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밤
마법은 용의 힘이었으나, 인간은 마법이 용의 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욕심을 멈추지 못한 인간은 용의 힘인 마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용을 붙잡았다. 수많은 용이 희생되고 용의 피를 잇는 자만이 패밀리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테미르디케는 마법으로 권력을 소유한 집안에 태어난 마지막 희망이었다. 어머니가 다른 형과 쌍둥이 누나는 마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재능이 없었으나 테미르디케에게는 미약하긴 해도 재능이 있었다. 불행이었다. 이 미약한 재능을 희망으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욕심으로 모두의 기대를 받는 마법사가 된 테미르디케였으나 패밀리어와 계약하기로 정해진 그 날, 테미르디케의 나라는 타국의 침략을 받고 멸망했다. 살아남은 테미르디케는 추격자들을 피해 도망치며 생각했다. 자신은 죽을 것이다.
그것이, 욕심으로 만들어진 마법사가 예상한 미래였다.
“디케.”
테미르디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이제 곁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래 전, 테미르디케가 나라를 떠나면서 예상한 미래를 바꾼 패밀리어, 나스카였다. 죽음을 벗어날 수 없는 마법사와 아무에게도 선택되지 못한 반쪽자리 패밀리어. 두 사람은 테미르디케가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에 만났다. 나스카는 말없이 처음 본 테미르디케를 끌어안고 계약의 말을 읊었다. 겨우겨우 부지하던 목숨으로도 잊지 못한 패밀리어에 관한 이야기 속의 계약처럼 테미르디케는 나스카에게 입을 맞췄다. 뒷일은 조금 생각하지 않은 삶만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었다.
테미르디케의 욕심을 받아들인 나스카는 계약을 마치고 정신을 잃은 테미르디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의식을 회복한 테미르디케였으나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한 나스카를 믿지 못 했다.
-왜 여를 구했어? 귀하는 대체 무슨 속셈을 품은 사람이야?
날카로운 말부터 던진 테미르디케를 나스카는 얼굴을 찡그리며 응징했다. 거침없이 다가와서 뺨을 잡아당긴 나스카가 그럼 지금이라도 죽음의 그림자를 향해 걸어가지 그러니? 말리지는 않을게! 라고 외친 그 순간을 테미르디케는 아직도 잊지 못 했다. 세상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했던 비뚤어진 마법사는 결국 자신을 살린 패밀리어에게 사과하고 그녀를 보았다. 여는 갈 곳이 없어. 나스카는 동생을 다루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목숨 빚을 갚아. 그러다 보면 생각나겠지.
갈 곳이.
갈 곳 따위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테미르디케는 나스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테미르디케는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투른 것도 많아서 나스카와 자주 부딪혔지만 나스카는 테미르디케를 집에서 쫓아내지 않았다. 테미르디케가 부모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재능 때문에 패밀리어를 필요로 할 때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입을 맞췄다. 아무 감정이 없었던 입맞춤은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깊어지고 농밀해졌다. 나흘 전의 입맞춤도 그랬다. 더 이상 마법사의 능력을 안정시키기 위한 입맞춤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입맞춤을 나눈 뒤, 테미르디케는 나스카의 팔을 잡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으나 나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테미르디케는 나스카를 바라보다 오늘도 자신의 고백에 대답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낼 생각으로 보이는 나스카의 팔을 잡았다.
“여는 대답을 듣고 싶어, 나스.”
“무슨 대답? 저녁이 언제인지 궁금한 거야? 재촉이 심하네.”
“저녁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알잖아. 피하지마. 귀하는 여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나스카의 두 손이 자신보다 커진 테미르디케의 얼굴을 감쌌다. 누나처럼 웃은 나스카가 말했다.
“디케의 세상이 좁아서 그래. 이 곳을 나가서 넓은 세상으로 가면 달라질 거야.”
“쫓아내려고? 진심이야?”
“여기에 너무 오래 있었잖아.”
“정말로 여가 나가길 바라는 거지, 나스?”
“여기에―”
테미르디케는 자신을 보고 있는데도 직접적으로 나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오라고 말하지 못 하는 나스카의 손에 입을 맞췄다. 구원을 받은 그 날,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 잘 아는 테미르디케는 나스카를 불렀다. 나스, 말해봐.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나스카가 시선을 피했다. 테미르디케도 그랬지만 나스카 역시 굉장한 고집쟁이였다. 자신도 테미르디케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하는 고집쟁이.
“나스.”
두 번째의 부름에 겨우 눈을 맞춘 나스카가 입술을 달싹이다 말을 만들어내지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테미르디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스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마력을 안정시킨다는 핑계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입맞춤을 받은 나스카의 입술이 열렸다. 깊고 농밀한 입맞춤을 받다가 테미르디케의 목을 끌어안은 나스카가 얄밉게 웃는 테미르디케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후회할 거야, 디케.”
“여가? 후회를 할 거라고 생각해?”
“난 네 마력을 안정시키는 능력만 가진 반쪽자리 패밀리어야. 넌…”
“나스가 반쪽자리 패밀리어라면 여는 결점 많은 마법사지. 그 결점 많은 마법사를 살린 사람은 귀하야. 자신을 가져.”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은 태워질 뿐이야, 디케.”
“그 불이 귀하라면 기꺼이 뛰어들 거야.”
그러니까 말해줘. 여를 어떻게 생각해, 나스?
애원을 들은 나스카가 입을 맞춰왔다. 말보다 솔직한 대답을 들은 테미르디케는 자신의 입술을 마음껏 헤집은 나스카의 손에 밀려 바닥에 쓰러졌다. 테미르디케의 몸 위에 올라탄 나스카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테미르디케를 보다 입술을 열었다.
“결국 이렇게 됐네.”
“운명일까? 필연일까?”
“필연이 좋아.”
우리한테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가 운명이잖아.
테미르디케는 자신의 입술을 탐하기 위해 몸을 숙인 나스카의 입술과 숨결을 받아들였다. 오늘 밤은, 어느 때보다 긴 밤이 되리라는 사실을 예감하며.
*
쏘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뭘 쓸까 고민하다가 이전에 쏘님이랑 풀었던 마법사-패밀리어가 떠올라서 마법사디케패밀리어나스를 써보았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고 따뜻한 생일 보내시길 바라요!^ㅇ^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