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바다를 건너
01.
세계를 비추는 태양은 하나뿐이었으므로 태양이 되지 못 하고 추락한 아쉐리카가 나라를 떠나는 건 당연했다. 순진한 여동생은 나라를 떠날 준비를 마친 아쉐리카의 소매를 붙들었다. 언니에게 말하면. 여동생은 지금 벌어진 일이 말로 해결된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지 않고 소매를 붙든 여동생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낸 아쉐리카는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래의 이별을 예감한 여동생이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아쉐리카는 여동생의 시종들이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올 때까지 여동생의 등을 토닥거렸다.
02.
아쉐리카가 가는 곳이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는 말을 하며 따라온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쉐리카는 그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배를 탔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요란한 신고식을 거쳐 도착한 나라는 책에서만 보던 사계절이 뚜렷한 그 나라였다. 그 나라의 이름을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쉐리카는 지나가던 사람을 불렀다. 아직 어색하지만 뜻은 통하는 이 나라의 말을 입에 올려서 겨우 대화를 마친 아쉐리카는 방금 전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시장으로 향했다.
“비싼 보석을 굉장히 싸게 팔려고 하시네요.”
상인이 말한 가격으로 챙겨온 보석을 팔려는 아쉐리카의 손이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를 듣고 멈췄다. 호박색 눈이 담은 목소리의 주인은 검은 머리, 검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청년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웃으며 상인이 말한 가격을 정정했다. 이 정도면 될 거에요. 아쉐리카는 고마워. 라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청년을 보았다. 지옥이라도 가겠다던 말을 했으나 끝내 아쉐리카를 따라오지 못한 유능한 사람들이 피어내지 못한 호기심이 아쉐리카의 마음에 피어나고 있었다.
03.
“여운하에요.”
집을 구할 때도 도움을 받은 청년의 이름은 운하였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운하는 아쉐리카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궁금해 하는 것은 아쉐리카였다. 이름을, 어디서 사는지를,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아쉐리카에게 운하는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쉐리 씨는 어디에서 왔어요?”
“당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오늘에야 물어보네.”
“바로 물어보면 쉐리 씨가 불편할 것 같아서요.”
“배려야?”
“쉐리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배려. 라고 말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입술을 다문 아쉐리카는 운하를 위해 준비한 차가 담긴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따르며 입술을 움직였다. 내 말로 당신이 하는 행동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 옅은 분홍빛을 띤 차는 아쉐리카의 나라에는 없었던 봄이라는 계절에만 피는 꽃나무로 만드는 차라고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쉐리카가 차의 이름을 물어보기 위해 운하를 바라본 순간이었다.
“쉐리 씨는 다정한 사람이네요.”
“나를 다정하다고 하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그 사람들은 쉐리 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나 봐요.”
“내가 보여주지 않았거든.”
“내게는요?”
당신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아주 좋은 대답이 있었음에도 아쉐리카는 그 대답을 내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 도움 받은 이후로 운하에게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예외적인 말과 행동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쉐리카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왜. 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을 찾을 시간이었다. 나는 왜 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답을 알려준 것은 심장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대답을 듣고 아쉐리카는 운하를 보았다. 입술이 열리고,
“당신에게는―”
내가 모르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내어놓은 대답에는 누구에게도 드러내본 적 없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04.
봄에 눈이라니. 이방인의 방문이 원인이라며 수군대거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운하는 태연했다. 저번에 궁금하다고 말했던 찻잎까지 가져와서 선물하는 모습에 감탄하던 아쉐리카는 가족보다 더 자연스럽게 제 곁에 서게 된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이야.”
“재미있는 사람이란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어요.”
“그래? 그 사람들, 보는 눈이 없었군.”
“내가 모르는 모습을 쉐리 씨가 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말을 마친 운하가 아쉐리카의 뺨을 쓰다듬었다. 따스한 온기는 시간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그렇게 했을 정도로 좋았다. 욕심은 나라를 떠나면서 다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생겨버리다니.
자신에게 욕심을 생기게 한 청년의 손이 떨어지려고 하자 평소보다 다급하게 그 손을 잡은 아쉐리카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운하를 불렀다. 여운하.
“내일도 올 거야?”
“쉐리 씨가 초대해준다면요.”
“다른 사람은 초대 안 해도 당신은 매일 초대할게. 그러니까…”
계속 와.
욕심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속삭이며 아쉐리카는 자신의 손에 잡힌 운하의 손에 입을 맞췄다.
*
운하쉐리 32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뭘 쓰지. 하고 한참 고민하다가 혼자 된 쉐리가 운하오빠 만나러 오는게 보고 싶어서 이케이케 연성해보았다고 한다.
월요일의 시작이 3200일이라니 스피나 힘낸다. 그치만 무리하진 않겠다.ㅠㅁㅠ 세하도 무리하지 말고 힘퐁힘퐁.
32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세하랑 운하오빠 내가 많이 좋아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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