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조각글을 올려봅니다(알비스즈키, 린도정아, 연설믜)

<span class="sv_member">에메트</span>
에메트 @acidcatsle
2026-02-07 17:56
“책이랑은 금방 친해졌는데 책 아닌 다른 물건이랑은 못 친해졌어. 바느질도 그런 물건 중 하나야.”
“아쉬워?”
알비의 질문을 들은 스즈키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못 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 오기로 가득했던 옛날에는 아쉬움이 컸었다. 지금은 달랐다. 어떻게 다른지 말하면 그 말이 길어도 옆에서 계속 들어주겠다는 듯이 기다리는 알비와 눈을 맞춘 스즈키가 입술을 움직였다. 
“옛날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 그리고 하고 싶으면 배울 수 있는 ‘좋은 스승님’이 곁에 있잖아.”
“실기시험도 본다면 생각해볼게, 스즈키.”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 스즈키의 얼굴을 알비의 손이 매만졌다. 농담이야. 알비의 말을 듣고 평소의 얼굴을 되찾은 스즈키는 입 속에 맴도는 불만을 말하려다 여전히 알비의 손이 닿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술을 다물었다. 이런 보상이 있으면 가끔은, 그런 농담을 들어도 될지도 모르겠다.

-알비스즈키

“새로운 카메라네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안 쓰지 않았어요?”
“기억하고 있었네.”
“기억하죠.”
부부잖아요.
덤덤하게 말했지만 정아의 얼굴은 붉었다. 손에 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지금의 정아를 찍고 싶다는 욕망을 다스린 린도는 정아의 붉은 얼굴이 진정되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평소 쓰던 카메라에 비하면 참으로 가벼운 무게를 지닌 카메라가 정아를 담았다.
“휴대폰으로 찍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폴라로이드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써본 적 있어요, 린도?”
“없어. 하지만 당신 찍으면서 배워갈 수 있겠지. 모델 해줄래?”
정아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린도의 손을 잡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정아를 보며 린도는 정아의 인상을 바꾼 그 날을 생각했다. 이 작은 몸으로 자신을 뒤쫓던 최정아를 본 그 날을.
“우리 앨범에 넣을 사진이잖아요. 모델은 같이 해요.”
린도는 웃으며 그래. 정아 말이 맞아. 라고 대답한 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사랑스러운 부인의 입술이 린도의 입술에 닿았다.

-린도정아

연과 설믜를 밤마다 동네로 함께 나가게 하는 강아지는 주인인 연의 무릎에서 눈을 감았다. 설믜는 금방 잠이 드는 강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의 강아지는 설믜를 잘 따르는 것 같지만 가장 무방비해지는 순간에는 주인의 옆에 있었다.
“역시 널 잘 따르는 거야.”
“편해서 그렇겠지. 아, 곧 시험이지.”
“응. 나 이번에는 한문 시험을 잘 보고 싶어서 틈틈이 노력해서 기대하고 있어.”
‘한문’이라는 단어를 들은 연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껄끄러운 한문 선생님이 생각난 탓이겠지만 설믜는 연이 선생님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 했다. 너 때문이야. 라고 직구를 던져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연이인데. 라고 해맑게 웃을 설믜의 머리카락을 손에 쥔 연은 눈을 깜박이고 자신을 보는 설믜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입술의 온기도 느끼지 못한 입맞춤인데도 설믜의 얼굴이 붉어졌다. 옆으로 올래? 연의 제안을 들은 설믜는 고개를 끄덕이고 연의 옆에 앉은 뒤,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연을 보다가 연의 손을 잡았다.

-연설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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