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진 고양이
01.
낯선 천장이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돌아온 루우네를 맞았다. 깨어났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루우네의 귀를 두드렸다. 루우네는 목소리의 주인을 특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금발. 푸른눈. 햇살을 생각나게 하는 청년이었다.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움직여 누구? 라고 묻자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나단 윈체스터. 이름을 듣고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려던 루우네는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 하고 눈을 감았다. 나단이 다급하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 목소리도 루우네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02.
두 번째로 의식을 회복했을 때, 루우네는 나단이 좋은 사람임을 깨달았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도. 그는 골목길에 쓰러진 루우네를 발견하자마자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왜 그랬어요? 라고 묻자 나단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죽지 않길 바랐어요.”
피투성이로 골목길에 쓰러진 사람은 이 도시를 지배하는 자들의 적이었다. 구했다가 덤터기를 쓰면 곤란해질 텐데도 그 곤란보다 자신의 목숨을 위하는 나단을 루우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고맙네요. 마음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대답을 듣고도 나단은 웃었다. 루우네는 그 웃음을 바라보다가 나단이 만들어준 스프를 먹었다. 따뜻한 스프는 나단처럼 포근한 맛이었다.
03.
루우네가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나단은 새로운 옷을 건넸다. 친절하다. 조직에도 나단처럼 친절한 사람은 있었지만 그 친절에는 선이 있었다. 이 친절에는 선이 없었다. 꼭 사랑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독히도 바랐으나 끝내 쥐어보지 못 했던 사랑. 루우네는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나단을 물끄러미 보았다.
“내가 누군지 몰라요?”
“이름은 아직 못 들었네요. 이름을 알려줄래요?”
“와아, 이름 들으면 더 단단히 얽히는 건데도 내 이름을 듣고 싶어요?”
“알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은 내 이름을 알잖아요.”
까먹었다고 대답하려던 루우네는 지금까지 받아온 친절을 생각했다. 루우네. 루우네에요. 사랑하는 도시가 지배자들의 손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거는 조직에 소속된 상태였으나, 대의가 아닌 생존을 위해 움직인 루우네가 처음으로 해보는 다정한 척이었다. 다정한 척이라도 하라고 말했던 세진이 알면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름을 들은 나단이 웃었다. 태양처럼 웃고 있지만 눈부신 웃음은 아니었다. 그래도 예쁘기는 하다고 생각하며 루우네는 안경을 썼다.
04.
몸이 낫자마자 나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말썽이었다. 제대로 움직여 줄 때까지는 싫어도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루우네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집주인, 나단에게 물었다. 내가 도울 일은 없어요?
“도와주려고요?”
“뭐, 간단한 일은요.”
“그럼 같이 요리해요.”
점심을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같이 점심이라니. 요리와는 담을 쌓은 루우네는 식재료를 다듬는 것도 모르는 자신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다정하게 식재료를 다듬는 법을 가르쳐주는 나단을 도와 점심을 만들었다. 점심은 스튜였다. 완성된 스튜와 빵으로 점심을 마치고 뒷정리를 끝내자 나단은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의 손에서 가끔 나던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된 루우네가 물었다.
“필사가에요?”
“번역가요.”
“오. 당신이랑 어울리네요.”
“하지만 가끔 루우네가 속한 조직에 들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이 도시는 망가져가고 있으니까.
나단과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루우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실행하는 순간, 도시를 망가뜨리는 사람들은 무기를 휘둘렀다. 그 무기에 희생된 가족을 생각하며 루우네는 나단에게 손을 뻗었다.
“그건 내가 할 일이니까 당신은 하지 말아요.”
“루우네?”
“당신은 그냥 이대로 살아요.”
뻗은 손으로 나단의 뺨을 매만져주던 루우네는 황급히 손을 떼어내고 몸을 돌렸다. 이런 낯간지럽고 다정한 말,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단에게는 계속 하게 되는지. 루우네는 그 이유를 모른 채로 나단이 사용하라고 한 방으로 향했다.
05.
다리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나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나단 때문이었다. 나단이 피투성이로 다치는 악몽까지 꾸자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루우네는 옷을 입고 창문을 열었다. 조직에 연락하는 것은 이곳을 나가서 하겠다고 결심하고 창문에 발을 걸치려던 루우네의 옷자락이 잡혔다. 루우네는 고개를 돌렸다.
“나단.”
“다리가 나을 때까지만 있어주지 않을래요?”
그 이상은 잡지 않겠다는 말을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는 나단의 모습에 루우네는 안 된다고 말하려던 루우네는 그 말을 내뱉어야 할 입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창문을 닫고 돌아온 루우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나단을 품에 안았다. 이제야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이유를 알았다. 루우네 메라클은,
“후회할 거예요. 왜냐면…”
난 무척, 나쁜 사람이거든요.
나단 윈체스터를 사랑했다.
*
루네나단 6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고양이 줍는 나단을 쓰자!<< 가 이 연성의 목표였던 거 같은데 간호도 들어가고 서투른 루네의 망금도 들어가고, 결국 나단 곁에 있는 걸루 해피엔딩... 이긴 한데 루네 이 녀석은 지켜줄게요. 라고 말하지를 못 하지. 흑흑. 루네 반성해라.
6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랑이사랑 앤캐사랑~!^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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