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
또, 꽃이 피었다. 사실은 피었다. 보다 자랐다. 는 말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이제 잘 아는 루우네 메라클은 제 팔에 피어난 꽃을 보았다.
가느다란 초록 줄기에 매달린 채, 피어날 날을 기다리는 연약한 꽃봉오리는 루우네가 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루우네는 시계를 확인한 뒤, 잡초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꽃을 꺾었다. 꺾자마자 시들어버린 꽃을 쓰레기통에 버린 루우네는 의자에 앉았다. 평정을 되찾자 평소와 같은 소리를 내며 열린 문으로 나타난 청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채도가 낮은 금발과 호수라는 물을 닮은 푸른 눈을 가진 청년은 부드럽게 웃었다. 꽃이 핀다는 봄이라는 계절을 사람으로 만들면 저렇겠지.
“루우네, 잘 있었어요?”
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다정한 목소리의 주인, 나단 윈체스터는 루우네를 담당하는 연구원이었다. 처음 만난 날, 나단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의식을 회복한 루우네를 끌어안고 말했다.
-견뎌줘서 고마워요.
미래에 희망을 걸고 냉동수면에 들어갔으나 살아남은 자들이 적은 구인류. 루우네는 그 구인류의 생존자 중 한 명이었으나 다른 생존자들과 다르게 기억이 없었다. 기억이 없어 백지와도 같은 루우네의 세계를 나단은 열심히 넓혀주었다. 수틀리면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 루우네를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거리를 두는 다른 연구원들과 다른 나단에게 루우네는 결국 마음을 열었다. 루우네의 팔에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루우네가 나단을 이름으로 부른 날이었다. 이름을 들은 나단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나단이 돌아간 뒤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꿈에서도 나단을 본 그 날, 루우네의 팔에는 꽃이 피었다. 붉은 꽃. 단 한 송이의 꽃이었고 여전히 이전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루우네는 알 수 있었다. 나단을 향한 사랑이 이 꽃을 피워냈다는 것을.
많은 꽃을 버렸다. 하지만 꽃은 계속 피어났다. 이대로라면. 나단에게 들키고 말 거라는 두려움보다 이 감정을 전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퍼져가는 욕망에 취한 루우네 메라클은 아무 것도 알지 못 하는 나단 윈체스터의 손을 잡았다. 눈이 마주쳤다. 사랑스러운 푸른 눈이 루우네를 담았다. 푸른 눈 안에 갇힌 루우네의 입술이 움직였다.
“당신을 생각했어요.”
“나도 그랬어요.”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루우네?"
“나는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만나서 당신을―”
말을 멈춘 루우네의 얼굴이 나단의 입술 앞으로 다가갔다. 루우네의 얼굴은 나단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루우네는 나단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비명을 지르거나 호출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도 나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낯선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청년의 입술에 루우네는 입을 맞췄다. 수없이 꺾었던 꽃이 다시 자라나서 내는 향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향기 속에서 루우네는 생각했다.
향기보다 더욱 자신을 취하게 하는 사람은 나단이라고.
*
루네나단 2주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하나하키가 유행했을때 하나하키랑 같이 돌던 꽃나무가 자라는 병이 있었는데 그거 떠올리면서 쓴게 맞음. 나뭇가지 자라게 하기엔 모호해서 꽃으로 바꿨지만.
2년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용.
오늘도 랑이사랑나단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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