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형태
“짧은 시간에 어려운 요리를 만드는 일에 익숙해지긴 불가능하겠죠?”
맹약자 중에서 가장 사랑을 갈망하고 원했지만 본질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는 평을 듣던 ‘루우네 메라클’의 말에 오늘 그와 함께 임무를 한 히페시즈 류에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말을 들은 맹약자가 그와 친분이 있는 세진이었다면 루우네를 놀리며 웃음을 참느라 눈에 눈물까지 맺히는 버라이어티한 반응을 했겠지만 히페시즈는 아쉽게도 루우네와 친분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 동그래진 눈을 깜박이기만 하는 반응으로 실망감을 안겨준 히페시즈를 보며 루우네가 웃었다.
“질문을 들었으면 대답을 해요. 그게 인간의 예의라고요, 히페시즈.”
예의와 거리가 먼 날카로운 말에 돌아올 당연한 반응을 ‘선택하지 않은’ 히페시즈는 미안해. 라고 사과한 뒤, 생각에 잠겼다. 인간의 형체를 한 운명은 루우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주기 위해 열심히 생각의 바다를 헤맸다. 루우네는 그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히페시즈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 히페시즈의 대답이 자신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려운 요리라도 그 요리를 얼마나 간절히 익히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간절함이 누구보다 강한 마법사죠.”
“그럼 짧은 시간이라도 익숙해질 거야. 힘내, 루우네.”
“당신이 힘내, 루우네. 라고 하니 당신과 친구가 된 기분이네요, 히페시즈.”
“난 좋아. 친구할래?”
“아뇨.”
사랑할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그러니까 보고는 맡길게요.
얄밉게 웃으며 히페시즈에게 손을 흔든 루우네는 자신을 붙잡지 않고 똑같은 인사를 해주는 히페시즈를 바라보지 않고 익숙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의 연인인 나단 윈체스터와 나단의 귀여움을 듬뿍 받는 반려견, 노엘이 사는 집 앞이었다. 맹약자의 일을 하는 날에 입는 제복을 평상복으로 되돌린 루우네는 자신이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오늘도 걸어놓지 않은 창문을 열어 나단의 집에 들어갔다.
“오늘도 창문이네요, 루우네?”
“당신이 잠그지 않아서 사용했어요. 내가 오길 기다린 거예요?”
가까이 다가가 나단의 손에 깍지를 끼고 손등을 애무하듯 매만지기 시작한 루우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나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자신이 오길 기다렸다는 질문 때문인지 이 희롱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루우네는 물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나단을 보았다. 나단을 괴롭히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루우네가 손등을 매만지는 것을 멈추고 나단을 품에 안았다.
오늘도 나단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은 루우네 메라클과, 나단을 위해 어려운 요리를 간절히 익히고 싶은 루우네 메라클이 공존하고 있었다. 루우네 메라클이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나도 사랑해요? 라고 물어보면 사랑한다고 대답할 나단 윈체스터의 두 팔이 루우네를 끌어안았다.
“기다렸어요.”
“그럼 키스해봐요.”
루우네가 나단의 키스를 기다리듯 눈을 감자 곧 나단의 입술이 루우네의 입술을 덮었다. 서툴게 입을 벌리고 혀를 넣어오는 나단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은 루우네는 나단의 숨결을 전부 삼키며 나단의 몸을 바닥에 쓰러뜨린 뒤, 길고 거친 입맞춤을 끝냈다. 루우네의 그림자에 덮인 나단의 손이 루우네의 옷자락을 잡았다. 꾸욱. 나단의 손길을 신호로 삼은 루우네가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입맞춤은 긴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루우네의 손길을 받던 나단이 루우네의 손을 입술 앞으로 끌어갔다. 몸을 몇 번이나 뒤섞고 맛보는 후희에서 나단이 언제나 하는 스킨십 중 하나였다. 피를 몇 번이나 묻힌 손인데도 나단은 루우네의 손을 소중히 다뤘다. 원한다면 아예 당신에게 줄 수도 있다는 말을 삼키며 손에 닿는 나단의 온기를 즐기던 루우네가 물었다.
“가지고 싶은 선물은 없어요?”
“루우네의 사진도 줄 수 있어요?”
“당신이 바란다면 줄 수 있지만 지금의 사진은 줄 수 없어요. 나는 비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유령처럼 말이에요.”
함께 찍은 사진은 나단이 몇 번을 살아나도 남길 수 없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겪어도 뻔뻔하고 나쁘게 살아온 루우네의 표정에 묻어나는 감정이 자신에 대한 미안함임을 깨달은 나단이 루우네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나라도 갑자기 이러면 놀라요, 나단.”
“예전의 사진으로 충분해요. 그리고 사진을 찍지 못 해도 괜찮아요. 내가 기억할게요.”
자신이 기억하겠다고 말하는 나단의 진심이 담긴 푸른 눈에 입을 맞춰준 루우네는 그럼 이런 모습도 기억할 거죠? 라고 말하며 나단의 얼굴을 가볍게 시트에 눌렀다. 시트에서 떨어져 자유를 되찾은 나단의 얼굴이 루우네를 보았다.
“루우네도 기억해줘야 해요.”
나단은 루우네와 똑같은 행동을 답례를 돌려준 뒤, 자유를 되찾은 루우네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자신의 사랑을 받는 바람에 환생을 반복하는 운명이 되었는데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깊은 사랑을 안겨주는 연인을 보며 루우네 메라클은 생각했다. 자신은 나단 윈체스터의 이 달콤한 사랑을,
“걱정 말아요. 난 기억력이 무지 좋거든요.”
영원히 놓지 못할 것이라고.
*
루네나단 700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하합니다~!
루네의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나온 글이야. 이전에 같이 풀었던 썰에서 이야기 나온 것도 조금이지만 샤샤샥 들어가있습니다.
랑이가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다.ㅇㅅ<
700일이란 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고 어제 선물들도 꼬마워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 랑이사랑 앤캐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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