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카멜리아 테슬라가 태어난 나라는, 마법이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이 태어나는 나라였다. 많은 사람들은 여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라고 말하며 나라에 대한 사랑을 뽐냈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그는 오늘도 웃으며 말했다. 저주지. 3단 접시를 장식한 쉽게 구할 수 없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만든 티푸드와 깊은 향기를 자랑하는 홍차가 만든 평화로운 티타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으나, 그에게는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찻잔을 들었다.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아버지, 로렌스 윈체스터의 뒤를 이어 윈체스터 백작이 된 그는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였다. 문제는 가장 뛰어난 마법사인 다니엘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소중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물건도 부숴버린 새하얀 얼굴의 귀공자는, 백작이 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백작이 되면 더 심해질 거라고 예상하며 그가 작위를 받는 것을 반대한 사람도 있었으나 그는 백작이 되었다. 눈치만 살피던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축하 선물을 보내온 사람은 후견인의 도움으로 사업을 일으킨 테슬라 가문의 장남, 길버트였다.
일으킨 사업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준비한 값비싼 선물과 아름답다고 소문난 여동생. 로렌스가 백작이던 시절에 있었던 길지 않은 교류를 핑계로 선물을 보낸 길버트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뻔히 보였기에 모두가 다니엘은 값비싼 선물도, 길버트의 여동생도 지금까지 부숴버린 사람과 물건처럼 부술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으나 딱 하나만이 빗나갔다. 값비싼 물건도, 선물을 보낸 길버트 테슬라도, 길버트가 일으키던 사업도 엉망으로 만든 다니엘은 아름답다고 소문난 길버트의 여동생만은 부수지 않고 곁에 두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길버트의 여동생이 마녀라는 소문을 믿었으나, 소문은 금방 사라졌다. 소문을 내는 자만이 아니라 소문이 있다는 사실조차 사라진 나라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누군가에겐 저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저주가 아니에요. 덕분에 다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말을 마친 카멜리아는 찻잔을 든 손을 내렸다. 나라에 평화를 찾아오게 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는 그 손을 잡았다. 손등에 간지러운 입맞춤이 떨어졌다. 카멜리아가 길버트 몰래 구한 사랑의 묘약을 차에 탔고, 그 차를 다니엘에게 먹인 것은 사실이었다. 마녀라 불릴만한 짓이었으나 카멜리아에게는 퇴로가 없었다. 행복한 어린 날을 기억하게 해주는 윈체스터 저택에서 다니엘에게 부수어 지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가면 자신을 때릴 길버트가 무서웠다. 때리는 것으로 끝날까. 길버트가 친구라고 데려오는 사람들과 후견인이 제 방의 방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건드리는 소리를 듣고 몰래 베개 밑에 나이프를 숨겼던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울면서 탄 사랑의 묘약이 섞인 홍차의 반을 다니엘은 카멜리아에게 내밀었다.
다니엘은 독을 탔냐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무엇을 탔다는 사실은 알아버린 모양이었다. 입술을 깨물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카멜리아는 내밀어진 홍차를 비웠다.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전부 마시는 모습을 지켜본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손을 잡았다.
“나는 살아가는 내내 네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불신할 거야. 끝없이 불신하는 왕자를 신데렐라는 견딜 수 있을까.”
“신데렐라에 비유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지만 전부 견딜게요.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요.”
날 돌려보내지 말아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다니엘은 카멜리아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카멜리아는 제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쓴 웃음을 지었다. 살아가는 내내 자신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신하겠다고 말한 남자의 입술이 손등에 닿았다. 갑작스런 접촉에 얼굴을 붉게 물들인 카멜리아의 귓가에 숨결이 닿았다. 대체 언제. 긴장한 나머지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쥐어버린 카멜리아의 귀에 다니엘이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클라이드는 겁이 없군.”
“당신 곁에서 평생 괴로운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을 이용하려고 약을 먹인 내게 딱 어울리는 죗값이네요.”
“반은 네가 먹었지.”
“왜, 먹었어요? 안 먹을 수도 있었잖아요.”
다니엘은 대답하지 않고 카멜리아의 뺨에 입을 맞췄다. 알 수 없는 행동이었으나 카멜리아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때도. 그리고 서로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약의 효과에 의한 사랑인지 의심하면서도 서로의 곁에 있는 지금도. 자신의 힘을 저주라고 말하는 마법사의 차가운 회색 눈이 테이블에 장식된 꽃을 보았다. 다니엘이 얼마 전처럼 꽃을 뒤틀어버릴 거라고 생각한 카멜리아는 제게 날아온 붉은 꽃이 머리에 장식되는 광경을 호박색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고마워요, 다니. 예쁜 꽃인데 이름이 뭔지 알아요?”
“카멜리아.”
“네?”
