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랑을 당신에게
“늦은 시간인데 안 자네요, 나단.”
루우네 메라클의 방문은 언제나처럼 갑작스러웠다.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왔어요, 루우네? 라고 물어본 나단 윈체스터는 두 팔로 루우네를 끌어안았다. 나단의 품은 언제나처럼 따뜻했다. 루우네는 그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열쇠까지 받았지만 루우네는 새벽에는 언제나 괴도처럼 창문을 이용했다. 마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소리를 내서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쪽이 좋았다. 나단과 일생을 함께 할 착한 반려견, 노엘은 이제 루우네를 봐도 짖지 않았다. 하지만 루우네는 노엘이 짖지 않는 이유가 자신이 주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임을 알고 있었다. 해를 끼친다면 언제든 이를 드러낼 노엘은 오늘도 나단의 발밑에서 꼬리를 느리게 흔들고 있었다. 회색 털을 여름을 맞아 깔끔하게 다듬은 슈나우저의 주인에게 루우네가 물었다.
“왜 안 잤어요?”
“과제가 있었어요.”
나단은 대학생이었다. 오늘 안에 해버려야 주말에 편해요. 라고 말하는 나단의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있었다. 피곤한 나단을 바라보던 루우네는 나단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나단은 허둥대지 않고 걸음을 옮기는 루우네를 따랐다. 꼬리를 느리게 흔들다가 잠이 들었는지 나단이 움직이면 들리는 슈나우저의 발톱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식탁에 도착한 루우네는 나단이 의자에 앉자 마법을 이용해 크기를 축소한 상자를 원래의 크기로 돌린 후, 식탁 중앙에 내려놓았다. 상자를 열자 보관 마법까지 걸어둬서 받았을 때의 상태로 보존된 달콤한 초코 케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체리까지 완벽하게 얹어진 초코 케이크를 본 나단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 케이크, 사기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요, 루우네.”
“빨리 줄 서는 데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마법이라는 편법과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라는 것이 가능케 한 배려에 나단은 고맙다고 말하고 아직 의자에 앉지 않은 루우네의 소매를 잡았다. 루우네는 소매를 잡은 나단의 손을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앉아달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루우네는 성격이 좋지 못 했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사귀게 된 나단 역시 알고 있으리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요, 나단?”
이름까지 부르며 묻자 나단은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의견을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날이 많은 청년은 용기를 내서 입술을 움직였다. 같이 먹어요. 잘 했어요. 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솔직한 요구가 루우네의 귀를 두드렸다. 루우네는 요염하게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나단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루우네의 소매를 잡은 손을 놓은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가져오겠다며 빠르게 움직이는 나단의 뒷모습을 보며 루우네는 상자를 덮었다.
“주말에 시간 있어요?”
초콜릿 케이크 절반이 상자에서 사라졌을 때, 나단이 던진 질문을 들은 루우네는 언제나처럼 갑자기 일이 생기는 일이 없기만 바라줘요. 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나단은 분명 그런 날일 거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을 하다가 올려본 달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의 청년은 새처럼 재잘거리다가 하품을 했다.
“미안해요. 요새 피곤해지는 일이 많아서.”
“도와줄 테니까 얼른 케이크랑 컵 치우고 자리 옮겨요.”
“하지만 자버리면 루우네랑…”
“잊었어요, 나단? 난 마법사에요.”
당신의 꿈에 나타나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루우네가 왼쪽 눈을 윙크하며 말하자 나단은 웃음을 터뜨린 뒤, 식탁을 장식한 케이크가 든 상자와 케이크를 덜어먹기 위해 준비한 두 장의 접시와 커피가 담긴 컵. 그리고 포크를 루우네와 함께 치웠다. 늦은 저녁이라 설거지 할 그릇은 물을 잠깐만 틀어서 담가둔 나단은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은 후, 루우네와 함께 소파로 향했다. 나란히 앉아있던 나단이 용기를 내서 루우네의 무릎에 머리를 댔다. 나단의 채도가 낮은 금발을 루우네는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과제는 다 끝났어요?”
“조금만 더 하면 끝나요.”
“그럼 자도 괜찮겠네요. 자요, 나단. 나를 꿈에서 보고 싶다면요.”
“너무 달콤한 꿈이라서 깨고 싶지 않겠네요.”
“깨울 때는 키스해줄게요.”
나단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얼굴이 귀 이상으로 붉어졌을 것을 예상했지만 루우네는 나단이 억지로 자신을 보게 하지는 않았다. 그 예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붉어진 귀를 가끔 가다가 툭툭 매만졌다. 귀를 만질 때마다 움찔하던 나단은 피곤을 참을 수 없어졌는지 결국 꿈나라의 문을 열고 말았다. 아까 전에 이야기 해준 것처럼 루우네는 그의 꿈에 자신이 나올 수 있도록 약간의 ‘조정’을 했다. 검게 물든 눈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상관이 알면 그런 곳에 쓰는 힘이 아니라고 잔소리를 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루우네 메라클의 능력은 나단 윈체스터의 사랑에 의해 유지되는 능력이었다. 세계의 위협도, 세계의 평화도 그의 사랑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 때처럼 나단 윈체스터를 갉아먹을 것이다. 생김새는 달랐지만 색도 이름도 같은 슈나우저를 데리고 산책하던 나단을 만난 그 날이 생각났다.
-안녕하세요. 이 근처에서는 처음 뵙는 분이네요. 이사 오셨어요?
인사를 건네며 웃던 얼굴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그의 죽음을 처음으로 경험한 상황이라면 그는 나단 윈체스터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으리라. 매번 나를 사랑하며 죽는 당신과 그런 당신을 매번 사랑하고 죽이는 나. 이번 생의 당신이 죽으면 나는 또 당신을 만날 날을 기다리겠지. 당신이 새긴 사랑을 더듬으며. 영원히 이어질 사랑을 담아 루우네 메라클은 나단 윈체스터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나단.”
매번 당신을 사랑해서 기뻐요. 이 말에 담긴 진실을 안 당신은 내게서 도망갈지도 모르겠지만요.
속삭인 루우네는 나단을 공주님처럼 안아들고 침실로 향했다. 오늘 밤의 나단은 자신이 선물한 달콤한 꿈에 젖어있을 것이다.
피곤을 잊어버릴 정도로 오래도록.
*
루네나단 300일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환생한 나단이랑 만난 루우네 이야기를 써보았음.ㅇㅅ< 자기 입으로 말하는 날이 언젠가() 오긴 하겠지만 나단이 있어서 루우네는 많이 변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아두 이런저런 부분이 말이야. 이번 연성에서 루우네가 좀 말랑달달해보이는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네. ㅋㅋㅋㅋㅋ
300일이나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도 랑이사랑 나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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