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소리가 들리면 당신을 봐요
최근에 방문한 투숙객이 SNS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쉐리카의 귀에도 들려왔다. 예약이 쏟아질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해서 보고로 들었다는 점이 이전까지와 달랐다. RT와 리그램의 파급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아쉐리카도 알고 있었다. 혼자서 풀 수 없는 오해를 낳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돕기도 하는 RT와 리그램이 선물한 바쁨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10월은 절반이나 지나가 있었다.
나무에 매달려서 가을의 서늘한 바람에 흔들리는 잎은 붉거나 노랬다. 세피아색으로 변한 잎도 있었다. 아쉐리카는 그 잎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힘들게 뒤꿈치를 들어 올리지 않아도 손만 뻗으면 닿는 위치에 매달린 잎이 아쉐리카의 손에 닿은 순간, 찰칵. 하는 소리가 아쉐리카의 귀를 두드렸다. 아쉐리카는 찰칵하는 소리를 자신의 귀에 들려준 주인공을 보기 위해 얼굴을 움직였다. 움직인 얼굴이 정지하고, 호박색 눈동자가 얼마 전에 구매한 카메라를 들고 서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을 담았다. 운하. 여운하. 아쉐리카가 사랑하는 봄을 닮은 사랑스러운 연인이었다.
“놀랐어요?”
봄을 닮은 운하의 물음에는 오늘도 배려가 녹아있었다. 사진 찍으려고 왔잖아. 게다가 당신이 찍는데 내가 왜 놀라? 놀랄 리가 없지. 라고 대답한 아쉐리카는 다정하게 웃는 운하의 곁으로 다가갔다. 운하는 손에 들린 디지털 카메라를 익숙하게 조작했다. 오늘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손놀림이 방금 전에 찍은 아쉐리카의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의 모니터에 띄웠다. 사진을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쉐리카는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았다.
파파라치가 몰래 찍어대는 사진을 질색하는 언니나 동생과는 달랐다. 찍을 테면 찍어보라는 것처럼 당당하게 행동했고 인터넷에 올라간 모든 사진에는 사람을 고용해서 사진을 찍는다. 는 말도 안 되는 댓글까지 달렸다. 댓글을 달아서 풀 수 있는 오해도 아니었고, 자신을 오해하는 사람을 얼굴도 안 보이는 인터넷에서 상대할 생각이 없었던 아쉐리카는 무반응을 선택했고 파파라치는 줄지 않았지만 댓글은 줄었다. 다시 돌아가도 무반응을 선택할 아쉐리카는 디지털 카메라의 모니터에 띄워진 제 사진을 보았다. 지금까지 찍었던 어떤 사진보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자신이 이런 표정으로 있을 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아쉐리카의 머릿속을 스쳤다.
“사진 잘 찍네.”
“프로에 비하면 미숙한 실력이지만 쉐리 씨가 칭찬해주니 노력해야겠네요.”
“난 프로보다 운하가 찍어주는 사진이 더 좋아. 그림도 마찬가지야. 나는,”
당신이 그려주는 그림이 좋아.
가벼운 입맞춤으로 아쉐리카의 칭찬에 답례한 운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아직 찍지 못한 사진들이 많은 모양이다. 조금 더 운하에게 카메라를 양보하기로 한 아쉐리카가 물었다.
“원하는 포즈 있어?”
질문을 들은 운하는 고개를 저었다.
“포즈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있어요.”
하고 싶은 행동을 마음껏 하라며 자유를 선물하는 사진사는 운하가 처음이었다. 파파라치는 자극적인 사진이나 가십거리가 만들 사진을 찍었고, 신문사나 잡지의 기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쉐리카를 담으려고 애썼다. 그래서인지 매번 사진 속의 자신이 정말 자신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운하의 사진은 그런 의문을 품지 않은 사진이었다. 어떤 사진을 찍더라도 포장하지 않은 자신을 찍어줄 것 같은 사진사를 보며 아쉐리카는 환하게 웃었다.