꽃 이름이 뭔지 알려달라며.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니라 꽃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에 카멜리아는 안심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는 자신을 추스르며 어쩐지 평소보다 얄밉게 웃는 것처럼 보이는 다니엘을 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뺨을 살짝 꼬집고 싶지만 상대는 마법사이자 윈체스터 저택이라는 성의 주인이었다. 고민하던 카멜리아는 두 손을 뻗어 다니엘의 뺨을 가볍게 눌렀다. 그것이 뺨을 살짝 꼬집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달래서 얻어낸 결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다니엘의 회색 눈이 카멜리아를 담았다. 당황한 카멜리아가 입술을 움직였다.
“연인 사이라면 다, 다들 스킨십 정도는 하잖아요. 반이라고 해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다니 얼굴 정도는 만져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니도 그...”
카멜리아는 자신의 손등에 자주 입을 맞추는 다니엘의 행동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그 행동을 지적한 순간, 두 번 다시는 손등에 입맞춤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나도? 라고 말하며 카멜리아의 옆자리에 앉은 다니엘이 웃었다. 하려는 말도, 방금 한 행동의 이유도 전부 들킨 기분을 끌어안고 카멜리아는 다니엘과 눈을 맞췄다. 카멜리아에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살아가는 내내 불신할 거라고 말한 마법사는 다정하게 카멜리아의 허리를 감쌌다. 입맞춤이다. 벌써 몇 번이나 해본 행위였으나 호흡도, 가까이서 느껴지는 체온도, 다니엘의 녹을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도 적응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멜리아는 눈을 감았다. 입술과 입술이 만났다. 호흡을 갈망하며 떨어지려는 순간, 귓가에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다니엘의 녹을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는 오늘도,
“카멜.”
카멜리아 테슬라를 놓아주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먼저, 일어날게요. 편히 있다 가세요.”
에버렛 레녹스는 목에 있는 붉은 흔적을 벌레에 물렸다고 주장하더니 기회가 오자 도망치듯 떠나버린 카멜리아 테슬라를 뒤쫓던 시선을 기분 나쁘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에게로 돌렸다. 여신의 축복과 여신의 저주를 동시에 받은 남자는 손에 든 찻잔에 담긴 홍차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는 찻잔까지 깨버렸다. 그것이 자신이 선물한 찻잔이라는 것을 깨달은 에버렛은 ‘사랑의 묘약을 비롯한 모든 약’이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진실을 알아볼 생각도, 그녀에게 말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저녁이군. 시간을 금처럼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지.”
차는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얼굴만 봤다는 말을 했다가는 억지로라도 돌려보낼 기세였다. 소파에서 일어난 에버렛은 다니엘을 보다 다음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응접실을 나왔다. 왜, 카멜리아 테슬라인가. 그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접근을 다니엘은 불쾌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다니엘이 저택에 쳐두기 시작한 결계가 가진 기운이 자신을 위협할 것처럼 일렁이는 것을 보며 에버렛은 마차에 오르며 예전부터 생각한 결론을 곱씹었다.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에게 목줄을 채워두고 싶은 자들의 바람은 앞으로도 영원히 이뤄지지 않으리라.
“다음에 클라이드의 방에 온실에 핀 꽃들을 한 가득 넣어둬야겠어.”
“한 가득 넣어두려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잖아요. 곤란해요. 마음만 받을게요.”
화관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다니엘이 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한 카멜리아는 처음 만난 날처럼 누워버린 다니엘을 보았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날에 저택에서 제 화관을 받아준 소년이 생각난다. 길버트에게 떠밀려서 계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흐려진 기억만 아니었다면 좀 더 선명히 기억했을 텐데. 아쉬움을 누른 카멜리아는 화관에 엮여있던 꽃들을 하나하나 풀어 다니엘의 여기저기에 장식한 뒤, 꽃을 장식하는 내내 가만히 있어준 다니엘의 옆에 누웠다.
“다니.”
나, 조금만 잘게요.
말을 마친 카멜리아는 두 눈을 감았다. 피곤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자고 싶었다. 당신의 곁에서. 살아가는 내내 나를 불신하더라도 나를 많은 것에서 지켜주는 당신의 곁에서. 카멜리아 테슬라는 울지도, 떨지도 않고 눈을 감았다. 자신이 사랑의 묘약을 마셔서 마법사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여인을 보던 마법사 역시 눈을 감았다.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나누어 마신 묘약의 효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서투른 연인은 오늘도 함께였다.
*
코멘트를 암 것도 안 써놨지요. 허전해서 이제야 코멘트를 씁니다.
티아가 준 사랑의 묘약이라는 시츄를 어케 쓸지 많이 고민하면서 썼는데 취향 많이 담은 방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흑흑. 재미있게 읽었길 바라!
티아랑 다니 내가 많이 좋아해.사랑해.(와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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