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Total lunar eclipse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34

개기월식이라는 현상을 처음 접하는 작은 악마는 책과 휴대폰으로 개기월식이라는 현상에 대해 열심히 알아본 뒤아카르를 불렀다아카르지구의 개기월식이라는 현상은 아카르가 태어난 세계인 팔카셰룬이나 아카르가 관여하는 세계인 에류시오네와 다르게 불멸자의 개입이 없었다누구의 개입도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재미를 느껴 인간들이 배운다는 전공서적까지 툭 건드리고 만 마족의 사랑을 받는 작은 악마가 입술을 움직였다.

 

정말로 달이 사라져?”

 

아카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긴 하지만 볼 수는 있어요그대라고 대답하자 작은 악마―네로는 기능을 이전보다 많이 익혀서 사용에 능숙해진 휴대폰을 들어 달력을 확인했다처음 휴대폰을 사용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자연스러움에 아카르가 소리를 내어 웃자웃음소리를 들은 네로가 다가왔다고양이처럼 소리도 없이 다가온 네로가 아카르를 불렀다.

 

아카르.”

 

다시 웃어줘.

팔카셰룬에 있는 부하들이나 아카르의 성격을 아는 오랜 지인들이 보면 석상처럼 굳어서 말을 한 상대방의 안위를 걱정할 요구였으나 상대는 네로였다아카르에게 예외를 만드는 사랑스러운 존재그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다시 웃어주자 네로는 만족한 표정을 짓다 하나로 묶은 아카르의 머리카락을 잡았다오늘 네로의 손으로 직접 묶어준 머리카락이 네로의 손에 닿은 채로 조용히 반짝였다.

 

하늘의 달도 아름답지만 역시 아카르의 머리카락이 더 좋아.”

네로의 것이에요.”

머리카락만 내 거야?”

내 대답을 알면서 묻다니귀여운 악마네요.”

 

두 팔로 끌어안고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아카르가 귀에 속삭여준 달콤한 칭찬을 들은 네로가 얼굴을 붉혔다좋아하는 음식인 사과처럼 붉어진 네로를 공주님처럼 안아든 아카르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제게 달라붙는 네로를 보며 생각했다달이 사라지는 그 시간에 풀어주지 않고 억압한다면 이 작은 악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궁금하긴 했지만 자유와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를 할 정도로 네로의 세계를 좁게 만들고 싶지 않은 아카르의 입술이 침대에 눕혀진 네로의 입술에 닿았다.


*

 

달을 구경하는 날에 필요한 것은 역시 맛있는 음식이라는 왜곡된 지식을 전파한 레오에 대한 항의를 나중으로 미룬 아카르는 옥상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하늘을 보는 네로를 두 눈에 담았다기대가 잔뜩 보이는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이제부터 자신이 갈 자리는 그의 옆인데도욕심을 다스린 아카르는 네로의 옆자리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아카르가 의자에 앉는 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텐데도 소리가 나자마자 네로의 눈은 하늘이 아닌 아카르를 보았다.

 

하늘에게서 네로를 빼앗은 기분이네요.”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빼앗을 거야?”

마족이니까요사실 인간이었어도 빼앗으러 갔겠죠네로는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 사람이니까요.”

그럼 나는 우리가 같이 본 영화에 나온 주인공처럼 아카르를 만나러 갈게아카르가 빼앗으러 오지 않아도 될 거야.”

빼앗는 건 곤란해요그대?”

아카르는 강하지만 아카르가 다치는 건 싫으니까.”

다치지 않아요.”

알아하지만 싫어.”

 

말을 마친 네로가 아카르의 손을 잡았다자신의 손에 비해 작은 네로의 손이 온기와 애정을 욕망을 솔직하게 전해올 때마다 아카르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피어났다익숙한 감정도 있었지만 처음 경험하는 감정도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네로만이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 역시도 세상을 배워가고 있었다네로를 통해.

 

달이 사라지기 전에 키스해줘요.”

 

검붉은 눈의 마족은 긍정의 대답을 행동으로 옮긴 네로를 두 팔로 끌어안고 키스한 뒤키스 때문에 흐트러진 숨을 고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네로의 손을 잡았다아까보다 뜨거워진 네로의 손가락이 아카르의 손가락에 조심스럽게 얽혔다아카르는 그 손가락과 손등을 천천히 문질렀다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담은 행동에 붉어진 달을 보던 네로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아카르.”

장난이에요그대가 충분히 달구경을 마칠 때까지는 안 할게요.”

 

장난을 그만두기 위해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멀어지던 아카르의 손이 네로의 손에 잡혔다도망이라는 시도는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카르의 손을 더욱 강하게 쥔 네로가 입술을 움직였다.

 

달구경은 끝난 것 같아.”

 

아카르를보고 싶어.

지구에 삼켜져서 붉어진 달의 빛을 받으며 다가온 작은 악마는 아쉬움을 누르며 강하게 쥐었던 손을 놓았다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의자에 앉아있는 마족의 얼굴을 작은 악마의 두 손이 감쌌다소리를 내어서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나 그랬다가는 저 작은 악마가 쥐어줄 달콤한 욕망이 달아날 테지기분을 참고 선택한 아카르의 입술로 얼굴을 가깝게 한 네로의 숨결이 내려앉았다.

그 숨결을 지구에 삼켜진 달 아래에서 전부 빼앗으며 아카르는 생각했다.

 

이 사랑스러운 악마를남김없이 삼켜버릴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
오늘도 그만 선업로드 후코멘트를 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아직 800일이지! 아카네로 8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다음날.. 그러니까 26일에 개기월식이 온다고 해서 개기월식을 주제로 써봤어. 아카르는 많이 봤겠지만 네로는 처음이고... 그렇게 쭉 쓰다가 생각해보니까 네로만이 아니라 아카르에게도 네로와 만나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처음이네? 그래서 주저없이 그 이야기도 듬뿍 써보고. 헤헤.
성격 나쁜 마족을 예뻐해줘서 고맙습미다. 오늘도 랑이사랑 앤캐들사랑. 항상 건강하고 800일이란 긴 시간을 나랑 아카르랑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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