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Tonight is your lucky night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18

한 통의 편지를 보냈을 뿐인데 남자는 카멜리아 테슬라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오빠인 길버트 테슬라는 무척 좋아하며 카멜리아를 재촉했지만 남자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조건은 독특했다. 1년간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에게 예절 수업을 받을 것낯선 이름의 주인은 다음 날카멜리아와 길버트가 사는 좁은 집으로 찾아왔다새까만 신사복을 입고 찾아온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남자는 카멜리아가 내온 커피를 우아하게 마셨다자신이 가진 돈으로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커피가루로 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다니엘은 얼굴을 찡그린 뒤잔에서 입술을 떼어냈다며칠 전차를 사려던 돈을 전부 빼앗아서 도박장으로 달려간 길버트를 말리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사과의 말을 건네기 위해 입술을 달싹이려는 카멜리아의 얼굴을 다니엘의 차가운 회색 눈이 바라보았다.

 

네가 클라이드군.”

저는카멜리아 테슬라에요.”

그래클라이드.”

당신이 제게 예절을 가르쳐주실 다니엘 씨인가요?”

맞을 지도 모르고틀릴 지도 모르지.”

 

사람을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모자라 말도 이상하게 하는 사람이었다예절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카멜리아의 호박색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니엘이 말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할 말을 마친 다니엘이 카멜리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집을 나갔다손에 든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한 카멜리아는 남자를 위해 준비한 커피를 치우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유언도 당황스러웠지만 예절 수업을 한다는 선생으로 추측되는 남자는 더 당황스러웠다길버트의 괴롭힘은 여전하겠지만 아무 것도 벌어지지 않은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카멜리아는 눈을 감았다.

 

길버트가 유언에 오빠인 자신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알고 뺨을 때리려고 한 날기별도 없이 집으로 찾아온 다니엘은 들고 온 지팡이를 길버트에게 휘두르고 양 귀를 틀어막은 카멜리아를 마차에 태웠다지금까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화려하고 넓은 마차에서 피곤을 이기지 못 하고 잠이 들었던 카멜리아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을 반긴 높은 천장을 보고 침대에서 다급하게 내려왔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복도를 걷던 메이드 한 명이 다가와 치마 끝을 잡고 인사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는 1년 뒤까지 테슬라 아가씨의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여긴 어디죠?”

윈체스터 저택입니다.”

 

자신을 구해서 이 저택으로 데려온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의 집인 모양이었다집은 집이라는 단어보다는 저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넓었다자신이 탄 커피를 왜 한 모금만 마시고 버렸는지 이해한 카멜리아는 자신이 아직 다니엘이 누구인지 아직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메이드에게 질문을 했지만 메이드의 대답으로 얻어낸 정보는 많지 않았다백작유명한 피아니스트그리고 카멜리아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세상을 떠난 남자의 몇 없는 지인 중 한 명친해서 그 남자는 자신의 예절 수업을 다니엘에게 부탁한 걸까얼굴도 보지 못한 한 통의 편지를 떠올리던 카멜리아는 아직도 옆에 서있는 메이드를 보았다.

 

욕실이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씻고 싶어서요.”

곧 준비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메이드의 준비로 따뜻한 욕조에서 씻은 카멜리아는 지금까지 입었던 옷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싼 옷을 입고 다니엘이 있는 연주실로 향했다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카멜리아는 악기에 대해 잘 몰랐지만 하나는 알 수 있었다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의 피아노 연주는 다니엘을 닮아있었다종잡을 수 없고 제멋대로이며자유로운 그의 연주가 연주를 듣는 제 심장의 고동을 빠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카멜리아는 알지 못 했다.

