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을 올려봅니다(아이르가의, 혜아도연, 비천윤영)
아이리아스가 가끔 머리에 착용하지 않을 화려한 장신구를 머리에 달고 집으로 오는 날이면 가의는 말없이 아이리아스에게 다가가 그 장신구를 손수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아이리아스는 가의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 오늘도 승리한 가의의 손이 아이리아스가 머리에 착용한 장신구에 닿았다. 평소라면 금방 장신구를 풀어줄 가의가 장신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리아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의에게 물었다.
“어울려요?”
“오늘 한 장신구는요.”
“그럼 가의가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착용하고 있을게요. 아름다운 정원보다는 재미없는 풍경이겠지만요.”
“아이르와 내가 머리에 똑같은 장신구를 하면 가혜가 알려준 커플템이 된다는 게 떠올라서요. 그리고 재미없지 않아요.”
내 예쁜 반려님을 조금 더 보고 싶네요.
이 세계에는 없는 단어였지만 커플템이 무엇인지는 아이리아스 역시 지인인 레오 덕분에 알고 있었다. 커플템만으로도 심장이 고장 난 기분이 들었는데 예쁜 반려님이라니. 그 사람이 친 장난보다 가의가 지금 한 말이 날 더 곤란하게 해요. 라고 중얼거린 아이리아스는 가의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였다. 부드럽지만 깊은 입맞춤을 나누는 소리가 집 안에 퍼졌다.
-아이르가의
도연이 평생을 약속한 반려가 아니라 오라버니, 이경의 친구였던 시절에도 가혜는 그가 부는 피리를 좋아했다. 도연이 연주하는 맑고 아름다운 선율에 홀린 것처럼 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자신의 행동에 당황하고 걸음을 재촉했던 어린 날을 생각하던 가혜는, 연주를 멈추고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도연을 은색 눈에 담았다.
“두 번째 연주를 바라는 시선으로 보이는데. 맞소, 부인?”
“긍정하지, 남편님. 긍정할 정도로 두 번째 연주를 바라는데도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신청곡을 줄 수 없다는 게 아쉽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지금처럼 대답하면 많은 사람들은 예영을 입에 올리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묘음조(妙音鳥)라 불리던 가희의 딸이라면 그녀와 같은 길을 걷지는 못 해도 음악에 조예가 있으리라고 판단한 자들의 안타까움은 가혜를 뒤흔들지 못 했다.
가혜의 뺨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긴 도연이 피리를 불었다. 맑은 소리로 연주하는 두 번째 연주는 가혜가 모를 수 없는 그리운 음악이었다. 예영이 가끔 불렀지만 제목은 절대 알려주지 않아서 끝끝내 제목을 알 수 없었던 예영의 자작곡.
“기억 속의 음악과 비슷했으면 좋겠군.”
똑같이 연주했다는 말을 삼킨 가혜는 도연의 목을 끌어안고 그를 바라보았다. 혜아. 감상을 요구하는 빠른 방법을 잘 아는 현명한 남편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춘 가혜가 말했다.
“똑같았어. 덕분에 표정 관리를 못 하겠으니까 다시 표정 관리 할 수 있을 때까지 애정행각을 당하도록 해.”
-혜아도연
“오늘은 안경을 안 썼군.”
“손님이 올 시간이 아니거든요. 티백이지만 차 마실래요?”
비천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윤영은 부엌으로 향했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서 끓인 뜨거운 물을 넣은 컵에 티백 두 개를 띄우자 녹차 두 잔이 완성되었다. 여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다니. 문명의 발전에 감탄하며 녹차 한 잔을 비천에게 건넨 윤영은 티백치고는 제법 괜찮은 향을 음미하며 비천을 보았다.
“안경 안 쓰고 보는 당신이 더 좋긴 하네요.”
“가까이서 보면 더 좋겠지.”
“손에 뜨거운 찻물이 있으니까 지금은 이 정도의 거리가 좋아요.”
비천은 윤영의 말에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숨길 수 있으면서 숨기지 않고 드러내다니. 그 점이 그의 나이와 상관없이 귀여워서 웃어버린 윤영이 찻잔을 내려놓고 비천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렇게 귀여우면 내가 약해지잖아요.”
“연인에게 약해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야.”
아직 묶지 않은 제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어 허리를 감싸는 비천의 팔을 윤영은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찻잔 속의 차가 식어버리는 미래가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나쁜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웃은 윤영이 말했다.
“얼른 마셔요, 비천. 키스하고 싶으니까.”
-비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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