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고 밝은
북부의 여름은 남부와 다르게 서늘했다. 나라의 끝과 끝이라는 위치가 만든 다름은 기후만이 아니라 북부와 남부의 분위기에도 녹아있었다. 북부와 남부라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이 쌓아온 역사가 만든 다름이리라.
다름은 존재했지만 북부의 사람과 남부의 사람은 갈등을 빚지 않고 나라를 탄탄하게 만드는 기둥으로 살았다. 그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수도에 분 변화의 바람 때문이었다. 병약한 황제가 죽고 새로운 황제가 옥좌의 주인이 되었다. 병약한 황제의 뒤를 이은 황제는 건강했지만 의심이 깊은 자였다.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많은 적들이 그에게 심은 깊은 의심은 오랫동안 외적에게서 나라를 지킨 북부대공에게 향했다.
적조차 매료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북부인 특유의 냉정함으로 많은 사람의 경외를 받는 북부대공, 테리어드의 감시자로 뽑힌 사람은 푸른 바다를 조용히 수호하던 남부제독, 이해린이었다. 항의하고 싶었지만 황제가 의심이 깊다는 사실을 아는 해린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에게 내려진 황제의 명을 받아들었다. 해린을 태운 마차는 태양이 높게 뜬 낮에 북부를 향해 출발했다.
“도착했습니다.”
열흘이 걸려 북부에 도착한 마차에서 내리는 해린을 반긴 것은 서늘한 공기와 함께 나타난 테리어드였다. 겨울이었다면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 같은 새하얀 가루를 머리를 꾸미는 장식으로 삼았을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갈색 피부의 대공은, 차가운 호수처럼 푸른 눈동자로 해린을 보았다. 마부가 멀어지고 둘만이 남자 테리어드가 픽 웃었고, 해린은 얼굴을 찡그렸다. 황제가 억지로 시킨 마음에 안 드는 명령을 받고 자신의 영역인 남부에서 떠날 때도 무표정했던 해린과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북부는 여름에도 감기에 걸리게 좋겠어요.”
“작년엔 걸렸었죠.”
“덕분에요.”
“그 답례로 내 귀걸이를 가져갔잖아요?”
새 귀걸이를 선물했잖습니까.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킨 해린은 테리어드의 옆에 섰다. 안내는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 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생략할 수 없다. 사적인 방문이 아니라 공적인 방문이었으니까. 해린은 테리어드가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성 내의 다양한 장소를 안내받았다. 이미 알고 있는 장소를 테리어드의 안내로 다시 둘러볼 줄이야. 오묘한 기분을 느끼는 해린이 마지막으로 안내된 장소는 정원이었다. 북부에서만 피어나는 푸른 장미는 자신이 개화할 겨울을 기다리며 자고 있었다. 꽃은 없었지만 해린은 이곳에 핀 푸른 장미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북부의 장미는 겨울에 폈죠.”
“당신이 사는 남부의 장미와 다르게요.”
“당신 같아요, 테리어드.”
“폐하께서 보낸 감시자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네요. 인지하고 있나요?”
“충분히. 하지만 지금은 단 둘이잖아요?”
당신과 나. 라고 덧붙이며 해린은 테리어드의 뺨에 손을 댔다. 서늘하다고는 하지만 더운 여름의 햇빛을 받은 뺨은 조금 뜨거웠다. 그녀의 뺨이 뜨겁지 않다면 그녀와의 만남에 흥분한 제 손이 뜨거운 것이겠지.
소금 냄새가 진동한다는 소리를 욕으로 들을 정도로 바다에서만 살던 남부제독이 북부대공을 만난 것은 작년 봄이었다. 수도의 연회였다. 술을 마시고 정원으로 나와 흘러나오는 곡에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한 해린이 발견한 유일한 사람이 테리어드였다. 북부대공이라는 생각조차 못 하고 신청한 춤을 테리어드는 받아들였다. 다음 날, 병약한 선제는 테리어드의 안내를 해린에게 맡겼다. 끝과 끝. 오늘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의 손을 잡은 순간, 해린은 익숙함을 느꼈다. 잠깐 흔들리던 해린의 바다색 눈과 다르게 동요하지 않는 테리어드의 푸른 눈이 해린에게 그녀가 어젯밤에 함께 춤을 춘 파트너임을 알렸다. 심장이 춤을 춘 노래의 박자보다 빠르게 두근거렸다.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북부대공의 다른 모습에 생겨난 마음을 해린은 테리어드가 수도에 머물던 마지막 날에 드러냈다. 찾아가도 됩니까? 테리어드는 해린을 보았다. 올 수 있다면요. 끝과 끝의 위치한 남부와 북부였다. 가지 못할 확률이 높았지만 해린은 해냈고 테리어드를 만났다. 서신을 보내면서 교류했다. 여름에도. 그리고 가을에도. 마음을 고백한 것은 가을이었고, 답을 받은 것은 겨울이었다. 북부에서만 피어나는 푸른 장미의 정원에서 입술과 입술이 만났다. 깊은 입맞춤은 깊은 밤으로 이어졌다. 그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기억이 났다.
“테리어드의 충심을 알아요.”
“당신이 돌아가도 폐하께서는 내 충성의 증거를 보고 싶다고 하시겠죠.”
“사실 그 일 때문에 오기도 했어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당신의 옆에 있게 해줘요.
자신의 마음을 말한 뒤, 가볍게 입술을 맞대고 떨어진 해린을 보며 테리어드가 물었다. 당신이 수호하는 바다는요? 자신이 없어졌다고 바다를 수호하지 못 하는 연약한 부하는 없다고 말하는 해린의 뺨을 테리어드의 두 손이 감쌌다. 해린은 제 얼굴에 닿아오는 긴 손의 굳은살에서 그녀가 살아온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다시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새로운 장애물은 테리어드의 앞을 막아설 것이다. 나라와 황제를 위해서라면 어떤 적도 망설임 없이 베어내는 북부대공의 검이 얼마나 강한지는 해린도 잘 알았다. 알지만 이번에는 옆에 있고 싶었다.
북부와 남부는 멀었으니까. 위험에 빠진 연인을 옆에서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손 놓고 있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해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양은 여전히 높다. 지금부터 하는 모든 행동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낮이었지만 상관없었다. 해린은 눈을 움직여 테리어드를 담았다.
“바다의 번견이라 불리는 남부제독의 목줄을 쥐게 될 줄은 몰랐네요.”
“손에서 놓아도 쥐어줄게요.”
꽉 잡고 있어요.
덧붙이는 해린은 대답 대신 숙여지는 고개를 보고 눈을 감았다. 어떤 맹세의 말보다 확실한 대답이 해린에게 닿았다. 해린은 그 답을 전부 삼킨 뒤, 전부 돌려주었다. 북부의 서늘한 바람이 무엇보다 강한 맹세를 나누는 연인을 조용히 스쳐갔다.
*
티아해린 2000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ㅁ<
뭘로 쓸지 고민하다가 전에 한번 이야기 나눴었던 북부대공티아양 남부제독해린이로 가져왔어요! 북부대공과 남부제독은 사랑을 합니다. 그게 티아해린이라서 더 즐겁게 쓴거 같네용.
벌써 여름의 끝이 다가왔어요. 며칠 후면 가을이네요.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20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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