몇 장 정도의 사진을 더 찍고 카메라를 건네받은 아쉐리카는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한 운하를 찍었다. 웃는 모습. 걷는 모습. 휴대폰보다 무게가 나가는 카메라로 찍는 사진에 렌즈로 본 운하의 모습을 그대로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대로 담았다고 생각해도 그대로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러 장을 찍을까. 물량공세라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아쉐리카의 곁으로 방금 떨어진 단풍잎을 주운 운하가 다가왔다.
“예쁘게 물들었어요. 기념으로 가지고 돌아가도 좋겠네요.”
“말려서 책갈피로 쓴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해본 적 있어요, 쉐리 씨?”
“언니와 동생의 노력을 구경했지. 나가서 놀기를 좋아했거든.”
대화를 나누던 아쉐리카는 두 눈으로 보던 운하를 카메라의 렌즈로 보았다. 붉게 물든 작은 단풍잎을 손에 든 운하가 보인다. 사랑스러운 나의 봄. 그 모습을 온전히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욕망 속에서 아쉐리카는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를 들은 운하가 웃었다. 그 모습도 담고 싶어서 또 셔터를 눌렀다. 찰칵.
“사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은 많이 안 해봤어.”
“어색하다면 바꿀까요? 더 찍고 싶은 사진이 있어요.”
“어색하긴 한데 바꾸고 싶지는 않아. 여운하는 계속 찍고 싶거든.”
“카메라 하나로는 부족했네요.”
동감이야. 라고 운하의 말에 긍정한 아쉐리카는 카메라와 함께 가져온 가방 속의 삼각대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아직 둘이 함께 서있는 사진은 찍지 못 했다. 카메라에게 잠시 휴식의 시간을 준 아쉐리카가 운하를 불렀다. 운하. 운하가 다가오자 가방을 열어 삼각대를 손으로 톡톡 건드린 아쉐리카가 자신과 눈을 맞추는 운하를 보았다. 이 얼굴도 담고 싶었다. 이 마음이 연인의 사진을 찍는 이유인 모양이다. 휴식의 시간을 준 카메라를 꺼내고 싶은 욕망을 누르며 아쉐리카는 입술을 움직였다.
“다음에 도착할 장소에서는 삼각대를 쓰고 싶어.”
같이 나왔는데 운하랑 같이 찍은 사진은 아직 한 장도 없잖아.
말을 마친 아쉐리카는 운하의 손을 잡았다. 아쉐리카의 손에 자신의 손을 단단히 얽은 운하가 저쪽으로 가볼까요? 하고 손으로 단풍이 다른 곳보다 붉게 물든 장소를 가리켰다. 아쉐리카는 좋아. 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아쉐리카는 운하가 말하는 자리에 서서 삼각대를 세우고 디지털 카메라를 조작하는 운하를 기다렸다. 조작을 끝내고 다가오는 운하가 보였다. 아까 전처럼 환히 웃다가 아쉐리카는 떠올렸다.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서 환하게 웃은 것은, 무척 오랜만이라는 사실을.
*
운하쉐리 3000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ㅁ^
앞자리가 3이라는 사실에 감격했어. 시간 진짜 빠르구나. 그만큼 내 나이도 늘어버렸지만 그치만 운하쉐리가 3000일이 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기쁘니까 마음으로 춤을 추겠다.ㅇㅅ<
서로를 사진으로 찍는 운하쉐리를 보고 싶어서 이번 기념일 이야기는 사진을 소재로 썼어. 세하도 마음에 들어해줬으면 좋겠다. 근데 혼자 찍는건 재미없으니까 마지막은 둘이 함께 찰칵! 쉐리가 부러운 10월 15일이다. 나도... 운하오빠랑 같이 사진....(발라당)
3천일이란 긴 시간을 나랑 쉐리랑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세하랑 운하오빠 내가 많이 좋아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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