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Holidays
인간과 다르게 긴 시간을 사는 뱀파이어에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은 평범한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카뮈, 우리에게 새해가 무슨 의미가 있어? 라고 투덜거리며 집을 청소하는 카멜리아를 바라보다 돈을 요구하던 길버트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카멜리아의 손이 장식장을 열었다. 느린 속도로 채워지고 있었지만 장식장에는 장식장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했던 옛날보다 많은 물건이 놓여있었다.
다니엘과 재회하던 날에 넘겨받았던 새장, 만들어둔 꽃다발을 묶었던 리본, 함께 간 여행지에서 선물 받고 열심히 쓰다가 결국 비어버린 향수병… 다양한 크기와 다양한 형태를 지닌 물건과 그 물건에 얽힌 기억들을 동시에 더듬은 카멜리아는 낯익은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발소리의 주인은 다니엘이었다. 그는 위로 올린 장갑을 낀 손으로 겨우살이가 달린 문을 두드렸다. 똑똑.
“문이 열려있어요, 다니.”
“허락을 받아야지.”
“이 저택은 다니의 저택인데도요?”
“나만의 저택은 아닐 텐데.”
빙그레 웃으며 다니엘이 던진 말에 카멜리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같은 저택에서 함께 산지 5년이 흘렀다. 내년이면 6년이 될 시간을 다니엘과 살아오면서 그에게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다니엘의 표현에는 처음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고 만다. 사랑이 무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망가고 피했던 카멜리아는 장식장의 문을 닫고 걸음을 옮겼다. 장갑을 벗지 않은 다니엘의 손을 잡은 카멜리아가 입술을 움직였다.
“들어와요.”
“레이디 카멜리아의 허락에 감사하죠.”
무대 위의 배우처럼 과장된 존대를 사용하며 카멜리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주인의 취향을 종잡을 수 없는 응접실로 들어온 다니엘은 앉을 사람을 기다리는 빈 소파에 앉았다. 다니엘의 옆에 나란히 앉은 카멜리아는 다니엘에게서 나는 풀과 꽃의 냄새를 맡고 그가 어디에 있다 자신이 있는 응접실에 왔는지를 깨달았다. 다니엘 로렌 윈체스터가 직접 세운 그 건물, 유리온실이 그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이었다. 장식장의 물건을 확인하는 일이 끝나면 찾아가려고 했던 곳의 냄새를 맡던 카멜리아는 천과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를 듣고 다니엘을 보았다. 장갑을 벗은 다니엘의 손이 카멜리아의 손을 잡았다. 피부와 피부가 천이라는 방해물 없이 맞닿았다.
“뭘 하고 있었지?”
“장식장을 보며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고 있었어요. 곧 새해잖아요.”
“클라이드는 새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군.”
“다니의 말처럼 새해를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니에게 어떤 새해 인사를 해야 다니가 더 웃어줄까? 라는 고민은 하게 되네요.
카멜리아의 말을 들은 다니엘은 대답 대신 카멜리아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입술 앞으로 끌어왔다. 자신이 아는 가장 완벽한 신사가 손등에 입을 맞추는 순간을 눈앞에서 지켜본 카멜리아는 입술을 떼어낸 다니엘의 고민하지 않아도 돼, 클라이드. 라는 말에 눈을 깜박였다.
“왜요? 라고 묻지 않는군.”
“묻지 않아도 답을 들은 기분이 들어서요.”
“오, 클라이드에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멋진 능력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그런 능력은 없어요. 오늘도 언제나처럼 평범한 카멜리아랍니다. 그러고 보니 문에 아직 겨우살이가 달려있었죠.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까 오늘…”
겨우살이를 문에서 떼어내야 된다는 말을 하려는 카멜리아의 입술에 다니엘의 입술이 맞닿았다. 처음 키스하던 그 날처럼 눈을 뜨고 키스해버린 카멜리아는 눈을 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 카멜리아를 품에 안고 이마를 맞댄 다니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겨우살이 밑에서는 키스해야한다며.”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소파와 겨우살이가 달린 문의 거리는 멀었다. 키스를 하려면 방금 전에 서있었던 문 근처에서 해야 하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다니엘은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카멜리아는 자신이 다니엘이 부리는 이 고집을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영원히 이 고집쟁이 신사님에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당신에게라면 져도 좋아요. 계속 이겨줘요, 나의 신사님. 마음속으로 속삭인 카멜리아는 고개를 붕붕 소리가 나게 휘저은 뒤, 다니엘을 보았다. 사랑스러운 신사님의 얼굴을 호박색 눈동자에 담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자신의 얼굴에 번진 웃음을 보고 함께 웃어주는 다니엘의 목에 팔을 감은 카멜리아가 속삭였다.
“이번에는 눈 감고 키스할래요. 키스해주세요, 나의 다니.”
겨우살이와는 거리가 먼 소파에서 또 한 번 입술이 닿는다. 아까 전과는 다르게 눈을 감은 카멜리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다니엘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겨우살이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키스와 눈앞의 다니엘에게 취해있던 카멜리아가 흐트러진 호흡을 고르며 입술을 움직였다.
“다니에게 해줄 새해 인사가 생각났어요.”
“해봐.”
“근사한 인사는 아닌데도요?”
“새해의 인사가 근사하라는 법은 없지.”
“다니의 말이 맞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행복을 가득 담아서 웃은 카멜리아는 자신을 회색 눈에 담고 인사를 기다리는 다니엘을 보았다. 다음 해의 첫 날에도 어떤 새해의 인사를 할지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멜리아 윈체스터는 그런 뱀파이어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카멜리아의 곁에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다니엘이 있었다. 새해의 자신이 다니엘에게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람을 담아,
“새해에도 잘 부탁해요.”
카멜리아는 새해의 인사를 건넸다.
*
올해도 놓칠 수 없었다. 다니카멜 1월 1일 연성!
올해도 잘 부탁해요! 티아랑 다니 많이 쪼아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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