된 상태였지만 그가 얼마나 자신이 쓴 작품 이상으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니엘의 책에 녹아있는 파격은 그에게는 파격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입술을 움직였다.
“카멜리아 테슬라에요. 작가님의…”
“팬으로서의 마음을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웬디처럼 드러낸 굉장한 팬이시죠. 압니다, 레이디 테슬라.”
“첫 책부터 쭉 보아온 오랜 팬이에요. 작가님 책은 매번 세 권씩 샀어요. 첫 책부터 이번에 나온 책까지 전부. 이번 책은 울어버릴 정도로 좋아서 음악까지 만들었고요.”
기회가 온다면 80퍼센트가 아니라 100퍼센트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만들게요. 기다려주실래요?
첫 인상은 좋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쓴 작가를 만나 식사를 한다는 상황에서 오는 팬심을 주체할 수 없었던 카멜리아가, 속사포처럼 쏟아낸 말을 들은 다니엘은 움직임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 다니엘의 웃음으로 자신이 방금 한 일을 자각한 카멜리아는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의자에 앉았다. 사과보다 더욱 빨갛게 물든 자신의 얼굴이 얼른 진정되길 바라며 카멜리아는 다니엘이 오기 전에 물을 마시느라 립스틱이 묻은 잔을 들었다.
엉뚱한 대답을 내어놓기는 했지만 다니엘은 카멜리아를 예전에 인터뷰했던 기자처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 눈앞의 그는 레이디를 상대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그 시대의 신사보다 자유로웠지만.―처럼 보였다.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는 다니엘의 모습을 눈에 담던 카멜리아는 자신의 입으로 들어올 시간을 기다리는 디저트가 붙잡힌 은색 포크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다니엘의 눈이 자신의 눈과 마주친 순간, 카멜리아는 소속사에게 부탁했던 그때보다 더욱 큰 용기를 내기 위해 벌렸던 입술을 닫았다.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한 마디가 SNS에 음악을 업로드 하는 일보다 더 힘들다니. 한숨을 삼키고 포크를 집으려는 카멜리아의 귀를 다니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두드렸다.
“네 개까지 모아본 적 있습니까?”
“네?”
무엇을 네 개까지 모아본 적 있는지 정확히 이야기 해주지 않고 질문을 끝낸 사람처럼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다니엘에게, 답을 해주기 위해 좋아하는 물건이라면 네 개 이상이라도 모을 거예요. 라고 대답한 카멜리아는 갑자기 내밀어진 다니엘의 책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싫은가. 라고 묻는 다니엘의 말에 카멜리아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정말로 기뻐요!”
이 책을 가보로 물려줄 그 날까지 소중히 보관하겠다는 카멜리아의 말을 들은 다니엘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카멜리아를 보았다. 자신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을 때처럼 팬심을 주체하지 못 했음을 깨닫고 귀까지 빨개진 카멜리아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니엘에게 받은 책을 조심스레 펼쳤다. 사인과 함께 꽂혀있는 새하얀 명함이 책을 펼친 카멜리아를 반겼다.
연락처를 교환한 뒤, 먼저 연락한 사람은 카멜리아였다. 다니엘의 답장은 카멜리아가 답장을 기다리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 순간, 도착했다. 짧은 답장임에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카멜리아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책을 세 권이나 살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였기에 근사한 말을 적고 싶은 마음으로 포장한 말들을 이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작성해서 보내는 메시지의 답장은 휴대폰을 내려놓을 즈음에야 도착했다. 이 사람, 내가 휴대폰 내려놓을 타이밍 아는 거 아니야? 라고 중얼거리며 내려놓으려던 휴대폰을 건드리는 카멜리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카멜리아가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이름으로 바꾸고, 다니엘이 사용하던 존댓말을 반말로 바꿀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엔 애매한 사이였다. 고백과 대답. 연인이라고 불리기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술잔 안에서 찰랑이는 노을을 닮은 술을 보았다.
“클라이드는 술을 싫어하나.”
“싫어하진 않아요.”
“좋아하지도 않지.”
“싫어하진 않는다는 대답이 그렇게 해석되기도 해요?”
