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주인
01.
네로의 손목에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영어로 적힌 그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아카르는 보자마자 알았다. 오래 전부터 적혀있었어. 라고 말하는 녹색 눈을 가진 악마의 젖은 머리에 큰 수건을 덮어준 붉은 눈의 마족―아카르가 말했다.
“지금부터 그 이름의 의미를 찾아볼래요, 그대?”
왜 이름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네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볼래.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장소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는 네로의 손은 자신의 손목에 적힌 이름을 더듬었다. 천천히. 아카르는 그 손길을 따라가며 손목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아카르.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제 이름이었다.
02.
“그때는 이 이름이 운명의 상대의 이름인지 몰랐어.”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네로의 곁에는 말해줄 사람이 없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카르를 만났지. 왜 말해주지 않았어?”
아카르는 애플파이를 자르던 손을 멈췄다. 생각에 잠겨서 모든 동작을 멈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아카르에게는 없는 일이었으나 네로는 그 일을 해냈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작은 악마와 눈을 맞춘 아카르는 이 악마가 대답을 들을 때까지 기다릴 것임을 알았다. 손에 든 모든 물건을 내려놓은 아카르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그 솔직함을 무기로 원하는 것을 지켜낼 네로의 손목에 제 손을 얹었다.
예전에는 마법으로 숨기고 있지만 이제는 마법으로 숨기지 않는 손등에는 네로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운명의 상대. 언젠가 꼭 만날 운명의 상대라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새기며 그 날을 기다렸다. 수없는 시간이 흘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상대를 만났을 때, 아카르는 그 상대에게 자신이 운명의 상대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은 오랫동안 기다리는 일을 선택했으나 네로는 달랐으면 했다. 힘들다면 기다리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으면 했다.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아카르는 입술을 움직였다.
“네로는 달랐으면 했어요. 자신의 힘으로 직접 내 운명이라고 선택했으면 했거든요.”
“아카르도 자신의 힘으로 직접 내 운명이라고 선택했잖아. 그래서 나를 만난 거 아니야?”
이름의 주인을 오랫동안 기다렸잖아.
말을 마친 네로를 아카르는 품에 끌어안았다. 설령 몰랐어도 나는 그대를 기다렸을 거예요, 네로. 가만히 안겨있던 네로가 두 팔로 아카르를 끌어안은 뒤, 입술을 움직였다. 그럼 말해줘.
“어떤 말이 듣고 싶은데요?”
“알잖아.”
“제대로 말해줘요. 네로의 가장 큰 무기로요. 아니면 날 움직일 수 없어요.”
얄밉다고 말한 네로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아카르에게 전했다. 네로가 듣고 싶은 말을 입에 올린 아카르는 환히 웃는 그 얼굴을 눈에 담으며 고개를 숙였다. 입술과 입술이 닿았다.
서로의 몸에 적힌 운명처럼 분명하게.
*
아카네로 9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뭘로 쓸까 고민하다가 네임버스! 서로의 이름이 신체에 새겨진 아카네로를 데려왔어.u.u
비록 이름은 처음부터 쓰여있었지만 서로를 스스로 선택한 아카네로가 보고 싶었다고 합미다.
900일이란 긴 시간을 나랑 아카르랑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늘도 랑이사랑 네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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