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
리카르도는 유능하지만 까다로운 상사였다. 하지만 그의 까다로움에 질려서 사직서를 낸 사람들은 리카르도의 유능함을 인정하면서도 리카르도의 밑에서 다시 일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들은 세상에 회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밖에 남지 않더라도 들어오기 싫을 정도로 리카르도 스칼리에티를 싫어했다.
지금까지 일했던 사람들 중에 가장 유능했지만 리카르도의 까다로움을 견디지 못 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뒤, 연락이 끊긴 마지막 비서 역시 자신의 회사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리카르도는 생각했다. 그가 입사 지원서를 다시 내지 않았다면 리카르도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으리라.
무슨 생각인지. 리카르도는 여유로운 얼굴로 웃는 파비앙을 바라보았다. 리카르도 스칼리에티의 마지막 비서. 지금까지 고용한 비서들 중에서 리카르도와 가장 많이 싸운 그는 많이 싸웠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리카르도를 가장 오래 버텼다. 그가 1년을 버텼을 때, 리카르도는 파비앙에게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파비앙이 갑자기 나가지만 않았다면 리카르도는 지금까지 고용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가장 멋진 조건을 파비앙에게 선물했을 테지. 파비앙이 회사를 관두고 한 달이 흘렀다. 리카르도가 자신의 전화번호부에서 파비앙의 전화번호를 지울지 고민하던 그 때, 그는 다시 나타났다. 입사 지원서를 읽고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은 파비앙을 만나 도대체 왜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났는지를 묻고 싶어서였다. 그런 리카르도의 마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파비앙은 여유로웠다.
“조건을 다 따져봤는데 여기 밖에 없더라고요.”
“그대는 돈이 필요한 건가, 파비앙 모로?”
“돈도 필요하고…”
다른 것도 필요하죠, 사장님.
다가온 파비앙이 리카르도의 책상에 앉았다. 회사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지만 리카르도는 당황하지 않았다. 일과 관련된 사람과는 선을 긋는 리카르도였지만 파비앙은 처음으로 그 선을 넘었다. 처음으로 같이 보낸 밤, 빨갛게 물든 얼굴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많은 것을 요구하고 조르던 파비앙은 침대에 온기조차 남기지 않고 호텔을 나갔다. 일 때문에 실컷 싸운 후에도 입을 맞추는 일이, 몸을 겹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히 이름이 붙은 공적인 관계와 다르게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에는 이름이 붙지 않았다.
연인도 아니고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만나는 파트너도 아닌 두 사람의 애매한 관계는 파비앙의 사직서로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음에도 리카르도는 파비앙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 했다. 공적인 관계의 미련인지 사적인 관계의 미련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책상 위에 앉은 파비앙이 웃는 얼굴을 보며 깨달은 리카르도는 자신에게로 뻗어져서 셔츠 깃을 쥐는 파비앙의 손을 말리지 않았다.
“나는 네가, 연락할 줄 알았어.”
“그대가 내 까다로움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나갔다고 생각했지.”
잡아주지 않은 벌이라고 속삭이며 파비앙은 리카르도에게 입을 맞췄다. 농밀한 입맞춤은 일하는 사람들이 퇴근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달콤했다. 몸을 섞을 때보다 문란하게 얽히는 혀로 파비앙의 입 안을 헤집던 리카르도는 셔츠 깃을 쥔 파비앙의 두 손에 아까보다 더 강한 힘이 들어간 후에야 파비앙에게 호흡의 자유를 주었다. 호흡의 자유를 얻은 파비앙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리카르도의 무릎에 앉았다. 몸을 겹친 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듯 매만졌던 파비앙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리카르도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파비앙과 눈을 맞췄다.
“솔직히 말하면 너에게는 과한 면이 있어.”
“솔직히 말해줘. 그대는 나를 견딜 수 없었나?”
“충동적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은 안 할 거야. 나는, 네게 돌아왔잖아.”
리카르도.
파비앙의 목소리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을 들으며 리카르도는 웃었다. 이유를 듣고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파비앙의 지원서를 받아들이고, 면접 장소를 만들었는데 전부 자신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타인과의 관계나 어떤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는 일을 좋아하는 리카르도가 무척 싫어하는 흐름이었으나, 리카르도는 지금 자신에게 주도권이 없다는 사실에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 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만든 파비앙이 원하는 대로 그를 순순히 따라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래, 너무 빙 돌아버렸지만 인정하지. 나는 그대를… 파비앙 모로를 사랑해.”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들은 리카르도의 솔직한 마음에 파비앙은 웃었다. 사귈래? 고백은 자신이 했는데 사귀자고 제안한 사람은 파비앙이라니. 또 다시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리카르도는 헤매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잡고 길을 이끄는 사람이 파비앙이라면 따라가야 했다. 그리고 지금 파비앙이 제시하는 길에서 리카르도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파비앙 모로의 옆이라면 불길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어.”
“과격한 대답이지만 뜻은 이해했어. 그리고 내가 던져두고 간 비서 자리도 받으러 왔어. 그 뒤로 오는 비서마다 일주일도 못 채우고 그만뒀다며?”
“누가 그대에게 회사의 기밀을 알려준 거지, 파비앙?”
“비밀~ 면접은 언제 볼 거야?”
“내일 보지.”
지금은 그대 생각으로 벅차서 면접을 할 수 없으니까.
불만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파비앙의 두 손이 리카르도의 얼굴을 감쌌다. 뇌물도 받아? 리카르도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의 실력으로 나를 굴복시켜. 지금도 해냈잖나? 쉽게 굴복당할 생각이 없다는 말은 삼켰다. 아마 삼킨 말이 내일 면접의 현실이 되리란 사실은 파비앙 역시 알고 있으리라. 알았어. 해낼게. 라고 대답하며 리카르도의 제안을 수락한 파비앙은 감싼 리카르도의 입술에 두 번째 입맞춤을 선물했다.
아까 전보다 가벼운 입맞춤이 끝나고 파비앙이 리카르도의 품에 얼굴을 기댔다. 곧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긴장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얼굴로 웃었던 것은 자신의 긴장이나 자신의 상황을 숨기기 위한 파비앙의 가면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웃으며 파비앙의 등을 토닥여준 리카르도는 파비앙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파비앙이 모르는 입맞춤은 다시 자신의 손을 잡아준 소중한 사람을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보겠다는 작은 약속이었다.
*
리칼파뱡 2400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와아아. 리칼파뱡 2400일이래. 너무 좋은 스피나입미다. 벌써 2400일이라니. 시간도 빠르지! 그리고 2400일 기념으로 데려온 이 에유의 리카르도는 너무 나쁜놈이라서 파뱡이 많이 때려야하지만 그치만... 파뱡이라면 몇 대든 맞아줄 테니 많이 때리고 혼내고 곁에 놔둬주세요.ㅠㅁㅠ<<
24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도 랑이사랑파뱡사랑!^ㅁ^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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