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외로움을 견디는 법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6:51
자신이 쓰던 쿠션을 달라는 클레어의 말에는 당황과는 거리가 멀게 살던 그리젤다도 당황했다. 당황이 가라앉은 그리젤다는 클레어를 품에 끌어안았다. 클레어의 작은 몸은 언제나처럼 그리젤다의 품에 포옥 안겼다. 고개를 살짝 틀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클레어에게 그리젤다가 물었다. 왜 내가 쓰던 쿠션이에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자 클레어는 얼굴을 붉히다가 입술을 몇 번 달싹였다. 그리젤다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클레어에게는 아직 용기가 필요했다. 예전보다 솔직해진 상태라고는 해도.

“안고 자면 리제가 없는 밤에 느끼는 외로움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리제가 쓰던 쿠션이잖아요.
자신의 향은 묻어있지 않겠지만 자신이 썼다는 흔적들은 확실히 묻어있을 쿠션을 원하는 이유를 들은 그리젤다는 클레어를 바라보다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랑스러운 이유였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이유이기도 했다. 왜 우리는 아직 함께 살 수 없을까. 시간이 흐르면 떨어지는 시간보다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날이 올 테지. 그때는 클레어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그리젤다는 입술을 움직였다.

“좋아요. 빠른 시일 내에 내 쿠션을 클레어에게 줄게요.”
“고마워요, 리제.”
“쿠션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젠 내가 물어볼 차례네. 클레어한테 궁금한 게 있어.”
“궁금한 거요?”
“클레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려줘요. 레시피를 늘리고 싶거든.”

부엌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그리젤다가 요리를 시작하게 만든 주인공은 그리젤다의 품에서 생각에 잠겼다. 생각에 잠기며 변하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그리젤다는 눈에 새겼다. 언제든 기억할 수 있도록. 떨어진 순간에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떨어진 시간에 느끼는 그리움과 외로움은 그리젤다에게도 있었다. 만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지만 견디지 못 하는 날이면 전화를 했다. 목소리로나마 이어진 기분이 들 수 있게. 그것도 안 되는 날이면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클레어에게 달려갔다.

오늘도 그렇게 일을 끝내고 클레어에게 달려왔다. 클레어만 생각했어요.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말하면 놀랄 테니까 오늘은 말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다음에는 들어줘야 해요. 입 속을 맴도는 말을 삼키고 그리젤다는 클레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다양한 음식이 나왔지만 그녀의 최종적인 대답은 리제가 해준 음식은 아무거나 다 좋아해요. 였다. 클레어답다는 생각이 드는 대답이었지만 약간의 심술이 난 그리젤다의 입술이 클레어의 뺨에 닿았다.

“세상의 모든 음식을 전부 배워야겠네요.”
“그럼 리제가 힘들잖아요. 다시 생각해볼게요.”
“다시 생각하지 말아요. 그냥 전부 다 해달라고 말해줘. 난 그럴 수 있으니까.”

클레어를 위해서라면요.
클레어가 품에 포옥 안겨있던 몸을 틀어서 그리젤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고개 들어요. 상냥한 그리젤다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든 클레어의 얼굴은 굉장히 붉었다. 아까보다 더 붉다고 놀려주고 싶은 마음보다 그 사랑스러운 붉은 얼굴에 입 맞추고 싶은 욕심이 강했던 그리젤다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
트위터에서 풀었던 리제 쿠션 원하는 클레어로 리제클레어.uㅅ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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