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태양처럼 눈부신 네게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20

나뭇가지에 가장 아끼는 리본을 묶어서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남부의 오랜 전통이었다.

생일이기도 한 2월 14일에 남부를 떠나 사리엘이 사는 동부의 마탑으로 온지 1년이 되는 리즈벳은 사리엘의 책상에 풀 대신 자리한 나뭇가지를 발견하고 사리엘을 보았다.

 

사랑에 빠졌어시엘?”

 

맑은 목소리로 묻는 리즈벳의 눈에 보이는 기대감을 발견한 사리엘은 나뭇가지 두 개를 들었다사온 리본을 묶을 나뭇가지를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고 해를 입는다는 이야기는 없었다사리엘이 관심을 둔 적이 없는 전통까지 조사할 정도로 신경 쓰는 이유는 이 고백이 그가 준비한 리즈벳의 생일선물이기 때문이었다리즈벳은 마탑에서 서로를 돕는 동료이자 연인으로 사리엘의 곁에 있었지만가끔 남부의 바다나 남부에서 볼 수 있는 꽃을 재료로 사용할 때 리즈벳의 두 눈을 채우는 그리움은 사리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조금 더 자유로운 몸이었다면저주를 받아 마탑에 묶여버린 마법사의 손에 리즈벳의 손이 닿았다작은 손이 나뭇가지를 구하느라 입은 생채기를 매만졌다.

 

치료부터 하자.”

큰 상처는 아니야그리고 나뭇가지는.”

작은 상처가 큰 상처가 되는 법이고나뭇가지를 누가 받을지는 알고 있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잖아시엘도.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리즈벳은 1년간 사리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저주까지 잘 알게 된 그의 연인은 생채기에 바를 약을 가져왔다리즈벳이 뚜껑을 열자 약초 특유의 향기가 사리엘의 연구실을 채웠다탑에서 나갈 수 없는 마법사는 지금까지 연구실을 채워온 흔한 약초 향기조차 새로운 향기로 만드는 리즈벳을 품에 끌어안았다갑자기 사리엘의 품에 안겼음에도 놀라지 않은 리즈벳이 웃으며 말했다.

 

남부에서 피는 꽃의 향기가 나리본 말고 꽃도 준비했구나.”

네게 리본하고 나뭇가지만 줄 수 없으니까내가 하려는 말은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말일지도 몰라.”

용기가 없는 마법사님이네.”

용기는 없지만 솔직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네게는이라고 덧붙인 사리엘은 나뭇가지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린 뒤주머니에 있는 리본을 꺼내 나뭇가지에 묶었다예쁘게 묶인 나뭇가지가 리즈벳에게 내밀어졌다남부에서 자란 여인은 내밀어진 나뭇가지를 받고 사리엘이 준비한 꽃보다 더욱 예쁘게 웃었다저주를 받기 전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관찰하기 위해 꽃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사리엘의 머릿속을 스쳤다자유로웠더라면 햇빛 아래에서 더욱 빛나는 리즈벳을 볼 수 있었겠지만 사리엘의 저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내 저주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몰라.”

괜찮아저주가 풀리지 않으면 그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이 될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날 부른 거잖아.”

기억하고 있었군.”

지금은 새로운 몸이 될 인형이 아니라 저주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너와 미래를 만들고 싶으니까.”

 

인형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몸이 아니라 이 몸으로너와 만난 이 몸으로.

말을 마친 사리엘의 입술이 나뭇가지를 품에 안은 리즈벳의 뺨에 닿았다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진 뺨은 부드러웠다사리엘의 방에서 누군가의 품에 선물되기를 기다리는 꽃잎보다 더더욱꽃잎보다 부드러운 리즈벳의 뺨을 손으로도 매만져준 사리엘은 나뭇가지를 내려놓고 자신의 목을 끌어안은 리즈벳을 바라보았다.

 

저주를 끌어안고 살기 싫다고 했던 시엘을 기억해.”

지금도 저주를 끌어안고 살고 싶지는 않아그때와는 다른 이유가 많아졌지만나는―

그 이유는 키스한 뒤로 미뤄주지 않을래시엘하고 키스하고 싶어.”

 

키스하고 싶다고 요구하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사리엘은 눈을 감은 리즈벳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서로의 온기를 오랫동안 탐하던 입술이 떨어지고 두 사람이 감았던 눈을 떴다서로를 눈에 담고 바라보던 두 사람 중먼저 입술을 움직여 침묵을 깬 사람은 사리엘이었다.

 

생각해보니 저 나뭇가지와 고백은 리지를 위한 생일선물이었는데.”

미리 받았다고 생각할게.”

그 날도 준비할 거야.”

고집쟁이네.”

그래네 연인은 굉장한 고집쟁이야.”

 

뺨을 가볍게 꼬집으며 긍정하자 리즈벳이 웃음을 터뜨렸다맑은 웃음소리가 조용한 연구실에 울려퍼졌다태양이 눈부신 남부에서 태어난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의 웃음소리였다언젠가 그 눈부신 태양을 같이 볼 수 있다면태양만이 아니라 이 탑에서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했던 바깥을 두 눈으로 보며 리즈벳과 함께 걷는 미래를 생각한 사리엘은 그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자신이 좌절하더라도 언제나 곁에 있어줄 리즈벳을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목을 끌어안고 있던 리즈벳의 두 팔이 아래로 내려갔다등에 닿은 그녀의 두 팔은 눈을 감은 사리엘을 토닥였다천천히그리고 느린 움직임 속에는 평온이 있었다그 평온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털어내며 눈을 뜬 사리엘은 리즈벳의 목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중얼거렸다.

 

이번 생일은 꼭 축하해줄게.”

이번 생일만?”

다음 생일도.”

그리고 그 다음 생일도 축하해줘.”

 

곁에 영원히 있으라는 소리였다이기적인 고백에 대한 답을 너무 근사하게 받았다고 생각하며 사리엘은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리지.”

 

 

*

리지 생일이자 시엘리지 7주년!!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축하합니다~!

크림님이랑 리지랑 함께한지 7년째라니햇수가 늘어날수록 감격이지만 이번엔 시국도 시국이라 그런지 더욱 기쁘게 느껴져요.

이번 이야기로 오피셜은 아니지만 에유의 고백 이야기를 들고 와봤습니다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요!^^

저랑 시엘이랑 7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크림님이랑 리지 제가 많이 좋아해요사랑해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