密接
상어. 바다를 지배하는 생물의 이름을 별명으로 가진 여성의 노랫소리는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가진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무대에서 눈을 떼어내지 못 하는 관객들은 알지 못 하는 날카로운 이빨을 아는 상어의 가장 오랜 파트너, 해린은 선글라스 뒤에 숨은 푸른 눈으로 자신의 파트너인 여성―테리어드를 보다 노래를 끝낸 그녀가 무대에서 퇴장하자 테리어드의 노래에 집중하느라 풀어진 표정을 고쳤다. 고쳐진 표정에서 읽어낼 수 있는 감정은 없었을 텐데도 테리어드는 해린을 보다 손을 뻗었다. 손이 닿은 곳은 넥타이였다.
“넥타이가 비뚤어졌네요.”
“몰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는 해린의 검은 넥타이를 고쳐준 긴 손이 떨어졌다. 닿은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멀어지는 손을 보던 해린은 인어를 연상시키는 테리어드의 드레스를 보며 생각했다.
테리어드만큼 자신을 뒤흔드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 것이라고.
어디서 어떤 관계로 만났던 해린을 뒤흔들었을 테리어드는 대기실에 도착하자 가발을 벗었다. 가발에 갇혔던 아름다운 금발이 자유를 찾았다. 해린이 자유를 찾기 전까지 갇혀있었던 대가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을 건넸다.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마친 수건을 대기실 의자에 걸어놓은 테리어드의 손이 담배를 찾았다. 테리어드가 입에 문 담배에 성냥으로 불을 붙여주는 해린의 모습을 지켜보던 테리어드가 말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들키면 곤란할 정도로 능숙하네요. 당신과 나는 처음 만난 ‘타인’이란 설정이잖아요.”
“대기실이고 둘 밖에 없으니 넘어가죠.”
“그럴까요.”
“그래요.”
간단하고 빠른 합의를 마친 해린과 테리어드는 이 장소에 잠입하기 위해 사용한 가짜 직업이 아닌 원래의 직업인 비밀요원(secret agent)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있는 장소가 방음설비를 갖춘 대기실인데다 도청기가 설치되었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은 찾았나요, 미스 티아?”
“어제 찾았어요. 그 방에 우리가 원하는 게 잠들어있겠죠.”
“문제는 거래예정일이 새벽 2시라는 거군요.”
“탈출로를 마련하기도 전에 움직여야한다는 뜻이네요. 자신 있나요?”
해린은 테리어드가 자신에게 내민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었다. 오래 전에 골초라고 불릴 정도로 피워댔다가 끊은 담배를 가끔이지만 피우는 계기를 준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테리어드. 코드네임 미스 티아. 혹은,
“자신이 없으면 오랫동안 당신의 옆자리를 차지하지 않았겠죠.”
연인.
담배를 입에 문 해린은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테리어드의 담배에 가져갔다. 치익 소리와 함께 담배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해린이 입맞춤 대신 선택한 간접적인 스킨십의 답례처럼 테리어드의 긴 손가락이 해린의 손에 닿았다. 먼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끝낸 아름답고 유능한 연인이 픽 웃으며 말했다.
“기대할게요.”
살아남기를? 아니면 당신의 옆에서 활약하기를?
묻고 싶은 질문을 삼킨 해린은 담배를 테리어드가 피운 담배가 버려진 재떨이에 비벼서 끈 뒤, 드레스를 벗을 준비를 하는 테리어드의 뒤에 섰다.
“돕게 해줘요.”
“어리광인가요?”
“그렇다고 해두겠습니다.”
테리어드가 손에 움켜쥔 머리카락을 위로 들었다. 드러난 지퍼를 손에 쥔 해린은 지퍼를 내리기 전,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갑작스럽게 닿은 그 순간에도 흠칫하지 않는 여유로운 연인을 당혹스럽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의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해린이 손에 쥔 지퍼를 천천히 내리며 테리어드에게 속삭였다.
“알고 있겠지만 내 마지막은 당신 것이에요. 그러니까―”
살아요. 나도 살 테니까.
죽음을 원하고 비밀요원이 된 해린에게 생을 갈망하게 만든 테리어드는 드레스를 벗고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 해린을 바라보았다. 대답 대신 테리어드가 선택한 것은 행동이었다. 테리어드에게 상어라는 별명을 붙여준 나이프 중 한 자루가 해린의 앞에 내밀어졌다. 조직에서는 이 나이프를 상어의 이빨이라고 불렀으나, 해린은 이빨이라는 단어보다 심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프가 권총을 사용하지 못 하는 테리어드의 유일한 무기이니 더더욱.
내밀어진 나이프를 품에 챙긴 해린은 탄환을 점검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누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의심할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으나 해린은 슬슬 자신의 자리로 나가봐야했다.
“호출하면 내 방으로 와요.”
“그럼, 당신의 에스코트를 맡겨주겠어요?”
해린이 기사처럼 손을 내밀자 테리어드는 내밀어진 해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누르며 손등에 입술을 누른 해린은 호출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기실을 나가며 예감했다, 오늘은,
길고 격렬한 새벽이 되리라.
*
티아해린 23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시간이 훅훅 흘러서 2300일이네요! 에유지만 지퍼랑 넥타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욕망을 투영하고 말았습니다.<<
2300일이란 긴 시간을 저랑 해린이랑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님이랑 티아양 제가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부쩍 더워졌는데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고, 언제나 좋은 하루 되세요!^ㅇ^
- 이전글clāvis 26.02.07
- 다음글You Belong To Me 26.02.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