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xiety
필멸자가 살아가는 세계는 정체된 불멸자의 세계와 다르게 빠른 변화를 거듭하는 세계였다. 아카르에게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네로는 물었다. 아카르가 사는 세계는 이 세계랑 달라? 아카르는 많이 달라요. 라고 말하며 자신을 보는 네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카르 르 메르바하의 연인인 어린 악마, 네로는 오랜 시간을 살아갈 불멸자이긴 했지만 아직 어렸다. 궁금해. 아카르는 네로의 말에 당황하지 않았다. 당황을 느끼기엔 너무나도 완성된 마족은 네로를 데리고 제 고향인 팔카셰룬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머물던 세계와 다른 정체된 세계에서 네로의 호기심을 받은 건물은 탑이었다. 방을 구경시켜주는 건 어려웠지만 탑의 내부를 구경시켜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아카르는 네로와 함께 탑으로 향했다. 기이하게 일그러진 탑의 내부가 아카르와 네로를 반겼다. 일그러진 탑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던 네로의 눈이 꾹 닫힌 방문을 보았다.
“아카르는 마왕이 되지 않을 거야?”
“네, 나는 지금의 위치가 좋아요.”
게다가 마왕이 되어버리면 바빠지는 걸요.
바빠진다는 말을 들은 네로가 얼굴을 찡그렸다. 찡그려진 얼굴을 펴지 않은 네로가 싫어. 라고 말하며 아카르를 끌어안았다. 아카르는 자신을 끌어안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네로에게 가볍게 입 맞춰준 뒤, 어느 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돌아갈까요, 그대? 아카르는 제 물음에 긍정의 대답을 내어준 네로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마법을 써둬서 먼지 하나 쌓이지 않은 집이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아카르와 네로를 반겼다. 아카르는 언제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으나, 네로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자유롭게 외출하던 네로는 외출외 횟수를 줄이며 아카르의 옆에 붙어있었다. 이유가 뭘까. 네로가 좋아하는 사과를 듬뿍 넣은 애플파이를 만들던 아카르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네로를 불렀다.
“네로. 왜 외출하지 않아요?”
대답을 거부하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네로를 보고 아카르는 애플파이 만들기를 미루기로 했다. 이 세계에서 아카르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네로였으므로. 자신의 연인이 자유롭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사랑하는 아카르는 네로의 옆에 앉았다. 이름을 부르고 질문을 해도 꾹 다문 입이 열리지 않을 때는 그냥 곁에 있어주는 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아카르는 기다리기로 했다. 조금 기다리자 녹색 눈으로 아카르를 바라본 네로가 입술을 움직였다.
“아카르, 정말로 마왕이 되지 않을 거지?”
“네. 네로는 혹시 내 대답을 믿지 못 하는 건가요?”
“믿어. 믿지만 아카르의 세계는 내 세계랑 다르니까.”
네로의 궁금함을 풀어주려던 방문이 네로에게는 한 가지 걱정을 불러온 모양이다. 자신의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확실히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카르는 방금 전까지 애플파이를 만들던 손으로 네로의 손을 잡았다. 아카르의 손에 비해 작은 손이 아카르의 손 안에서 작게 움직였다. 큰 움직임은 아니었으나 네로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확실한 움직임과 체온을 손으로 느끼며 아카르가 말했다.
“이번 일은 내 실수네요. 네로가 그 세계를 보고 우리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신경 쓸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그대.”
“아카르.”
“내 사과를 들어도 불안하다면 더욱 강하게 나를 요구해요, 네로.”
그대는 나에게 요구하고 투정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아카르가 손을 풀어주자 결심을 한 어린 악마는 아카르의 옷깃을 두 손으로 잡았다. 아카르. 하고 이름을 부른 어린 악마는 아카르의 손에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한지 얼굴까지 비비던 네로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녹색 눈이 아카르를 담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사랑과 욕망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아카르의 귀를 두드렸다.
“평생 내 곁에 있어.”
“그럴게요. 네로의 곁이 내가 있을 곳이니까.”
평생을 자신의 곁에 있으라는 고백을 받은 마족은 그 고백을 받은 네로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 네로를 끌어안은 뒤, 침대만큼이나 넓은 소파에 누웠다. 아카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던 네로의 불만 어린 시선이 아카르에게 꽂혔다.
“놀랐잖아, 아카르.”
“네로를 놀라게 할 줄은 몰랐네요.”
“사과는?”
“누구한테 배웠어요?”
“아카르가 가르쳐줬잖아.”
사과는 상대가 누구든 확실히 받아야 한다고.
그 상대에 자신을 넣지는 않았는데 자신을 당연히 넣어버린 네로에게 사과한 아카르는 사과로도 풀리지 않은 네로의 마음을 풀기 위해 네로의 얼굴에 입술을 눌렀다. 이마에 눌러진 입술이 콧날을 타고 내려가 네로의 입술에 닿았다. 조금 풀어진 네로의 얼굴이 더 풀어질 수 있도록 가벼운 키스 세례를 선물한 아카르는 입술을 떼어낸 뒤, 두 팔로 자신을 끌어안은 네로를 보았다.
“실수도 가끔은 나쁘지 않네요.”
“아카르도 가끔은 실수해?”
“네로 한정으로 가끔 하는 것 같아요.”
“몰랐어.”
“나도 몰랐어요. 앞으로도 하게 되겠죠.”
나도, 네로를 만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한 자신에게 아직 성장할 구석이 있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알게 해준 네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키스한 아카르는 흐트러진 호흡을 고른 네로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랑해. 라는 말에 웃고는 입술을 움직였다.
“나도 사랑해요.”
말로도 다 전할 수 없는 이 감정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
랑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ㅁ^
아카네로 기념일은 2월 14일이었지만 랑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조금 일찍 데려왔어. 생일 축하해! 행복한 하루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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