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선율
리카르도가 스칼리에티 공방의 후계자로 정해진 그 날, 누구의 축하도 받지 못한 리카르도를 축하해준 사람은 리카르도가 처음으로 만든 악기를 구매한 파비앙이었다. 축하해, 리카르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축하에 리카르도는 웃었다. 고마워. 처음으로 축하해준 사람이 그대야. 라고 말하자 파비앙은 얼굴을 찡그렸다. 스칼리에티 공방의 주인인 로베르토 스칼리에티는 자신의 양자인 리카르도의 실력을 질투했고, 공방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후계자의 자리를 노리는 제자들까지 로베르토 스칼리에티의 가혹한 행위에 동조했다.
손을 다치게 하려는 시도가 몇 번이었는지. 자신의 생명줄과 같은 손을 몇 번이나 지켜냈으나 악기는 지켜내지 못 해서 한 번도 악기를 완성하지 못 했던 리카르도에게 구원처럼 찾아온 존재가 파비앙이었다. 파비앙의 도움으로 악기를 완성한 리카르도는 로베르토가 자신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전처럼 가혹한 행위를 하지 못 하는 로베르토의 죽음을 조용히 기다렸다. 마침내 로베르토는 죽고 리카르도만이 남았다. 로베르토의 모든 유산과 공방을 물려받은 리카르도였으나 공방의 직원들과 제자는 리카르도를 쉬이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다.
“아직도 그 공방이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모양이야. 하나씩 삼켜가야지. 그대는 이탈리아에서 제일 바쁜 사람 아닌가?”
“바쁘면 널 보러오지도 못 했을걸.”
“그것도 그렇군. 바이올린은?”
“잘 있지.”
바이올린 케이스를 툭툭 건드린 파비앙은 툭툭 건드린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를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악기는 리카르도의 손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바이올린이었다. 주인인 파비앙의 손에 들린 악기는 곧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했다. 그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 유일한 관객이 된 리카르도는 악기는 만들지만 음악을 잘 알지 못 하는 제게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준 파비앙의 손을 잡았다.
공방에서 악기가 될 재료들을 다룰 때보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파비앙의 손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랐던 몸을 굳히다 파비앙은 리카르도의 행위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감싼 파비앙의 손을 거친 제 손으로 부드럽게 문지른 리카르도가 웃었다.
“신비한 손이야. 어떻게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지?”
“엄청 혼나면 그렇게 돼.”
“하지만 그대는 연주를.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 내가 틀렸나?”
“아냐. 연주도, 음악도 사랑해.”
그리고. 하고 말을 끊은 파비앙은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활을 케이스에 넣고 리카르도의 무릎에 앉았다. 방금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한 파비앙의 두 손이 리카르도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었지만 이렇게 거리가 가까워지면 긴장이 몰려왔다. 있는 힘껏 여유를 가장하며 리카르도는 파비앙의 눈을 보았다. 두 눈이 예쁘게 휘어지더니 입술이 움직였다.
“너도 사랑해, 리카르도.”
방금 전에 들은 연주 이상으로 아름다운 고백을 들은 리카르도의 답례는 입맞춤이었다. 입맞춤을 받은 파비앙은 리카르도의 두 팔에 갇혀 서로의 온기와 타액을 섞는 행위를 하며 호흡을 나누다 입술을 떼어냈다. 부어오른 입술을 보던 리카르도가 파비앙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파비앙은 리카르도의 갑작스러운 어리광에 놀라지 않고 리카르도의 등을 자신의 손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길었어.”
정말로 긴 싸움을 끝낸 기분이었다. 축하를 받기 전까지는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연인의 축하를 받으니 실감이 났다. 여전히 싸우려고 대드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일이 남아있었지만 괜찮을 것이다. 자신의 곁에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군이자 구원인 파비앙 모로가 있었으니까.
“그래, 다 끝나면 여행 갈까?”
“베네치아로?”
“여행은 안 가본 곳으로 가야 재미있지. 다른 나라로 가자.”
네가 좋다면.
파비앙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는 대답을 리카르도는 말로 하지 않고 파비앙의 목에 키스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파비앙이 힘이 들어간 손으로 옷깃을 잡고 매달릴 때까지 머물렀던 입술이 떨어지자 리카르도는 제 행동이 연인의 목에 남긴 키스를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얄밉네. 라고 중얼거리며 리카르도의 뺨을 가볍게 꼬집은 파비앙은 방금 꼬집은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금방 낫겠군.”
“아프게 꼬집지는 않았어.”
“알아. 파비앙이 때린다면 아프게 때렸다고 해도 맞았을 거야. 손을 망가뜨리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였겠지.”
“손은 안 돼. 이 좋은 손을 왜 망가뜨려?”
“얼굴은?”
“상처가 생겨도 멋지겠지만 그래도 안 돼.”
자신의 어디가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자신의 얼굴을 가장 먼저 꼽는 파비앙의 말에 웃은 리카르도를 파비앙이 불렀다. 리카르도, 손 절대로 안 돼. 그 말에 들어있는 진담을 파비앙은 알아버린 모양이다. 그래. 기억하지. 라고 대답한 리카르도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파비앙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피곤한 밤이다. 이대로 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연인을 만난 밤이기도 했다.
“파비앙.”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기댄 얼굴을 든 리카르도는 자신을 보는 파비앙을 안아들고 일어났다.
“오늘 밤은 길 거야.”
예고하는 리카르도를 보며 침대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부르게 될 바이올리니스트는 얼굴을 붉혔다. 파비앙이 좋아하는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주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방으로 들어간 리카르도는 문을 닫았다. 문은, 오래도록 열리지 않았다.
*
리칼파뱡 2500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제 올린 아카네로랑 살짝 연계는 되는 완전히 ㅋㅋㅋㅋㅋ 이어지지는 않는 리칼파뱡 연성 기념일을 써봤어. 나중에는 연계해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으나...(현생 봄) 일단 현생을 잘 이루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현생도 건강도 힘내겠습니다.
랑이가 즐겁게 읽길 바라! 2500일이란 긴 시간을 나랑 리카르도랑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랑이 사랑 앤캐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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