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악마는 욕망을 선물한다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22

오랜만에 돌아온 본가에는 고양이를 닮은 낯선 소년이 있었다손님인가요그대아카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소년은 말했다손님이랬어아카르의 부모인 카사티온과 세레나타는 발이 넓은 사람들이었다어느 쪽의 손님인지는 몰랐지만 손님과의 대화를 갑자기 뚝 끊고 마무리 짓는 예의는 배우지 않았던 아카르는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에게 잘 머물다 가요라고 인사하고 본가에 돌아오면 사용하는 방으로 향했다.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부모는 방에서 얌전히 독서 중인 아카르를 불렀다예상대로 부모는 소년을 아카르에게 소개했다소년의 이름은 네로곧 성인이 될 그는 어머니가 새로 가르치기 시작한 제자였다네로가 정말 멋진 연주를 한다고 자랑한 세레나타는 아카르에게 네로의 연주를 꼭 듣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기대감 섞인 시선을 보냈다아카르가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 카사티온까지 세레나타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답이 수락 밖에 없음을 안 아카르는 네로와 세레나타를 따라 본가에 오는 손님들 모두가 칭송하는 연주실로 향했다.

 

본가의 피아노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피아노 공방스칼리에티에서 제작한 피아노였다하나뿐인 자식인 아카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 피아노 앞에 앉은 네로는 건반을 두드렸다그렇게 시작한 즉흥연주에는 다양한 음악가가 녹아있었다베토벤에서 모차르트까지강약까지 완벽한 연주를 끝낸 네로는 박수를 치는 세레나타 옆에서 함께 박수를 치는 아카르를 보다 웃었다그 순간이 세계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지휘자아카르 르 메르바하가 피아니스트네로를 마음에 들인 순간이었다.

 

고마워어땠어?”

 

축하의 의미로 아카르가 가져온 꽃다발을 받은 네로가 물었다눈을 반짝이는 네로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아카르는 네로를 처음 만났던 날 이상으로 놀라운 오늘의 연주를 생각했다내일 신문 1면을 도배할 정도로 굉장한 연주였다처음부터 끝까지그 마음을 담아 네로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춰준 아카르는 가벼운 입맞춤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네로를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이 무대는 그대에게 작다는 걸 오늘도 느꼈죠더 넓은 무대로 갈 생각은 없나요그대?”

키스해주면 말해줄게.”

 

장래의 계획을 말하는 대가로 키스를 요구하는 네로의 품에는 꽃다발이 없었다아카르는 네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얼굴을 숙였다처음으로 네로에게 꽃다발을 안긴 날이 생각났다네로가 처음으로 나간 국제 콩쿠르였다연주를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아카르에게 달려들었던 피아니스트는 1위를 했음에도 이 나라에 남았다.

 

입맞춤을 끝낸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대기실의 소파에 앉았다오늘 받은 꽃다발들의 향기와 네로의 메이크업을 위해 쓴 화장품 향기가 뒤섞인 대기실의 소파에서 네로는 자신의 목을 갑갑하게 만들었던 턱시도의 단추를 풀었다자유를 찾은 청년은 키스의 여운이 남아있는 얼굴로 아카르를 보았다.

 

아카르가 말하는 넓은 무대는 세계지나아갈 거야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충분한 힘이 있으면서 왜 미루는 거죠알고 싶네요.”

아카르도 마찬가지잖아더 바빠질 수 있으면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방법을 찾는 중이었죠.”

나야?”

네로랍니다.”

 

그대를 데려가고 싶어요.

말하며 코를 살짝 건드리자 네로는 웃었다나랑합주하면 같이 다닐 수 있어지휘자란 직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그를 받쳐줄 수 있을까네로는 천재였고 아카르는 천재가 아닌 수재였다그의 손을 잡는 일은 하늘을 날아가야 할 재능을 자신의 손으로 꺾는 것이 아닐까고민하는 아카르를 바라보던 네로는 처음 만난 날보다 커진 손을 아카르의 왼쪽 가슴에 올렸다.

 

피아노좋아하잖아.”

 

피아노 앞에 앉고 싶었던 아카르의 욕망을 처음으로 같이 합주한 그 날알아차린 연인의 녹색 눈이 아카르에게 말하고 있었다솔직해지라고신문 1면에 가끔 네로의 연주를 악마라고 칭하는 기자들이 있었다사람을 홀리는 연주네로의 연주에 그런 마법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연주에 가장 먼저 홀린 사람은 자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아카르 르 메르바하는 이번에도 자신을 욕망에 따르게 만든 악마의 손을 잡았다.

 

네로에게는 숨길 수가 없네요.”

숨길 일은 숨겨버리면서그래서할 거야?”

안 숨겼어요그대생일 파티는 원래 서프라이즈로 하는 거랍니다?”

대답을 안 했어.”

그대가 괜찮다면요그렇지만 내 손은 많이 굳어있을 거예요.”

천천히 하자.”

 

자신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른스럽게 자신을 달래는 네로의 손에 아카르는 입을 맞췄다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키스에 네로의 숨이 뜨거워졌다아카르이름을 부르며 옷을 잡아오는 네로의 귀에 얼굴을 가져간 아카르는 조금만 참아요라고 속삭인 뒤소파에서 일어났다소파에 앉은 네로가 풀었던 단추를 채우고 옷을 입었다.

 

흐트러짐이 없는 피아니스트가 된 네로는 아카르가 선물한 꽃다발을 들고 거울을 확인했다다행히 네로의 메이크업은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었다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뒷문을 통해 나갈 예정이었지만 메이크업이 지워진 모습을 찍어서 헛소리를 하는 잡지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물할 생각은 없었다.

 

준비할게.”

기다릴게요.”

 

대기실을 나간 아카르는 네로의 손이 닿았던 자신의 왼쪽 가슴을 보았다아까 전부터 빠르게 뛰는 심장이 외치고 있었다어서연주하고 싶다고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악마가 심은 욕망 속에서 아카르는 생각했다.

 

악마는연주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네로라고.

 

*

아카네로 2주년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축하합니다~

오늘은 아카네로 2주년내일은 리칼파뱡 2500일이라는 연속 기념일이다와아아어디서 많이 보던 익숙한 이름이 나왔는데 그 이름이 맞습니다완전히 연결해서 쓴건 아니지만 살포시 연결해서 써봤어어떻게 연결했는지는 리칼파뱡 기념일 로그에 나올 것이다.^^

2주년이란 시간을 나랑 아카르랑 보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오늘도 랑이사랑 앤캐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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