 

*

 

다니엘은 길버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저택의 출입을 주장하던 길버트는 두 번의 방문까지는 아주 정중히 쫓겨났으나 세 번째부터는 오지 못 했다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변화가 너무나도 컸다.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돈을 물려받은 행운의 주인공이 되고거머리처럼 자신이 벌어오는 돈을 뜯어서 도박판에 쏟기 바빴던 길버트와 떨어지고윈체스터 저택이라는 커다란 저택에서 살게 되었다행복했지만 언제나 빼앗기고 살았던 카멜리아의 마음에는 항상 불안이 있었다오늘은 그 불안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차올랐다메이드가 자신의 눈치를 살피던 티타임을 떠올리며 카멜리아는 걸음을 옮겼다보름 정도 긴장하다가 최근에야 긴장을 풀게 된 다니엘과의 수업에서는 제 불안이 드러나지 않길 바라며 카멜리아는 수업을 받는 방의 문을 열었다.

 

저택의 사용인들이 항상 깨끗하게 치워두는 방의 커튼이 활짝 열려서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저택의 정원이 보였다많이 쌓이지는 않았다저택의 사용인들이 치운 탓일까카멜리아가 녹기 전에 저 눈을 밟으러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창문에 손을 댄 순간이었다똑똑들어오세요허락의 말을 한 카멜리아는 노크 소리가 들려온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들어온 사람은 새까만 신사복을 차려입은 근사하고 자유로운 신사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였다그는 수업 시간에 맞춰서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수업이 있는 날에도 수업을 잊어먹은 것처럼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지금은 그 모든 것에 적응된 카멜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다니엘에게 인사했다.

 

어서 와요다니엘.”

클라이드는 약속을 잘 지키는군상을 줘야겠어.”

상이요?”

 

카멜리아의 곁으로 다가온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허리와 손을 잡더니 갑자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잠깐이라고 항의할 시간도 없었다몰래 출 정도로 좋아하잖아클라이드나긋한 목소리가 카멜리아의 귀를 두드렸다사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몰래 추다가 들켜버린 춤이 아니라 멋대로 춤을 시작했으면서도 스텝을 따라갈 수 있도록 리드해주는 다니엘이었다종잡을 수 없는 한 달을 보내며 그를 쫓고 있다는 제 시선과 그를 기다리는 시간에 번지는 설렘으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카멜리아는말할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수업에 매진했다. 1년의 수업이 끝나면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와는 작별해야한다그리고 작별이라는 끝을 떠나 다니엘이 자신을 좋아할 리 없었다울고 싶어졌을 때춤이 끝났다.

 

세상에 품어서는 안 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는데도 좋아하고 말았다울지 마울면 안 돼라고 당장이라도 무너져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자신을 다독이며 카멜리아는 웃었다.

 

멋진 상이에요다니엘.”

다행이군수업을 시작할까.”

오늘은 도망가지 않으실 건가요선생님?”

학생의 태도에 따라서.”

열심히 해야겠네요.”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붙들 수 없는 다니엘의 손과 온기가 카멜리아에게서 떨어졌다다니엘의 온기가 남아있는 손을 바라보던 카멜리아는 의자에 앉았다종잡을 수 없는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나긋한 목소리가 카멜리아의 귀를 두드렸다.

 

결국 어제보다 커져버린 마음을 견딜 수가 없어진 그 밤카멜리아는 램프를 들고 정원으로 나왔다사박사박아무런 흔 적도 없는 새하얀 눈에 기분이 풀릴 때까지 제 흔적을 남긴 카멜리아는 차가운 겨울의 공기를 마시며 마음이 진정되자 카멜리아는 저택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걷던 카멜리아의 걸음이 낯익은 소리에 멈췄다다니엘의 연주실에서 나는 소리였다소리는 낯이 익었지만 멜로디는 달랐다즉흥곡이었다이 시간까지 연주를 할지는 몰랐는데갈등에 빠졌던 카멜리아는 결국 다니엘의 연주실로 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다니엘은 연주에 몰두해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카멜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게 보이는 신사를 바라보았다카멜리아가 자신과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다니엘을 알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은 그의 자유로운 연주를 들었을 때였다이렇게 자유롭게 연주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저택에 와서 지내면서 알면 알수록 더 모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애초에 유언을 받아들인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내게 돈을 물려준 사람보다 돈이 많았을 텐데흥미였나요?