“얼굴에 쓰여 있으니까요, 레이디 테슬라.”
얼굴에 쓰여 있다고 말한 다니엘은 대화하는 사이에 술잔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진 카멜리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입술 앞으로 가져왔다. 손등에 다니엘의 입술이 스쳐서 감촉과 열기를 남기는 순간은 자신이 만든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때보다 긴장되고 설렜다.
자신이 느끼는 이 긴장과 설렘이 모두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지금은 잘 알고 있는 카멜리아는 손등에 떨어진 키스의 여운을 안고 레이디처럼 수줍게 웃었다. 다니엘이 애칭처럼 부르는 이름인 클라이드가 애칭이 아니라 다니엘이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아서 사용하는 이름임을 알았을 때는 마음이 복잡했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심을 누르면 다니엘의 곁에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도 괜찮다고 생각할 그 날까지 자신이 품은 감정을 열심히 숨기겠다고 결심하고 어두워지려는 표정을 고치는 카멜리아의 이마에 어느새 자리를 옮겨 옆에 앉은 다니엘의 이마가 닿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빠르게 뛴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면서도 당황한 카멜리아였으나 너무 가깝다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푸른 수염은 언제까지 비밀을 숨길 수 있을까.”
“부인이 호기심을 누르지 못 하고 열쇠로 열 때까지요. 하지만 부인은…”
“죽었지.”
호기심은 개구리를 죽이는 법이니까.
살아난 부인도 있는걸요. 라고 말하는 카멜리아의 두 눈에 웃는 다니엘의 모습이 비춰졌다. 다니엘의 주량은 몰랐지만 그는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취했다면 주량보다 더 마신 자신이 취했겠지. 이성을 유지하는 것도 신기했고, 충동적이 되지 않는 것도 신기했다. 술버릇이 나쁘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이렇게 가까우면 한계가 온다. 카멜리아는 한계에 도달한 자신을 인정하고 많은 말들을 삼킨 입술을 움직였다.
“만약에 내가 푸른 수염을 썼다면 그렇게 잔인한 방향이 아니라 행복한 방향으로 썼을 거예요. 모두가 죽지 않고 행복한 길을 찾는 방향. 나는, 해피엔딩이 좋아요.”
“내 책에는 해피엔딩이 없어, 클라이드.”
“그래서 신기해요. 해피엔딩이 아닌데도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의 책을 좋아하는 내가요.”
그래서, 다니엘까지 좋아할지 몰랐어요.
술을 마셔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덧붙일지 말지를 고민하며 입술을 깨무는 카멜리아의 뺨에 다니엘의 입술이 닿았다. 장난치듯이 하는 손등키스와는 달리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놀란 카멜리아의 뺨에 한 번 더 다니엘의 입술이 닿았다.
“좋아해요?”
“네가 나한테 확실한 대답을 요구할지는 몰랐는데.”
“욕심이 생겼거든요. 이 욕심은 당신이 만든 욕심이에요. 그러니까…”
카멜리아가 다니엘의 귀에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들은 다니엘은 카멜리아를 두 팔 안에 가둔 뒤, 고개를 숙였다. 녹을 것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다니엘이 이름을 불렀다. 카멜리아. 대답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벅찬 기쁨에 젖어 눈을 감은 카멜리아의 입술을 다니엘의 입술이 덮었다. 알코올 기운까지 날려 보내는 깊은 입맞춤 안에서 카멜리아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더욱더 커질 사랑이 두려웠지만 괜찮았다.
이 사랑을 당신에게 전부 줄 수 있는 미래가 찾아왔으니까.
*
다니카멜 5주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ㅁ^
다니카멜이 5주년! 5주년! 5주년이 됐어.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쓴 이번 연성은 에유입니다~ 팬심, 덕심 빰빰빰 신나게 드러내는 카멜이랑 팬심, 덕심 받는 다니 쓰는 게 참 재미있었는데 티아도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다!^0^
5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티아랑 다니 내가 많이 좋아해. 사랑해! 그리고 매년 생일마다 두 배 이상의 기쁨, 행복을 줘서 꼬마워. 부비부빗!!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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