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과
리딜이 인생을 롤러코스터라고 비유한 오전, 얼굴은 기억하지만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직원은 리딜을 물끄러미 보다 말했다. 관람차가 아니네요. 악의가 없는 둥그런 말이었으나 리딜에게는 날카로웠다. 리딜은 그 말이 자신에게 낸 상처를 감추기 위해 평소처럼 웃었다. 느릿느릿하게 위로 올라가서 느릿느릿하게 아래로 내려오는 관람차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다는 말을 삼킨 채.
평소처럼 행동하지 않은 벌처럼 오후의 일정이 죄다 꼬여버리자 리딜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열었던 어플을 닫고 바깥으로 나가 무작정 걸었다. 비가 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걷던 리딜은 숨을 고르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도 참. 하고 스스로를 타박할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비 오는데 우산도 없이 다닙니까?”
익숙한 풍경보다 더 익숙해진 그 사람이 보였다. 하이네 벨라크루즈. 기억하는 이름을 부르려던 입술을 다문 리딜은 벨라를 향해 젖은 손을 뻗었다. 젖은 손이 젖지 않은 손과 닿은 그 순간,
“우산은 없지만 산책하긴 좋은 밤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왔는데 혼자는 역시 심심하네요.”
같이 산책할래요, 벨?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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