 

그래라는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아서 도저히 물을 수 없는 질문이 떠오른 카멜리아가 연주실에서 벗어나려고 했을 때였다연주를 멈춘 다니엘이 카멜리아를 보았다몰래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들켜 얼굴을 붉힌 카멜리아의 곁으로 다가온 다니엘이 램프를 든 카멜리아의 뺨을 매만졌다.

 

뺨이 차갑군내 손도 얼어버리겠어.”

잠이 안 와서 잠시 나갔다 왔어요다니엘은…

 

카멜리아가 든 램프를 그녀의 손에서 빼앗아 간 다니엘은 카멜리아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어디로 가는지 물어봐야한다는 사실도 잊고 카멜리아는 다니엘을 따라갔다다니엘이 도착한 곳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던 그의 방이었다램프를 내려놓은 다니엘은 카멜리아를 자신이 자는 침대에 내려놓았다호박색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는 카멜리아를 이불로 둘둘 말아버린 다니엘이 짓궂은 소년처럼 웃었다.

 

몸이 따뜻해지지 않으면 네 방으로 돌아갈 수 없어클라이드.”

돌아갈 수 없다니그건 곤란해요감기에 걸릴 일은 없으니 돌아갈게요.”

 

약간 높아진 카멜리아의 목소리를 들은 다니엘이 검지를 들어 입술로 가져갔다도저히 이길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던 카멜리아는 자신의 곁에 있는 다니엘의 손을 잡았다그의 방에 같이 있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형태는 카멜리아가 가끔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것과 매우 달랐지만.

 

여기서 자버리기라도 하면 저택의 사람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볼 거예요백작님의 방에서 나오는 여자라니소문이라도 돌면 당신이 곤란해지잖아요.”

너라면 상관없어.”

다니엘?”

나는 한 번 해준 말을 한 번 더 반복하는 취미는 없어클라이드.”

들었어요하지만 상관없다니그런 말을 하면 내가… 오해해요.”

해봐.”

 

다니엘의 말을 들은 카멜리아는 자신의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만들던 이불에서 나와 다니엘의 소매를 잡았다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당신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데이런 말을 들었다고 결국 울어버리다니미안하다고 말하고 다시 이불로 돌아가려는 카멜리아를 가만히 바라보던 다니엘이 카멜리아의 팔을 잡아 가볍게 끌어당겼다포옥하고 다니엘의 품에 안기게 된 카멜리아가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고 눈을 깜박였다.

 

클라이드는 눈치가 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니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제대로 말해줘요.”

옆에 있어.”

 

다니엘의 입술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카멜리아의 눈에 닿았다가장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카멜리아는 두 팔로 다니엘을 끌어안았다떨어지기 싫은 마음을 담아 다니엘을 강하게 끌어안은 카멜리아가 말했다.

 

있을게요.”

 

당신의 옆에.

다시 한 번 눈에 닿아온 입술이 천천히 내려갔다피아노조차 거칠게 다루던 신사가 자신을 금방이라도 깨어질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는 손길이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카멜리아는 가까워지는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 무언가를 예감한 뒤눈을 감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방에서 나눈 첫 입맞춤은겨울을 봄으로 바꿀 것처럼 따뜻했다.

 

 

*

다니카멜 2천일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축하합니다~

1천일도 빠르게 왔다 싶었는데 어느 샌가 2천일이라니!(야광봉 붕붕시간 진짜 빠르다따뜻한 봄~여름 사이에서 만난 다니카멜이 겨울에 2천일이 됐어.uu

2천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AU로 쓰다보니까 피아노 치는 다니가 보고 싶어서 그만... 카멜이 아직은 머뭇거리지만 그래도 카멜은 언제나처럼 다니 옆에서 행복할 거야.^~^

재미있게 잘 읽었길 바라! 2천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티아랑 다니 내가 많이 좋아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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