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닿으면
센티넬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리딜은 사실 센티넬이 아닌 가이드였다. 사랑도 없이 연인처럼 끌어안고 달콤한 말을 하는 일이 직업인 남자는 일을 끝내면 담배를 물었다. 허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습관처럼 담배를 물려던 어느 날, 다른 센티넬들처럼 화려하게 빛나지 않는 차분한 센티넬이 나타났다. 작은 나비 귀걸이를 한 와인색 눈의 센티넬이었다. 가이딩이라는 핑계를 대고 키스를 바라는 센티넬들에게 한 번도 입술을 맞댄 적이 없었는데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로 밀접한 가이딩이 시급했던 그에게는 입술을 맞대고 말았다. 현실로 그를 돌아오게 만들기 위한 가벼운 입맞춤에 의미는 없었다. 없었는데,
“리딜 콘스탄틴 씨죠? 하이네 벨라크루즈입니다. 그때는, 감사했어요.”
다시 만난 그에게서 이름을 들은 그 순간, 생겨나고 말았다. 그 날, 자신은 눈앞의 이 사람을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이드의 일을 히어로의 마음으로 하거나 사심을 담아서 하지는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데. 마음을 숨긴 리딜은 여우처럼 얄밉게 웃으며 벨라를 보았다. 감사의 답례, 저녁 식사로도 해줘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벨라가 명함 한 장을 건넸다.
“따로 주문하면 수제버거는 만들어드릴 수 있어요.”
명함을 지갑에 넣고 틈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던 리딜은 휴일이 오자 하이네 벨라크루즈를 보기 위해 명함에 적힌 가게로 갔다. 다행히 리딜을 알아봤는지 벨라의 와인색 눈이 잠시 리딜을 담았다. 오늘도 웃지 않은 벨라가 무엇을 주문할지 물었다. 리딜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벨라의 움직임을 잠시 바라보았다. 분명 움직이고 있는데도 고요하고 차분하다. 호수 같은 그는 지금까지 본 센티넬과 다르다. 그래서,
“다음에 또 올게요, 벨.”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꼭 끌어안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것을 왜 일로 삼았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태생적으로 높은 레벨의 가이드에겐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없었다. 센티넬은 높은 레벨이어도 자유가 있었지만. 가이드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자유는 센티넬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도 선택하지 그래? 자신에게 온 스카우트를 거절하지 않은 동료의 말을 떠올리며 리딜은 벨라의 손을 잡았다. 입맞춤을 한 유일한 센티넬과의 가이딩은 항상 담백했다.
“손으로 되겠어요?”
“됩니다.”
정말로? 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지만 그렇게 덧붙였다가 벨라에게 들은 말은 가볍고 경쾌하게 살아온 리딜에게도 조금 아팠다. 누군가의 말에 아픔을 느낀 것이 얼마만인지. 자신에게 아픔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위치를 점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센티넬은 손을 잡은 채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거친 호흡이 가이딩을 한지 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평온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숨을 삼킨 리딜은 벨라를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벨라가 움찔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달콤한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느 것도 닿지 않음을 아는 리딜이 웃으며 땀에 젖은 벨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요금 안 받아요.”
그러니까 고집 부리지 말아요.
고집 부린 적 없습니다. 라고 말한 벨라가 리딜의 품에 얼굴을 기댔다. 리딜은 당신이 내게 먼저 기대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는 말을 삼키고 벨라의 뺨에 입을 맞췄다. 연인 같지만 안다. 우리는 연인이 아니다.
*
드라이브 갈래요? 라는 리딜의 제안을 수락한 벨라는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자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에서 내렸다. 리딜도 차에서 내려 건너편에 있는 도시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호수를 보았다. 오늘의 목적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벨라는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운전을 하는 입장만 아니었다면 리딜은 벨라가 웃었다는 사실로 벨라에게 말을 걸고 언제나처럼 귀찮게 굴었으리라.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였잖아요. 크리스마스 날에 카페로 가려고 했는데 일 때문에 못 가서…”
늦게 주게 됐어요. 새해 선물로도 늦었지만 받아줄래요, 벨?
감사의 인사와 함께 리딜이 건넨 선물을 받은 벨라의 손이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었다. 포장을 푼 벨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많이 고민했지만 벨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결국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물을 골랐다. 귀걸이. 눈의 결정과 똑같은 모양의 귀걸이를 바로 착용한 벨라가 입술을 열었다.
“고마워요. …늦어도 괜찮다면 당신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둘 테니 가게로 와요.”
“당신은 이미 선물을 줬어요. 가이드인 나랑 가이딩을 하지 않는데도 만나고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선물입니까.”
“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 선물이에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말문이 막힌 벨라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라며 화제를 돌리는 리딜의 손을 잡았다. 벨라가 먼저 닿아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돌리지 말아요.”
“뭘 돌리지 말라는지 모르겠는데요.”
“화제 말입니다. 왜 돌립니까?”
“그거야…”
당신은 나를 안 좋아하니까. 라는 말을 내뱉지 못한 리딜을 벨라가 보았다. 그 화제에 대해 당신과 더 이야기 하고 싶어요.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정했던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나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리딜은 웃으며 자신이 부정했던 미래를 선물한 벨라의 뺨을 매만졌다. 오늘은,
“그럼, 벨이 내 센티넬이 되어줘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았다.
*
리딜벨라 300일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번에는 소재를 한참 고민하다가 리딜벨라로 센가버스 에유가 보고 싶어서 그걸로 썼습니다. 센티넬 벨라랑 가이드 리딜인 건 내 취향. 쮜도 즐겁게 읽어주길 바라!^3^/
300일이란 긴 시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쥐랑 벨라 내가 좋아해. 사랑해!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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