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바꿀 수 없는 행복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14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도 변덕이었고처음 보는 카페에 들어간 것도 변덕이었다두 가지 선택을 변덕으로 결정해버린 리딜 콘스탄틴은 그 날하이네 벨라크루즈를 만났다어서 오세요어느 가게에서나 받을 수 있는 형식적인 인사를 들은 리딜의 세 번째 변덕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여긴 어떤 메뉴가 제일 맛있어요?”

 

리딜의 세 번째 변덕에 휘말리지 않은 벨라는 오늘의 추천 메뉴가 아메리카노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마침 카페인이 필요한 참이기도 해서 리딜은 그 추천을 순순히 받아들였다아직 나뭇잎이 푸른 여름이라는 것을 감안해 아이스라는 주문을 덧붙이니 머리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다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은 리딜은 빨대를 물기 전자신에게 휘말리지 않은 벨라에게 말했다.

 

또 올게요.”

 

리딜의 말을 들은 벨라의 얼굴은 평온했다다음에도 저렇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 나를 맞아줄까리딜은 궁금해졌다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그가 있는 이 카페에 다시 찾아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리딜은 지금까지 갔던 단골 카페를 버리고벨라가 일하는 카페를 자신의 단골 카페로 삼았다푸르던 나무들의 잎은 가을의 색으로 변했고 리딜은 벨라가 일하는 카페의 대부분의 메뉴를 섭취했다.

 

오늘도 귀걸이 했네요.”

아메리카노 주문하셨죠?”

아메리카노오늘은 따뜻하게 마시고 싶네요귀걸이는 주로 어디서 사요?”

주문 받았습니다당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답을 끝낸 벨라는 몸을 돌린 뒤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벨라의 대답은 사무적이었으나 리딜은 신경 쓰지 않았다처음 질문을 던졌을 때보다는 대화라고 부를 정도의 형태가 만들어진 상태였으니까조금 더 나아가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왜 이렇게 끈질기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려고 애를 쓰는지는 리딜도 몰랐다처음 왔던 날처럼 여전히 평온한 얼굴을 해서인가아니면,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이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서인가어느 쪽인지 분명히 할 때라고 생각하며 리딜은 아메리카노를 받았다잘 마실게요리딜이 아메리카노를 들고 물러나자 벨라는 다음 주문을 받았다리딜은 테이블에 앉아서 몇 명의 손님들을 지켜보았다손님들은 리딜처럼 많은 말을 걸지 않았다리딜은 모른다는 말로 덮어두려고 했던 제 마음을 인정했다리딜 콘스탄틴은 하이네 벨라크루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많이.

 

“...따로 주문하면 만들어 드릴게요.”

 

벨라가 처음으로 들려준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 매우 기뻐했던 리딜은 다음 날따로 주문하던 만들어 준다고 말했던 수제 버거를 주문했다벨라의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제일 자신 있는 요리라는 말을 한 입만 먹고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그 말을 소감으로 내어주자 벨라는 희미하게 웃었다두 번째로 보는 벨라의 웃음이었다말하면 그 날처럼 벨라의 웃음이 사라질 것을 아는 리딜은 벨라가 웃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금방 사라져버린 웃음을 또 다시 볼 방법을 고민하다가 리딜은 귀걸이를 샀다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몰랐다리딜은 벨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까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것사무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말에 성실하게 대답해준다는 것이 리딜이 아는 벨라의 전부였다.

 

오늘도 아메리카노인가요?”

 

벨라 역시 리딜이 아메리카노를 주로 주문하는 손님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것이다직업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겠지꼭 우리 사이에 있는 이 카운터 같다고 생각하며 리딜은 입술을 움직였다맞아요아메리카노말을 마친 리딜은 카운터에 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상자를 벨라의 와인색 눈동자가 바라보았다.

 

뭡니까?”

주고 싶어서요.”

괜찮아요.”

받지 않으면 내일도 줄 거고 모레도 줄 거예요당신이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주는 나를 견딜 수 있겠어요?”

 

입을 다물었던 벨라가 이름을 불렀다콘스탄틴 씨리딜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고 싶은 욕심을 누르며 리딜은 웃었다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벨라가 그 상자에 손을 올렸을 때리딜은 웃음을 지웠다.

 

이번뿐입니다.”

마음 담은 선물이에요.”

 

리모컨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잠시 정지했던 벨라가 상자를 수습하고 몸을 돌렸다평소보다 움직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 리딜이 내뱉은 말은 분명하지는 않았어도 고백에 가까운 말이었으니까아메리카노를 내어준 벨라의 카페에서 나온 뒤리딜은 나무에 달린 잎들의 숫자가 줄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곧 겨울이었다.

 

사귈래요?”

 

고백에 가까운 말을 했어도 리딜에게는 벨라가 자신을 받아준다는 기대가 없었다거절을 예상하고 던진 제안을 벨라는 수락했다벨라도 어렸고 리딜도 어렸다결과는 뻔했으나 사랑했고사랑의 결과는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미련은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다그래서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일어났어요?”

 

다시 용기를 내어준 벨라가 리딜의 옆에 있었다리딜은 경쾌한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한 뒤벨라를 끌어안았다얌전히 안겨있던 벨라가 두 팔로 리딜을 끌어안았다.

 

이대로 계속 안고 있으면 안 돼요?”

안 돼요.”

 

안 된다는 말에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마법을 부리는 벨라의 목에 가볍게 입 맞춰준 리딜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느라 자유를 잃었던 벨라에게 자유를 되돌려주었다자유를 찾은 벨라는 리딜을 바라보다 부엌으로 향했다도울 일 있으면 도울게요하며 따라간 리딜의 앞에서 재료를 꺼낸 벨라가 말했다.

 

수제 버거 만들려고요.”

와아나 벨의 수제 버거 좋아해요.”

당신이 가장 많이 시킨 음식이 수제 버거긴 하죠.”

벨이 만들어줘서 좋아요다른 사람이 만들어줬다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웃는 리딜의 머리에 벨라의 손이 닿았다서투르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떨어진 벨라의 손을 보고 리딜은 웃었다오늘도당신의 곁에 있다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며 리딜은 벨라가 시킬 일을 기다렸다.

 

 

*

쥐의 생일을 축하합니다쥐가 전에 써준 연성을 리딜 시점으로 샥샥샥 이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쥐의 생일이 있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했다고 한다!^^

오늘 그러고 보니 동지기도 하구나낮보다 밤이 긴 날쥐가 행복한 생일 보내길 바라쥐 꼬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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