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의 연인
스승인 힐라스가 가보았던 나라 중 하나는 겨울이 더욱 추워지는 시기를 소한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그 나라의 겨울이 어떤지를 궁금하게 생각했겠지만 애석하게도 테미르디케 아일라 루드베키아는 보통 아이들과 거리가 먼 마법사였다. 힐라스는 벌써부터 마법사가 될 필요는 없소. 라고 말하며 테미르디케의 머리를 매만졌다. 테미르디케는 떨어지는 힐라스의 손을 보라색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부모가 자신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자랐더라면 저 손을 붙잡을 수 있을까.
“디케.”
여전히 예전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 채로 24살이 된 테미르디케는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소꿉친구이자 연인인 반쪽자리 마녀, 나스카를 보았다. 테미르디케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한 하인들보다 잘 아는 나스카의 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테미르디케의 뺨을 매만졌다.
“밥도 거르고 일만 한 사람의 피부네.”
“귀하가 그런 것까지 알지는 몰랐어, 나스. 주치의로 고용해줄까? 반쯤 진심이니 생각이 있으면 말해줄래?”
“정말로 안 먹었어?”
“농담이야.”
놀라는 나스카의 손을 잡은 테미르디케는 나스카를 보며 웃다가 제 무릎을 가리켰다. 무슨 뜻인지 이해한 나스카는 테미르디케의 무릎에 앉았다. 얌전히 앉아있던 나스카의 두 손이 테미르디케의 목을 휘감았다. 가벼운 입맞춤을 떨어뜨린 나스카는 입맞춤이 끝나자 테미르디케의 품에 몸을 기댔다. 테미르디케는 몸을 기댄 나스카를 바라보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털공을 연상시키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테미르디케의 손에 휘감겼다.
“불편하다면 말해, 나스.”
“괜찮아. 너랑 있는 거잖아.”
“다행이네.”
“넌 괜찮아, 디케?”
다른 사람이 물었다면 뻔뻔하게 웃으며 주제를 돌렸겠지만 상대는 나스카였다. 손에 휘감긴 나스카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춘 테미르디케는 대답을 기다리듯 눈을 맞추고 자신을 주시하는 나스카의 모습을 보고 말을 정리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튀어나온 말은 자신이 생각해도 참 꼴사나운 투정이었다.
“나스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을 정도로 안 괜찮아.”
“솔직해졌네. 눈이 모든 것을 덮지 못 하는 방패라는 사실을 알았구나.”
“그 말, 여가 생각하는 뜻이라면 귀하에게도 돌려주고 싶네.”
얄밉게 말하는 테미르디케의 뺨을 아프지 않게 찌른 뒤, 테미르디케의 무릎에서 내려온 나스카는 테미르디케의 손을 잡았다. 의자에서 일어난 테미르디케는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는 나스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두꺼운 외투를 걸친 마녀와 마법사는 하인들이 모두 잠든 저택을 나와 한참을 걸은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모든 동물들이 추위를 피해 잠이 든 겨울의 숲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들판이었다. 봄이었다면 풀냄새가 맞이했을 그 곳에서 나스카는 테미르디케를 환영하는 것처럼 두 팔을 벌렸다.
“멋진 풍경을 보면 기분이 괜찮아진다는 말이 생각나서 말이야. 어때, 디케?”
새하얀 겨울과 별이 총총히 떠오른 밤하늘 아래에서 웃는 나스카를 끌어안아서 품에 가두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테미르디케는 눈을 움직였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테미르디케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이 풍경을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말없이 자신을 데리고 나온 나스카였다. 결점 많은 마법사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반쪽자리 마녀의 앞에 선 뒤,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내민 손을 잡은 나스카의 허리를 그녀의 손을 잡지 않은 손으로 감싼 테미르디케는 마법을 사용했다. 두 사람의 몸이 눈 위에 떠올랐다.
“여의 어리광을 받아줄 시간이야.”
“밟을 거야.”
“밟아도 좋아. 귀하라면 몇 번이든 밟혀줄게.”
그러니까 춤추자, 나스. 아무도 볼 수 없는 둘만의 춤을.
피가 이어진 가족들을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 테미르디케는 언제나 음악이 있는 장소에서 춤을 췄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음악이 없는 장소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발을 밟지 않기 위해서 힘껏 노력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연인과 함께. 결국 발을 밟아버린 나스카의 입술이 움직였다. 고요를 깨는 사과의 말을 테미르디케는 나스카의 숨결과 함께 삼켰다.
“사과할 때마다 키스할 거야.”
“사과는 내 자유잖아.”
“키스도 여의 자유지.”
“고집쟁이.”
“귀하도 만만치 않아, 나스.”
“알았어. 사과하지 않을 테니까… 키스해줘.”
나스카가 바라는 키스가 어떤 키스냐고 질문하지 않고 입술을 겹친 테미르디케는 나스카가 이끄는 대로 그녀의 숨결을 삼키고,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온기를 나눴다. 오늘 나눴던 어떤 키스보다 깊은 키스를 나눈 나스카가 키스의 여운에 잠긴 얼굴로 테미르디케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뒤, 속삭였다.
“이 근처에 오두막이 있어.”
“안내해줘, 나스.”
“춤은 그만두려고?”
“춤은 충분히 췄어. 이제…”
나스가 필요해.
욕망에 잠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 테미르디케는 나스카의 손을 잡았다. 끝내 붙잡지 못한 손과는 다르게 단단히.
*
디케나스 1주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디케나스 1주년이 돌아왔네요! 1주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디케나스가 예쁜 풍경을 보고 노는 것을 보고 싶어서+디케나스 기념일은 소한이니까 겨울 이야기를 써왔어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요, 쏘님! 언제나 건강하시고 쏘님이랑 나스 제가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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