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노래
“잘 잤어?”
귀를 두드리는 리즈벳의 다정한 목소리가 잠이 들었던 사리엘을 깨웠다. 눈을 뜬 사리엘은 달빛과 별빛만이 있던 시절부터 밤의 풍경을 보아온 녹색의 눈에 리즈벳을 담았다. 일찍 일어난 것인지 리즈벳의 눈과 얼굴에는 잠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잠기운을 털어낸 사리엘은 리즈벳에게 그래. 라고 대답한 뒤, 리즈벳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얼굴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사리엘의 손을 웃음과 함께 맞아준 리즈벳에게 사리엘이 물었다.
“리지는?”
“푹 자고 일어나서 시엘의 얼굴을 구경했지.”
“다음에는 내 차례군. 그때는 오랫동안 자게 해야겠어.”
“오랫동안?”
“그래, 오랫동안.”
사리엘이 자신을 어떻게 오랫동안 재울 것인지를 깨달은 리즈벳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얼굴이 장미꽃보다 붉어진 자신의 연인에게 가벼운 키스를 선물해주고 침대에서 내려온 사리엘은 안경을 착용했다. 시력이 나쁜 인간과 다르게 사리엘의 안경은 벗고 생활해도 문제가 없는 물건이었으나, 안경의 착용이 습관으로 굳은 탓인지 착용하지 않으면 기분이 이상했다.
사리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온 리즈벳과 함께 거실로 간 사리엘은 옷을 갈아입고 오늘 할 일과 날씨를 확인했다. 나갈 일은 없었으나 날씨가 좋았다. 바다에 갈까? 사리엘보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리즈벳이 사리엘의 제안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마친 리즈벳은 가자. 라고 말하며 사리엘의 손을 잡았다. 사리엘의 자신의 손을 잡은 리즈벳의 손을 마주 잡아준 뒤,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자동차를 몰아 도착할 바다에 이동 마법의 사용으로 도착한 사리엘은 파도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손을 놓고 먼저 모래사장으로 향하는 리즈벳을 보았다. 이제 붉은색 리본만이 아니라 다양한 머리 장식으로 장식되는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눈에 바라보던 사리엘도 리즈벳의 옆에 섰다. 사리엘을 올려다 본 리즈벳이 웃으며 말했다.
“늦었어, 시엘.”
“나보다 네가 용감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지.”
“내가 시엘보다 용감하다고?”
“그래, 리지. 너는 무척 용감해.”
그 용감함에 오늘도 반했어.
갑작스러운 고백의 말을 들은 리즈벳이 웃음을 터뜨렸다. 파도 소리조차 지워버리는 맑은 웃음은 리즈벳이 사리엘의 품으로 안겨든 순간, 사라졌다. 서로만이 존재하는 세계처럼 고요해진 바다에서 사리엘은 리즈벳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서로를 향한 강한 갈망을 남긴 깊은 입맞춤을 끝났다. 흐트러진 호흡을 고른 리즈벳이 사리엘에게 물었다.
“매번 반해줄 거야?”
“그래. 이미 하고 있는 일이지만 말이야. 바다보다 더 보고 싶은 풍경은 없어?”
“오늘은 시엘과 같이 온 이 바다로 충분해.”
“네가 바란다면 더 욕심을 내도 상관없어.”
“열심히 낼 거야.”
시엘에 대한 욕심도,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욕심도.
자신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도 욕심을 내겠다고 말하는 리즈벳을 사리엘은 가볍게 안아들었다. 놀란 리즈벳의 두 눈이 동그래졌으나 그녀는 금방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응했다. 갑작스러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난 리즈벳을 보니 얼마 전, 상관이 내린 명령이 생각났다. 동행인을 정해서 해외에 있는 동족들의 상황을 살피고 오라는 명령이었다. 그 명령에 데려갈 자격을 갖춘 동행인이 눈앞에 있었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리엘이 입술을 움직였다.
“내 임무의 동행인이 되어줄래?”
“왜 나한테 제안했는지 물어봐도 돼?”
달빛을 등진 리즈벳이 물었다. 사리엘을 바라보는 리즈벳의 눈에는 동행을 제안한 이유가 같이 가고 싶어서. 라는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합당한 이유이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의 입에서 나올 이유가 리즈벳에게도 합당한 이유이기를 바라며 사리엘은 입술을 움직였다.
“해외에서 벌어질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보다 잘 적응할 용감한 혈족을 찾는 중이었어.”
“그게 나야?”
“너지. 오늘만이 아니야. 내가 그동안 보아온 모든 모습들이 너의 적응력과 용감함을 증명해.”
함께 해줄래?
리즈벳이 두 손을 뻗어 사리엘의 목을 감쌌다. 서로의 얼굴을 가깝게 하며 말로 하는 대답보다 더욱 확실한 대답을 자신의 입술에 한 리즈벳을 땅으로 내려준 사리엘은 땅으로 내려온 리즈벳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동안 바빠질 거야.”
“괜찮아. 대답하면서 각오했어.”
“무리는 하지 마.”
“내가 할 말이야, 시엘.”
사리엘은 그동안 보아온 사리엘의 무리한 행동을 나열한 사랑스러운 연인, 리즈벳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너와 만난 뒤로는 안 했어. 두 눈을 맞추고 사리엘이 한 항의에 그건 맞아. 하지만 예전에는 했었잖아. 라고 지적한 리즈벳이 사리엘의 눈을 톡톡 건드렸다. 걱정과 애정이 묻어나는 리즈벳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키운 욕망을 거부하지 않고 드러내기로 한 뱀파이어는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머금은 리즈벳의 입술 위로 사리엘의 입술이 포개졌다. 포개진 입술은 두 사람을 비추는 달이 구름 뒤로 숨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
시엘리지 25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2500일 기념으로 리지한테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말을 시엘에게 시켜봤어요. 아직 한 번도 해주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면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뉴스에서는 오늘 중부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는데 눈이 정말로 내렸으면 좋겠어요. 시엘리지도 눈을 보기를 바라는 2500일입니다.
25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크림님이랑 리지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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