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Summer Night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6:21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장마철이었다오늘도 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녁까지 쏟아졌고불어오는 바람은 가을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차가워졌다가장 약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감기에 걸릴 것처럼 차가운 바람을 선물하는 선풍기를 끈 것은 운하의 손에 들린 리모컨이었다빠르네아쉐리카가 입술을 움직여 내뱉은 감탄의 말 뒤에 이어진 휘파람 소리를 들은 운하가 아쉐리카와의 거리를 좁혔다상을 줄래요어떤 상이냐고 모르는 척 묻고 싶었지만 서로의 눈치가 그 정도로 멸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쉐리카도운하도 알았다.

 

어디에 받고 싶은지 말해봐.”

쉐리 씨를 바라보는 눈에 받고 싶기도 하고쉐리 씨랑 대화를 하는 입술에 받고 싶기도 해요.”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을 좋아해.”

 

말을 마친 아쉐리카의 입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운하의 눈이었다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진 입술은 아래로 내려가 운하의 체릿빛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아쉐리카의 두 가지 선물을 받은 운하의 검은 눈과 입술에 기쁨을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모습이었으나 그 모습은 오늘도 아쉐리카를 설레게 했다사랑이란 마법이 선물한 신비 속에 잠겨있던 아쉐리카는 선풍기를 틀지 않았는데도 시원한 오늘의 달력에 적혀있던 소서라는 푸른색의 글씨를 생각했다.

 

24절기한국에 와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화는 오늘부터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작은 더위한글도 사용하지만 한글만큼이나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한자는 사실 24절기만이 아니라 운하의 이름에도 있었다여운하(璵云遐). 자연스럽게 발음하기 위해 몇 번이나 연습하던 옛날에도당신이라는 호칭보다 더 많이 부르게 된 지금도 부드럽다고 생각했던 이름에 담긴 뜻을 생각하던 아쉐리카는 긴 손가락으로 운하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운하는 아쉐리카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긴 사람처럼 얌전히 있었다.

 

당신이 얌전히 있으니까 어린 시절처럼 장난치고 싶어.”

어린 시절의 쉐리 씨는 장난꾸러기였나 보네요.”

언니랑 동생이 질색할 정도였지.”

 

운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이 느릿하게 움직여 운하의 귀에 닿았다어린 시절처럼 장난치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쉐리카는 어른이었다아무리 바라도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은 귀에 손이 닿았는데도 긴장하지 않는 연인을 가만히 바라보다 손을 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어깨로 내렸다.

 

쉐리 씨는 손을 이용한 귀여운 장난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귀여워?”

사랑스럽기도 하고도발적이기도 하네요.”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려준 운하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른 아쉐리카는 한 번 더 어깨를 주무른 뒤에 떨어진 제 손에 닿은 운하의 손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잡혀주지 않고 도망갈 수도 있었으나 순순히 잡혀준 아쉐리카의 손은 운하의 입술 앞에 도착했다입술이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진다아까 전에 아쉐리카가 상으로 선물했던 입맞춤보다 가볍고 짧은 입맞춤은 아쉐리카의 마음에 아쉬움을 심었다.

 

짧은 키스라서 아쉽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자 운하는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손등에 입을 맞췄다아까 전보다 길게 닿아있는 입술을 통해 온기와 감촉을 느낀 아쉐리카는 방금 전보다 긴 키스를 통해 느낀 만족을 숨기지 않았다운하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방금 전까지 제 손등과 닿아있던 운하의 입술에 키스한 것은 숨기지 않은 만족의 답례이자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한 욕망의 표현이었다.

 

서로의 호흡과 온기를 나누는 소리로 채워지던 소파에서 겹쳐졌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바람 이상으로 서늘한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온 후에야 떨어졌다키스의 여운을 담은 눈으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 중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아쉐리카였다.

 

난 옛날부터 여름을 좋아했어.”

여름은 쉐리 씨랑 어울리는 계절이죠쉐리 씨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요.”

생일이 있어서 좋아하기도 했지만크면서 다른 이유가 생겼어.”

괜찮다면 이유를 들려줄래요?”

 

밤이 굉장히 길거든.

말을 마친 아쉐리카의 입술이 방금 막 떨어진 운하의 입술에 가볍게 눌러졌다방금 전의 키스가 운하에게 선물한 온기가 자신과 같은지를 확인하려는 듯이 머물렀던 입술을 천천히 떼어낸 아쉐리카가 입술을 달싹였다당신을 원해더 이상의 접촉이 없어도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의 뜻은 운하에게 분명히 전해지리란 사실을 아는 아쉐리카는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며 운하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도 그래요.”

 

쉐리 씨혼자만 부르는 아쉐리카의 애칭을 달콤하게 속삭인 운하는 아쉐리카를 품에 안았다얼마나 원하는지 어떻게 원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듯이 아쉐리카 역시 두 팔로 운하를 끌어안았다이 포옹이 끝나면 말이 필요하지 않은 둘만의 시간이 온다그 시간은 밤이 굉장히 긴 오늘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테지운하이름을 불러 운하가 자신을 보게 한 아쉐리카가 말했다.

 

운하와 같은 마음이라서 기뻐.”

 

자신의 말에 대답하려는 운하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은 아쉐리카는 혀와 타액이 뒤섞이는 입맞춤을 이어가며 눈을 감았다멈췄다고 생각한 비가 다시 창문을 두드렸지만 서로를 탐하기 시작한 연인은 어떤 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취한 두 사람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지 않고 침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사라진 침실의 문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다.

 

 

*

운하쉐리 2900일 축하합니다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이번 연성은 운하쉐리가 안 떨어지고 꼭 붙어있는 둘만의 시간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시작했는데 그 욕망이 잘 나타났음 좋겠다처음부터 끝까지 둘이 붙어있어서 쓰는 내내 즐거웠어더 붙어있어라더우면 에어컨 틀고!<<

29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세하랑 운하오빠 내가 좋아해 사랑해더위보다 더 힘든 일이 있는 여름이지만 내일은 좀 더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세하도나도 말이야꼬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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