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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하루였다. 지하철을 타고 정해진 역에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아주 지루한 하루를 이어가던 루우네의 귀를 역의 광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붙들었다. 예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는 예쁘기만 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힘이 있었다. 텔레비전의 가수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루우네를 붙들 정도로 신비한 힘. 루우네는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가로등 아래에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정말로 금발인지, 마이크를 붙잡고 노래하는 눈색이 정말로 푸른색인지가 궁금했다. 달이 아니라 태양이 뜨면 알 수 있겠지.
오늘보다 조금 빠르게 이 광장에 오기로 마음 먹은 루우네가 동전을 꺼냈다. 동전 하나가 목소리의 주인인 나단 윈체스터의 기타 케이스 안으로 들어갔다. 나단은 몰랐지만 그것은 약속이었다. 루우네 메라클이, 내일도 이곳에 오겠다는 말없는 약속.
“또 오셨네요.”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만이 아니라 나단의 이름이 나단 윈체스터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을 때, 나단은 루우네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통성명 한 번. 그것 외에 루우네가 나단과 나눈 말은 많지 않았다. 루우네는 평범한 대화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비틀고 사람의 마음을 상처 입히는 말이 특기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게 매번 말을 골랐다. 조금이라도 잘 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너랑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사수인 세진이나 선배인 힐라스가 지적해도 대꾸할 수 없을 정도로 루우네는 얌전하게 굴었다. 목줄 걸린 멍멍이 같다고 생각하며 루우네는 웃었다.
“나단의 노래가 듣고 싶어서요.”
“루우네에게라면 언제든 들려줄 수 있어요. 신곡이 있는데 듣고 갈래요?”
“난 노래는 잘 몰라요.”
“노래를 잘 알지 못 해도 괜찮아요.”
노래는 알려고 듣는 게 아니니까. 듣고 행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기타를 든 나단이 손을 움직였다. 호수처럼 파란 눈이 자신이 아닌 기타를 보았을 때, 루우네는 조금 못된 생각을 했다. 당신의 손을 묶어버리면 기타를 치지 않겠지. 그럼, 나만을 봐줄까? 나쁜 생각에 고동치기 시작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루우네는 나단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가 끝날 즈음에 진정한 심장에 안도하며 박수를 쳐준 루우네는 동전 대신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제안에 고민했다. 당신은 나를 모른다. 나의 안에 가득한 어둠을 모르는데도,
“명함 줄게요.”
다가온다. 그 어둠조차 사랑하겠다는 것처럼. 이제 막 관계를 시작한 당신이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을 리가 없는데. 자신의 안에서 출렁이는 파도를 진정시킨 루우네는 웃으며, 지갑에서 꺼낸 명함을 나단에게 건넸다. 휴대폰에 저장되는 번호를 보고 나단의 번호를 받은 루우네는 집으로 돌아와 저장된 연락처를 확인했다. 먼저 연락할까? 고민하는데 문자가 날아왔다. 나단이었다. 나단 윈체스터. 이름을 중얼거리며 루우네는 걸려온 문자에 답변했다.
“루우네는 많이 먹지 않네.”
“원래 많이 먹는 편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번에는 많이 먹었잖아.”
당신이 웃었으니까.
루우네는 입 속에 맴도는 대답을 삼켰다. 그런 날도 있는 법이에요, 나단. 이라고 대답하며 빈 컵을 버리려는 루우네를 나단이 불렀다. 루우네. 고개를 돌리자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루우네를 보았다.
“새로운 곡을 쓰고 있어. 루우네가 가장 먼저 들어줄래?”
“들어줄 수야 있지만 왜 나에요?”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본성을 볼 때도 나단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럴 때마다 보여주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얌전히 굴어온 사람은 사실 세이렌 같은 당신의 목소리에 홀려 자신을 포장한 가짜라고. 컵을 버리고 나단에게 다가간 루우네는 자신을 올려다 보는 나단의 손을 잡았다.
“나단은, 나를 너무 믿어요.”
“루우네니까.”
“내가 당신을 상처 입힐 수 있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해요?”
“네가 주는 상처라면 웃으면서 견딜 거야.”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한다. 한계라고 생각한 루우네가 지금까지 참아온 마음을 담아 나단의 얼굴을 감싸고 입술을 겹쳤다. 연인이라고 정의되지도 않은 관계의 사람이 갑작스럽게 입술을 겹치는데도 나단은 도망가지 않았다. 멋대로 혀를 집어넣고 헤집고 타액을 섞자 나단이 두 손으로 루우네를 붙잡고 매달렸다. 입술이 한 번 떨어질 때마다 나단은 루우네를 불렀다. 루우네. 광장에서 자신을 홀렸던 목소리가 다시금 자신을 홀린다.
“견딘다면서요. 견뎌요. 전부 견디면 이유를 말해줄게요.”
호수 같은 눈에 자신이 담긴다. 눈물이라도 담겨서 일그러지면 좋겠지만 나단은 울지 않았다. 전부 견디고 전부 받아내고 그 뒤에는 자신을 끌어안았다. 사랑하는 연인처럼. 혹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루우네는 자신을 끌어안은 나단을 끌어안았다.
“이유를 말해줘, 루우네.”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내 사랑은 당신의 빛을 갉아먹는 사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이랬어요. 앞으로도 이렇겠죠.”
그러니까 이제 만나는 것도 그만두고 서로의 길로 가자고 말하려는 루우네에게 나단이 물었다. 미안해? 루우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상처를 줄 거라는 말을 입에 올리려고 했을 때, 나단은 루우네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가볍게 잡아당겼다.
“아픈데요. 그런 취미 있어요?”
“숨긴 벌이고 방금 전의 일을 일으킨 벌이야. 숨기지 말고 보여줘. 대답은 그 뒤에 할게.”
나는 아직 루우네를 모르잖아. 알고 결정하고 싶어.
지금까지 숨겼던 모든 것을 숨기지 말고 보여 달라는 나단의 말에 루우네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끌어안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처음이겠지. 표정을 고친 루우네는 나단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날카로운 잇자국 하나를 남기고 떨어진 루우네가 물린 부위를 매만지며 나단을 보았다.
“그래요. 전부 보여줄게요. 보여줄 테니…”
도망치지 말아요, 나단. 도망치면 잡으러 갈 테니까요.
목소리를 들은 그 순간부터 나단 윈체스터에게 홀려버린 루우네 메라클은 모든 욕망을 담은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나단이,
그 손을 잡았다.
*
루네나단 5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루네나단 500일 연성은 등장은 안 했지만 나단을 귀여워하는 자캐들을 좀좀따리 등장시켜본 에유 연성!^ㅁ^ 정작 루네가... 너무... 나쁘지만... 나단 미안해. 미안해. 루네가 나빴어.ㅠ0ㅠ(눈물)
이렇게나(내 자캐지만 정말 한 대 치고 싶었는데 ㅋㅋㅋㅋㅋ) 성격 나쁜 루네랑 5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랑이사랑나단사랑. 앞으로도 잘 부탁해!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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